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너지는 선거의 기준, 침묵할 수 없는 언론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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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너지는 선거의 기준, 침묵할 수 없는 언론의 책임

전경열 중도일보 호남본부 국장

  • 승인 2026-05-11 09:34
  • 전경열 기자전경열 기자
전경열 증명사진
전경열 중도일보 호남본부 국장.(사진=전경열 기자)
6.3 지방선거가 본격화된 지금, 고창의 선거판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다양한 의견의 표출은 민주주의의 본령이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흐름은 결코 건강한 경쟁이라 할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며, 정책과 비전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선거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고창군수 선거를 둘러싼 일부 보도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본적인 취재조차 없이 만들어진 주장들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되고, 단편적인 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 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육하원칙은 무너졌고, 교차 검증은 사라졌으며, 균형 잡힌 시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과연 언론인가, 아니면 여론을 가장한 또 다른 선동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정보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매체에서 시작된 일방적 주장이 또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지고, 영상으로 재가공되며 '특종'이라는 이름까지 덧씌워진다.

그러나 검증 없는 특종은 특종이 아니라 위험한 소음일 뿐이다. 그 소음은 결국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갉아먹는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검증하며, 균형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것. 그러나 지금 일부 보도는 그 책임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다.

조회 수와 자극을 좇는 순간, 언론은 더 이상 공적 기관이 아니라 신뢰를 소비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은 것과 다르지 않다.

30여 년 현장을 지켜온 기자로서, 지금의 상황을 침묵으로 넘길 수는 없다. 기술이 발전하며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더 엄격한 기준과 책임이 요구된다.

언론의 자유는 방패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과 책임 위에서만 허용되는 무거운 의무다.

유권자 또한 깨어 있어야 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도된 왜곡인지 분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오롯이 유권자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

가장 먼저 기준을 지켜야 할 주체는 바로 언론이다. 선거는 잠깐이지만, 그 선택은 오랜 시간 지역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고창에 필요한 것은 빠른 보도가 아니라 바른 보도이며, 강한 말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이다.

누군가를 띄우고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데 몰두하는 보도는 결국 지역 전체를 무너뜨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거는 진행 중이다.

그리고 동시에, 언론의 신뢰는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흔들리는 정보 속에서 끝내 살아남는 것은 단 하나, 진실이다.

그 진실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면,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지금은 기준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고창=전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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