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여행의 가치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여행의 가치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 승인 2026-06-15 14:06
  • 신문게재 2026-06-16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조만간 각 학교의 방학이 시작된다. 열심히 한 학기를 보내고 이제 휴식의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여러 일터에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헌신해온 사람들 역시 휴가철을 맞이하게 된다. 휴식의 공간을 어떻게 보람있게 보낼 것인가하는 문제는 모두에게 있어서 즐거운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 하나의 선택지가 여행이다. 국토 여행을 갈까. 아니면 그 외연을 넓혀서 해외로 여행을 떠날까하는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선택이 어떠한 것이든 여행이란 소중한 것이기에 적극 권장할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도 휴식의 목적에서이든 다른 형이상학적인 목적에 의해서든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그 여정의 과정을 일기라든가 기행문의 형식으로 남겼다. 과거 한때엔 무전여행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말 그대로 돈 한푼 쓰지 않으면서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는 하루 정도 재워주는 인심, 한끼 정도의 식사를 조건없이 주는 넉넉함이 있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여행 형태였다.

여행은 흔히 놀러가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여행은 그 과정을 통해서 여행자에게 분명한 지식과 본받을 만한 교훈을 얻게 해준다. 여행이 주는 이런 효과 때문인지 그것은 많은 시도 동기를 제공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여행이 크게 유행한 적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가 대표적이다. 물론 여행이란 어느 한 시기에만 이뤄지는 고유한 형식은 아니다. 그것은 항상적인 것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지금처럼 수천만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데, 이런 대규모의 여행을 두고 지금만의 고유한 유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행이란 어느 한 순간의 유행이나 멋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자리잡은,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근대 초기에 많은 문인들이 여행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필과 시를 쓰는 등 저마다의 여행기를 남겼다. 이때 이들이 시도한 대부분의 여행은 국토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이 시기 이런 여행을 시도한 대표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육당 최남선일 것이다. 그는 '백두산 근참기', '심춘 순례' 등을 썼는데, 제목에서 시사되듯 그의 여행은 대부분이 국토에 대한 사랑에 주어졌다. 따라서 그에게 국토여행이란 근엄한 참배였고, 성스러운 순례와 같은 것이었다. 그가 이 여행을 이렇게 신성시한 데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이유가 있었다. 국권 상실이라는 혼(魂)을 잃은 서러움을, 육(肉)이라는 국토의 확인을 통해서 달래고자 했기 때문이다. 육당에게 국토는 영적 혼이 담겨있는 애니미즘(animism)과 같은 것이었다.

육당의 국토 기행이 사실적인 것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면, 이와 반대되는 여행을 시도한 시인도 있었다. 청록파를 대표하는 시인인 목월의 경우가 그러하다. 목월은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회피했고, 가공의 현실에 바탕을 둔 여행만을 꿈꿨다. 그는 이 시기 다른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토 여행을 통해서 애국주의라든가 민족주의에 심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선의 강토는 일제의 말발굽에 아래 놓여 있었고, 그렇기에 거기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를 대신할 이상의 공간이자 허구의 공간을 만들고 그속에 기대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청노루'와 '자하산'과 같은 허구의 세계다. '청노루'와 '자하산'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거니와 그저 시인의 마음 속에서만 자리한 자연일 뿐이다. 목월은 이 가상의 자연으로 떠남으로써 일제의 말발굽에 놓여 있는 현실을 비껴가고자 했다.

국토를 여행하면서 그것이 주는 신성함과 애국심을 가슴 깊이 간직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근대라는 형이상학적 관념을 비판한 사람도 있다. 정지용이 그러한데, 그는 한라산의 정상에 오르면서 근대의 이원론에 바탕을 둔 위계질서를 뛰어넘고자 했다.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는 세상, 야생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를 꿈꾸면서 인간이란 궁극적으로 자연의 일부임을 확인한 것이다. 여행은 이렇듯 휴식이라는 차원을 넘어 여러 교훈적인 것을 가져다 준다. 무관심이 넘쳐나는 이 시대와 점점 엷어지는 애국심, 그리고 진정성있는 자아를 찾기 위해 상쾌한 여행을 떠나보는 어떨까.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양고추구기자축제 건고추 '품질 논란'···비세척·미건조 상품 판매
  2. 한화, NC에 7-9 역전패…끝내 지키지 못한 리드
  3. 천안시 동남구, 세무공무원 재산세 실무역량 강화나서
  4. 천안시의회 건도위, 부산 벡스코서 스마트도시 전략 모색 나서
  5. 천안시, 아동학대예방위원회 정기회의…중대사건 재발 방지책 논의
  1. 천안서북소방서, 추석 명절 대비 성환이화시장 현장지도점검 실시
  2. 천안보호관찰소, 호두 수확 농촌일손돕기 사회봉사
  3. 천안미래새마을금고, 천안시 입장면 취약계층 후원금 500만원 기탁
  4. 천안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수탁기관에 유소년스포츠지도자협회 재선정
  5. 천안시, ‘보육정책 총괄추진단’ 회의…야간·24시간 돌봄 등 논의

헤드라인 뉴스


"빵축제와 와인엑스포를 결합해보자"

"빵축제와 와인엑스포를 결합해보자"

대전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 대표축제인 빵축제와 국제와인EXPO(엑스포)의 결합해보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민선9기 대전시가 0시축제 폐지와 함께 지역 대표축제로 빵축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여행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식도락 여행'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대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의 식도락 관광 활성화 및 연계 방안'연구보고서를 보면 2025년 대전관광공사가 진행한 대전관광 실태조사 결..

시중은행 예금금리 올리며 소비자 모시기... 48조 넘어선 대전 저축잔액 더 오를까
시중은행 예금금리 올리며 소비자 모시기... 48조 넘어선 대전 저축잔액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한창이다. 기준금리가 최근 두 달간 0.50%포인트 인상한 3%까지 상승한 데 따른 것인데, 금리 매력이 높아지면서 48조 원을 넘어선 대전 저축성예금 잔액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한 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의 한 예금 상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금리를 연 3.1%에서 3.6%로 0.5%포인트 올렸다. 또 6개월에서 1년 만기 예금의 기본금리도 연 2.1%에서 2.6%로 인상했다...

추석 앞두고 사과·배값 안정세…축산물은 여전히 부담
추석 앞두고 사과·배값 안정세…축산물은 여전히 부담

추석을 보름가량 앞두고 주요 성수품 가격이 품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과와 배를 비롯해 배추·양파·마늘 등 일부 농산물은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한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축산물품질평가원, 산림조합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사과(홍로·상품)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 2976원으로 전년보다 12.1% 떨어졌다. 배(원황·상품)도 10개 2만 5833원으로 지난해보다 8.2%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올해는 생산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