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지역사회의 참여로부터 시작하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지역사회의 참여로부터 시작하자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 승인 2025-09-08 10:19
  • 신문게재 2025-09-0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KakaoTalk_20250322_210218994
최병조 운영위원장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에 순응하고 그 원리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인간의 지혜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비가 내릴지조차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강릉시는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고, 전국에서 소방차가 동원되어 식수를 긴급 공급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면, 같은 시기 군산에는 폭우가 쏟아져 큰 수해가 발생했다. 작은 한반도 안에서도 지역별로 전혀 다른 양상의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미리 알기도 어렵다. 자연을 정복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 사회는 물을 다스리고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왔다. 15여 년 전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표면적으로는 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이었으나, 실제로는 녹조 발생 등 환경 파괴와 생태계 교란을 불러왔다. 본질은 토목사업을 통한 토건업자의 이익과 공동체적 가치 보존 사이의 충돌이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강의 건강성을 회복하기는 커녕 새로운 문제를 양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한 댐 건설이 여러 곳에서 시도됐다. 하지만 많은 지역 주민이 이를 반대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민의 필요에 따라 추진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강행됐기 때문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토건업자의 이해와 연결된 사업으로 비쳤고, 결국 지역사회와 행정간 불신만 깊어졌다.

한국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s)가 강조하는 물관리의 핵심은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공평한 식수 공급,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참여 보장'이다. 지금까지 물관리는 주로 행정과 관료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물을 저장하고 분배하는 과정에 지역사회가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물관리의 길이다.

과거 4대강 사업 당시 주민 참여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행정이 주도한 사업설명회는 사실상 '밀어붙이기'였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남겼다. 금강 유역에 설치된 세 개의 보는 실제 효용성이 낮아, 이후 보령댐과 예당저수지에서 추가 용수를 끌어오는 후속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취수지점은 정작 보와 무관한 지역에서 설정됐고, 언론은 이를 '보를 통한 용수 확보'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불신과 갈등만 증폭시켰다.

오늘날 충청 지역의 세종보에서는 환경단체가 1년이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 처리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는 동안, 행정과 주민, 환경단체 간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사회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다양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세종보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댐과 보, 저수지 문제를 다룰 때도 이런 협의체는 필요하다. 물은 특정 기관이나 행정의 소관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삶과 직결된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단순히 더 많은 댐을 짓거나 거대한 토목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가 보장되면 갈등을 줄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갈 수 있다. 지금의 위기, 가뭄과 홍수, 기후변화라는 복합적 과제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관리'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생명선이다. 행정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관리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는 지역 주민과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물의 저장과 배분, 이용과 보전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강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민주당, 행정수도특별법·행복도시특별법 최우선 처리 약속
  2. 대전 구도동 수소생산시설 최적지 제시…개발제한구역 규제 '걸림돌'
  3.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 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4.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총사업비 5716억원 확정… 사업 추진 속도 내나
  5. 오석진 교육감 국제중·고 설립 내년 기반마련…원도심 교육격차 해소할까
  1. 천문연, ‘우주 팽창 논쟁’ 암흑물질로 새로운 접근 나선다
  2. 대전 서구, 갈마문화공원에 1.6㎞ 무장애 둘레길 조성
  3. 대청호보전운동본부 25주년 기념... 앞으로 25년 논의
  4.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5. 천안·아산지역상생발전위원회, 아산탕정2집단에너지사업 조속 추진 촉구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대전시가 정부의 추가 국비 지원을 확보하면서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캐시백 혜택이 한시적으로 최대 18%까지 확대된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추가 교부받은 국비 7억 9500만 원과 기존 확보한 국비를 활용해 이날부터 11월 15일까지 온통대전 캐시백 비율을 일반 시민 15%, 복지대상자 최대 18%로 상향한다. 이번 조치는 전국적인 소비 활성화 행사인 '2026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으로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