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종교전쟁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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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종교전쟁 없는 나라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6-04-12 16:48
  • 신문게재 2026-04-1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균
김덕균 소장
얼마 전 산동성 청주(靑州) 답사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충청북도 청주(淸州)와는 한자가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고 지역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산동성의 중심이 제남이지만, 명청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청주가 중심이었고, 동이문화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관할 범위도 지금의 하북, 강소성 일부를 포괄했으니, 엄청난 규모였다. 이렇게 관할지역이 확대 개편된 데에는 고구려 유민 이정기(李正己) 장군의 활약이 컸다. 당나라 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지자, 절도사로 있던 이정기가 통치 영역을 확장하고 독립국가 형태를 띠며 중앙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정기의 활약상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정기 일행이 치소(治所)로 머물렀을 청주고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옛날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성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때나마 이곳을 다스렸던 이정기 관련 흔적은 찾기 어렵다. 명나라 황제의 한 왕자가 거처했던 형왕부(衡王府)가 있어서인지 그보다 훨씬 이전시대에 해당하는 이정기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제법 많았기에 유물 유적마다 한글 소개문구가 눈에 띄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참고로 이정기의 흔적은 이곳에서 좀 떨어진 청주박물관 내 역대 절도사 명부에 이름 석 자가 쓰여 있는 게 유일하다.

고성 안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다양한 종교 시설들이 공존, 공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통의 유교와 도교관련 시설은 물론이고 오래전 중국내 곳곳에 영역을 확대한 회족들의 기도처소인 청진사와 청나라 말기 서양에서 전래된 천주교 성당과 기독교 예배당이 함께 자리한 것이다. 고성 주변 큰 규모로 자리한 불교사찰까지 합친다면 청주고성은 종교문화의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종교 시설들이 한군데 모여 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대단지 신도시를 계획하며 종교 부지를 구획했듯, 고성 안 각각의 종교 시설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것도 규모 있게 들어선 것을 보면 의도적 배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 듯 잘 정돈되어 있다.

중국내 서역의 종교가 전래된 것은 당 태종의 국제문화 포용정책에 힘입은바가 크다. 그 이전 불교는 이미 전래되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였고,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기독교와 회교도 점차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특히 신짱은 물론 중국 곳곳에 자치주를 형성할 정도로 규모가 컸던 회족들은 산동성에도 정착하며 청진사를 건립했다. 기독교는 당나라 때인 7세기 전래됐지만, 곡절을 거치며 부침을 거듭하다가 명나라 때 다시 천주교 선교사들이 들어와 전교하며 새롭게 시작했다. 청나라 말기에는 서구문화와 함께 들어온 기독교 선교사들이 중국 전역에 교회와 학교를 세우며 선교에 공을 들였다. 청주고성내 천주교와 기독교 예배당은 청나라 말기에 건립한 것들이다. 서원이란 보통 유교에서 말하는 사립학교 명칭이지만 여기에 있는 배진서원(培眞書院)은 기독교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 건물이다. 이렇게 고성 내 다양한 종교문화가 어우러진 것은 19세기 후반인 청말에 해당하고, 한때 의화단운동에 따른 서양문화 배척운동이 있었지만, 청주고성 내 종교 시설들은 동서양 구별 없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종교전쟁이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로 한국사회를 꼽는다. 실제 인구수보다 종교인 수가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종교가 생사화복을 해결해 주는 보험에 해당한다면, 한국인들은 여러 종교 보험을 복수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웃한 건물은 물론 같은 건물 내 다른 종교 시설이 공존하는 나라가 한국사회이다. 산동성 청주고성도 종교간 갈등과 배척이 없는 공생 공존의 현장으로 보인다. 작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전쟁 이면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자유 인권 평등 박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선택이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종교간 공생 공존을 선택한 한국과 중국 청주고성의 종교문화 현장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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