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꿈꾸는 사랑나무들이 걷는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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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꿈꾸는 사랑나무들이 걷는 꽃길

부여 임천중학교 교사 박희정

  • 승인 2025-01-02 11:02
  • 신문게재 2025-01-03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50102_부여_임천중 교사 박희정
박희정 교사
부여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성흥산성 사랑나무, 그 사랑나무의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곳에 작은 학교가 하나 있다. 바로 임천중학교이다.

이곳은 내가 20년의 교사 생활에 피곤함과 버거움을 느끼고 새로움을 찾아 마음의 휴식을 꿈꾸던 그때, 타지로 발령받아 설렘을 안고 오게 된 학교였다. 그리고 나는 이 학교에서 새내기 진로 교사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곳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사교육에 찌들지 않은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시골에서 맘껏 뛰어논 아이들답게 눈망울이 참으로 맑았다.

3월에 교사는 웃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불문율이었는데, 이곳 아이들은 내가 언제 웃을지 말지를 편안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민낯같은 자신들의 학업와 진로 고민들을 공개하고 나서 참으로 개운하고 환한 표정을 보여줬다. 이처럼 해맑은 모습은 정말 처음 보았다.



이런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수업 시간이 소중했고, 이 아이들이야말로 나를 교사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에게 '사랑나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들이 가장 적합한 진로를 선택하고 설계하여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써 보답하기로 했다. 또한 진로교육을 통해 올바른 직업의식뿐만 아니라 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중학교 진로교육의 목표는 초등학교에서 함양한 진로개발역량의 기초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직업세계와 교육기회를 탐색하여 중학교 생활 및 이후의 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진로 교육을 했고, 자유학기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이는 소규모 두세 개 중학교가 연합해 자유학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인데, 우리 학교는 진로탐색활동을 중심으로 진로체험을 진행했다. 친구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소규모 학교 아이들이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두 번째로는,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가 자신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비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고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AI·SW 미래스마트 직업군 및 디지털혁명 직업군 체험도 기획하여 운영했다.

또한, 진로표준화검사와 진로박람회, 학습코칭, 진로코칭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여, 자신의 관심 직업, 취업 기회, 평생학습의 기회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교학점제 교육을 통해 고교생활의 적응력을 돕고, 직업 교육으로 고등학교 이후 진로에 대해서도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나의 진로 교육은 학생들이 미래직업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탄탄할 때 진로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습 결손,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비행 등의 문제로부터 보다 안전하고 바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부터 출발했고, 현재에도 그 믿음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새내기 진로 교사라서 나의 열정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 덜 애쓰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쏟아지는 업무와 공문들로 찌들고, 혼탁한 뉴스들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맑은 기운을 회복하게 하는 나의 사랑나무들. 이들이 수줍고도 당당한 나의 진로 교육으로 행복에 더 가까워지기를, 자유롭게 꿈꾸며 자라기를 희망한다. '꿈꾸는 나의 사랑나무들아, 우리 꽃길만 걷자.'/부여 임천중학교 교사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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