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한때 사랑했다는 것 '만약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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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한때 사랑했다는 것 '만약에 우리'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1-22 16:52
  • 신문게재 2026-01-23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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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 포스터.
긴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 <만약에 우리>는 옛 영화 <첨밀밀>(1996)을 많이 닮았습니다. 사랑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사는 일이 사랑 하나로만 되지 않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이 되고 싶었고, 품은 꿈을 이루도록 한없이 돕고 싶었지만 삶이 사랑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아니 사랑 때문에 서로의 삶이 더 버겁고 때로 초라해질 때 결별을 선택하게 됩니다.

사랑은 떠나고 삶은 계속됩니다. 무채색의 삶이 현재라면 사랑 속의 과거는 색색으로 아름답습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삶이 멈춰 선 어떤 순간 사랑은 찾아오기도 하고, 먼 후일 그 시절의 사랑을 추억하게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었던가를 묻습니다. 소월의 시 '먼 후일'에서는 잊었노라고 말하겠다 하지만 실은 반어법입니다. 세월이 지나 먼 후일이 되어도 잊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영화 속 그들도 그러합니다.

영화는 만약에 우리가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를 묻습니다. 집을 짓고 싶은 여자와 환상의 세계인 게임을 구축하고 싶은 남자의 꿈은 현실 때문에 가로막힙니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던 그들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그럼 그들은 불행했을까요? 실패했을까요? 어느 만큼 불행했고, 또 얼마쯤 실패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그들의 눈물과 슬픔이 그걸 말해 줍니다.

비행기는 또 하늘로 날아갈 것이고, 버스 역시 무너진 산사태가 수습되면 다시 갈 길을 갑니다. 삶은 계속되고 한 때 사랑했다는 것은 회한일 수도, 아름다운 추억일 수도 있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첨밀밀>의 여소군과 이교는 낯선 이방의 땅에서 다시 사랑할 여지를 남기고 끝나지만 이 영화는 각자 다른 길을 갑니다. 이 작품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로드무비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을 통해 여행을 경험하게 합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시간을 거슬렀다가 현실로 되돌아 오도록 합니다.

영상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대단히 훌륭합니다. 은호를 연기한 구교환도 그렇지만 정원 역의 문가영은 오래 기억될 절실하고 몰입감 넘치는 열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정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은호가 개발한 게임의 엔딩 장면을 선택합니다. 에릭은 제인과 행복했습니다. 사랑은 추억 속에 남고 삶은 새로운 길로 이어집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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