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청양, 정산, 제자와 아이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청양, 정산, 제자와 아이들

정산중학교 교장 임종필

  • 승인 2024-10-10 13:38
  • 신문게재 2024-10-11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41010_청양_정산중 교장 임종필 (1)
임종필 교장
청양군 화성면 출신으로 모교 화성중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하고 청양중학교, 청양여자상업고등학교, 정산고등학교 등 청양에서 12년 6개월을 교사로 근무했고 청양교육지원청에서 교육과장으로 2년간 근무했다. 청양은 자라고 교직에 입문하게 했으며 좋은 선배와 함께 배우고 교사로 보람을 갖게 한 곳이다.

올해 3월 1일 자로 정산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2020년에 장평중학교와 청남중학교가 정산중학교로 통합된 학교로 14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학교 교장실은 3개의 출입문이 있다. 복도에서 들어가는 출입문, 행정실과 연결된 문,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운동장 쪽의 문을 열면 운동장과 학교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문을 열고 화분을 밖에 내어 비를 맞게 하기도 한다.

올해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폭우가 쏟아질 때면 문 밖의 비를 보면서 2000년도에 정산고등학교에서 2학년 3반 담임을 했던 시절이 종종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2월 말에 담임을 맡게 된 학생 모두에게 1년간 잘 지내자고 전화했고 매월 한 번씩 초코파이로 생일파티를 했다. 생일 선물은 남학생은 오토바이 모형, 여학생은 학용품이었다.

7월 말 방학을 앞두고 반 아이들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모든 야영 준비, 버스 임차 등은 모두 자기들이 할 테니 나는 몸만 오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충남예술고등학교에 초빙교사로 가기 위한 서류 준비 등으로 매우 바빠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련 활동 계획서를 만들어 교장 선생님께 허락받고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청양의 까치네로 출발했다.

물놀이도 하고 장기자랑, 캠프파이어 등 야영의 구색은 모두 갖췄다. 반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지만 정말 착했다. 성적, 외모 등과 상관없이 모두 함께 어울렸다. 모든 행사를 끝내고 잠을 자려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왔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니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급하게 화물차가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전화해 3대의 화물차 짐칸에 나누어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학교 현관에서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메기매운탕을 끓여 먹고 한동안 떠들다가 늦은 시간에 교실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도 계속해서 비가 왔고 우리 아이들은 결국 비를 맞고 귀가했다. 그때 반 아이들과의 1박 2일은 평생의 추억이 됐다.

제자를 만난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머리를 깎기 위해 미용실에 가는 날은 행복하다. 제자가 부인과 함께 직원이 20명이 넘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 지역에서 가장 큰 미용실일 것이다. 미용실에는 가끔 제자들이 찾아와서 학창 시절 얘기도 하고 다른 제자들의 근황을 말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2학년 3반 반장이었던 제자가 교장실을 찾아왔고 정산에 거주하는 제자들이 가끔 찾아온다. 현재 학교에 학부모도 여럿 있다. 청양에서 담임교사로 근무할 때 학생들이 성적이 우수하지 않아 장래를 걱정했었다. 그러나 모두 자리를 잡고 잘 지내고 있다. 항상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다.

순수함과 열정으로 보낸 젊은 시절을 함께한 제자들의 자녀가 이제는 우리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가 있는 공립 중학교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한 창의·융합형 교육과정, 인공지능 연계 스마트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인문학적 감수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1인 1악기 오케스트라, 지역작가 초청 인문학 프로그램, 무용단 초청 공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생존 수영캠프, 숙박형 영어캠프, 도시문화 체험캠프, 인공지능 체험캠프, 유네스코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기를 늘 소망한다. 담임교사로 제자들과 만든 행복했던 추억을 이제는 교장으로 그 자녀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늘 다짐한다.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정산중학교 임종필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도소 실탄 관리부실 논란… 이전 사업까지 우려목소리
  2.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이장우표 "일류경제도시' 도마 올린다
  3. 충남대·공주대, 규제 걷어내고 대학혁신 실험대에
  4. 천안시, 대표 휴식공간 '공원' 새단장…봄꽃·수경시설 확충
  5. 오석진 교육감직 인수위 15일 출범…전문성·실행력 갖춘 진용 꾸리나
  1. 충남대병원, 3년 내 새병원 예타 통과 목표…"머뭇거릴 수 없다"
  2. [건강] "아프다" 말 못 하는 치매 어르신… '치과' 문 연 노인병원의 도전
  3. [기고] 반복되는 한화 폭발사고, 이제는 안전문화로 답해야 한다
  4. 한화에어로, 안전문화혁신위 출범… 반복 사고 우려는 여전
  5. [건강]여름철 건강 이상, 단순한 더위 때문일까?

헤드라인 뉴스


대전 바이오특화단지 용두사미되나… 2년째 손놓은 정부

대전 바이오특화단지 용두사미되나… 2년째 손놓은 정부

대전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로 지정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특화단지 청사진 제시는 고사하고 관련 예산 역시 전무, 사업 추진 의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권역별 바이오사업 산업 육성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 당초 계획이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24년 6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전국 5개 바이오 특화단지에 대한 육성사업을 추..

조치원 軍 통합비행장 차일피일… 주민 소음 피해 보상금만 1억원
조치원 軍 통합비행장 차일피일… 주민 소음 피해 보상금만 1억원

<속보>=세종시가 지난 4년간 조치원 군(軍) 비행장 소음 피해 주민들에게 1억 원에 육박하는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2025년 완공 예정이던 조치원·연기 비행장 통합 이전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진 상황인데, 보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주민들의 소음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세종시가 제공한 군 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금 현황을 보면, 시는 최근 4년간 연평균 2400여만 원씩 1억 원에 가까운 보상금(전액 국비)을 해당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엔 107명에게 2662..

박수현 "중앙정부 설득 등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 추진할 것"
박수현 "중앙정부 설득 등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 추진할 것"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충남·대전 행정통합 조속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박수현 당선인이 중앙정부 설득, 방안 마련 등을 통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15일 중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1주년 기자회견 행정통합 발언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어려움을 설명한 것"이라며 "민선8기 충남·대전 행정통합 가능성이 열렸을 때 통합이 되지 않은 아쉬움도 내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