[교단만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김이태 대전동산중 교사

  • 승인 2024-07-04 15:10
  • 신문게재 2024-07-0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704101502
김이태 대전동산중 교사
아침 7시. 아침 햇살이 하루가 축복되라고 찾아왔다. 아내와 두 아들의 하루를 잘 부탁한다는 기도를 남기며 오늘도 행복을 맞으러 나선다. 오늘도 16명의 아들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가 되기를, 두 번째 기도를 하며 출근한다. 한여름의 아침 교정은 차분하다. 아직은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았지만, 운동장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교정에 있는 은행나무의 푸르름이 두 팔을 벌려 학생과 교사를 맞이하기에 행복하다.

우리 대전동산중학교는 남학생으로 가득한 남중이다. 항상 힘이 넘친다. 황사가 가득한 봄에도,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우리 아이들은 운동장 체육활동을 원한다. 교육청에서는 먼지가 심하니, 더위가 심하니 실내 활동을 권장한다는 지침을 내리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운동장 체육활동을 원한다. 체육활동을 교실에서 한다는 전언만큼 우리 아이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체육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고 즐거움을 찾으니 아마도 아이들의 행복일 것이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미래를 꿈꾸는 학생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학교의 교실에는 해맑고 행복한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그 아이들의 꿈을 위해 교육은 존재해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실, 즐거운 학교를 선물해 주는 것이 교사로서 최고의 보람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인 내가 행복을 안고 있어야 아이들에게 행복을 건넬 수 있다. 그러하기에 항상 긍정과 보람을 곁에 두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우리 아이들이 입학해서 중학교 생활을 한 지 100일이 되어 작은 축하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백일 떡과 음료를 준비하고 사진을 찍으며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벌써 백일이 되었다니, 3월이 엊그제 같은데 …….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100일을 보냈기에 어느덧 가족이 됐다. 아들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고민이 가득한 얼굴을 보면 또 마음이 아프다.



중학교 1학년의 교실은 매일매일이 갈등의 공간이기에 다툼으로 이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갈등으로 소리치며 다툰다. '나'가 아닌 '우리'가 있는 공간이기에 필연적인 운명일 것이다. 혼내고 안아주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생각해 보라는 훈육을 한다. 하지만 그 훈육이 우리 아이들을 바로 바뀌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교사로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는 기다림을 이어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여름의 어느 날인 오늘도 두 아들이 싸우고 교무실에 왔다. 두 아이의 화해를 안내하는 것은 아직도 서툴다. 답이 없는 문제에 항상 고민에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의 답은 쉽게 해결될 때가 많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대변되는 중학생들에게는 자신만의 고집도 있고, 살아오면서 형성된 가치관도 존재한다. '중2병'이라는 말이 있듯, 중학생 아이들에게 강요하면 할수록 벗어나려는 일탈의 성향을 보인다. 아마도 중학교 교사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숙제가 생활지도일 것이다. 그 숙제의 시작은 아이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억울함을 들어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줌으로써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

교직 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초기에는 '빨리빨리'에 심취했었다. 아이들에게 '왜 변하지 않니?'라며 다그쳤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과 말이 있지만 강요와 억압으로 아이들을 다그쳤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말을 가려서 하는 교사가 되었고, 아이들이 행복을 가득 담아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지식을 건네는 교사이기보다는 한 권의 책과 사랑을 건네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중학교이기에 아직은 대학입시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특히 대전동산중학교에서는 학생 자치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활동을 만들어가는 살아 숨 쉬는 참교육이 있다. 그리고 학교 교육 활동에 믿음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부모님이 있기에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다.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우리 교사들도 행복하다. 김이태 대전동산중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4.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5.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1.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조종사 부족으로 7년째 야간비행 못한 산불진화헬기 `논란`

조종사 부족으로 7년째 야간비행 못한 산불진화헬기 '논란'

산림청이 약 1220억 원을 투입해 도입한 대형 산불진화헬기 'S-64'가 야간 비행 자격을 갖춘 조종사 부족으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마련한 '최첨단 헬기'가 7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낮 시간대 운항에만 머물러 있는 셈이어서 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