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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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소는 누가 키우나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6-02-24 17:29
  • 신문게재 2026-02-2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설 연휴가 지나니 이제 2026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느낌을 새삼 받는다. 작은 제조업을 책임 진 사람으로 2월은 너무 짧다. 설 연휴가 끼니 일 할 수 있는 날이 17일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이틀 연차를 사용하는 직원이 있는 기업은 일 하는 날이 15일이니 이번 달은 가만히 앉아서 제품 생산의 20∼30%를 까먹고 시작하는 셈이다. 매달 매출 실적을 확인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답답하다.

제조업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제조업은 인간의 생각을 물질로 만드는 산업이다. 석기시대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좋지만 영국의 산업혁명이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보아야 하겠다. 이후 세계는 제조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지만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생산의 시대에서 기획하는 지식의 시대로 전환하였다.

제조업만의 특징이 있다. 평범한 사람도 성실히 일하면 가능한 직업이고, 숙련공이 되면 소득이 늘면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산업 생태계 전체 소득을 나눔으로써 부의 재분배 장치 역할도 한다. 세계는 금융과 플랫폼의 세상이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천재 몇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 그렇다고 제조업의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 플랫폼은 부의 편중을 심화시킨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에서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고, 그 결과 소위 MAGA로 대표되는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미국도 제조업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관세정책과 같은 억지 쓰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제조업의 쇠락은 필연적이다. 1인 당 GDP가 2~3만 달러 넘으면서 시작되고, 3~5만 달러가 되면 본격적으로 축소된다. 환경 등의 규제는 심해지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기에 기술의 고도화, 자동화 등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폭증하면서 대기업만 살아남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오프 쇼어링이 시작되고, 제조업 쇠락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5만 달러 이상 소득 국가가 되면서 제조업이 사라지면 성장 속도의 감소는 필연적이지만 국가와 대기업은 금융과 서비스로 부유해진다. 그렇지만 영국 프랑스와 같이 선진국도 결국에는 양극화와 사회 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노동 생산성은 OECD 30위 권으로, OECD 평균의 72%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2018년에 우리나라가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이후 7년째 3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살 만 해졌으니,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근로 시간이 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입법의 취지는 적극 찬동한다.

그렇지만 근로시간은 선진국 평균에 가까워졌지만,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 "중소·영세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 생산성 순위를 10위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31위인데 비해 인건비는 9위라는 통계도 있다. 업종에 따른 근무 시간의 차이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성수기에 매출 올리고 비수기에는 더 많이 쉬게 하자는 생각은 상식적이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주 4.5일제도 제조업계에서는 불만이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하는 시간만큼 성과를 내는 중소 제조업에서는 임금은 유지하면서 근무 시간만 줄인다면 버티기 힘들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주장이 있는데, 여러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어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세라는 사회 분위기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선뜻 나서기 힘든 대안이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인사들은 많지만 정책은 반대로 가는 느낌을 받는다.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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