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장의 중첩은 통합사관학교의 논거가 될 수 없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전장의 중첩은 통합사관학교의 논거가 될 수 없다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 승인 2026-07-22 14:10
  • 수정 2026-07-22 14:31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clip20260722113932
정한용 교수
최근 김병주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과거에는 육군은 육지, 해군은 바다, 공군은 하늘에서 각각 싸웠지만 지금은 전장이 중첩되기 때문에 통합사관학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이란전쟁 사례와 함께 통합형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러한 논의가 이어져 왔고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307계획에서도 추진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대전의 변화와 군 구조, 장교 양성체계를 하나의 논리로 연결한 것으로, 군사학적으로는 상당한 비약이 있다.

현대전에서 전장이 중첩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까지 하나의 전장으로 연결되는 것이 오늘날 전쟁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군종의 통합(Unified System)이 아니라 합동성(Jointness)의 강화다.

중첩되는 것은 전장(Battlespace)이지 육군·해군·공군이라는 군종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전장이 중첩된다는 이유만으로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은 대한민국 군을 현재의 합동군제(Joint System)에서 통합군제(Unified System)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인가, 아니면 현행 합동군제를 유지하면서 교육제도만 개편하겠다는 것인가.

만약 통합군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면, 사관학교부터 통합할 것이 아니라 먼저 통합군제가 우리 안보환경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합한지에 대한 국가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반대로 통합군제와 무관한 교육개혁이라면 왜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관학교를 먼저 통합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김병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307계획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대한민국 군제 개혁의 역사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결론을 보여준다.

통합군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노태우 정부의 818계획에서 이미 이루어졌다. 당시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연계해 통합군제 가능성까지 폭넓게 연구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환경, 각 군의 전문성 유지, 군사권 집중에 따른 문민통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통합군제가 아닌 합동군제를 선택했다. 이어 1990년 국군조직법 개정을 통해 오늘날의 합동참모본부 중심 지휘체계가 확립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307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합동성 강화를 위한 지휘구조 개편이 검토되었지만, 각 군의 전문성 약화와 군사권 집중에 대한 우려로 통합군제로 발전하지 않았다. 대신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등 합동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이 추진되었다.

즉, 지난 20여 년간의 논의는 통합군제의 필요성을 입증한 역사가 아니라, 충분한 검토 끝에 대한민국이 일관되게 합동군제를 선택해 온 과정이었다.

최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제시한 킬 웹(Kill Web) 개념 역시 같은 맥락이다. 킬 웹은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의 센서와 타격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미래 작전개념이다. 그러나 이는 통합군제의 개념이 아니라 합동군제를 전제로 한 작전개념이다.

킬 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육군은 지상작전의 전문성을, 해군은 해양작전의 전문성을, 공군은 항공우주작전의 전문성을 각각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창발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킬 웹은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켜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융합하는 작전개념이다. 따라서 전장의 중첩을 통합사관학교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작전개념과 군제, 교육체계라는 서로 다른 차원을 혼동한 주장이다.

현대전이 요구하는 인재 역시 '통합형 인재'가 아니다. 각 군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을 통해 창발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동형 인재이다. 합동성은 전문성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문성 위에 구축되는 능력이다.

결국 김병주 의원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전장의 중첩'은 현대전의 특성을 설명하는 용어일 뿐, 통합사관학교 설립의 논거는 될 수 없다. 현대전은 군종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합동성을 극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선택해 온 합동군제의 철학이며, 앞으로도 지켜야 할 군사혁신의 원칙이다./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공무원 숨진 채 발견..."건물서 추락 추정"
  2. 소진공, 글로벌 기자단 발대식 개최
  3. 대전소방본부, 16층 이상 건축물 건축허가 동의 업무 확대
  4. [날씨] 4일 대체로 맑아…주말에도 맑고 선선
  5. 지거국 경쟁률·합격선 동반 상승…'빅3 선도대학' 충남대, 2027 대입 변수 되나
  1. 대전 대학생, AI 영상 공모전 최우수상 쾌거
  2. 세종 장기초 특별한 요가 행사… "더욱 가까워졌어요'
  3.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한국새농민 대전시회, 협력농장 벼 수확 행사
  4. '제78회 충남도민체전' 3일 본격 서막
  5. 충남콘텐츠진흥원, 독일 게임스컴 2026 충남공동관 참가 성료

헤드라인 뉴스


220만 도민 화합의 장 열렸다…‘충남도민체전’ 당진서 팡파르

220만 도민 화합의 장 열렸다…‘충남도민체전’ 당진서 팡파르

당진시는 9월 3일 오후 7시 당진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제78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 개회식을 화려하게 시작하며 220만 충남도민이 하나 되는 축제의 막을 올렸다고 4일 밝혔다. 이날 개회식에는 충청남도 각지에서 모인 내·외빈, 선수단, 관람객이 참석해 충남도민의 화합과 스포츠 축제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개회식은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선수단 입장, 개회 선언, 주제공연, 성화 점화,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했다. 특히 주제공연 '당진, 미래를 여는 빛의 물결'과 2026대 규모의 드론쇼·성화 점화 퍼포먼스가 펼쳐져 현장 열기를 끌어..

국회도서관 제공 주요 의정정보`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만난다
국회도서관 제공 주요 의정정보'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만난다

국회의 주요 의정 정보와 발간물을 대전의 대표 도서관인 한밭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국회도서관(관장 황정근)과 한밭도서관(관장 김혜정)이 4일 한밭도서관 내 '국회 의정정보센터' 설치, 국회도서관 정보시스템과 발간물 공유, 기관 간 협업 모델 마련 등을 내용을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다. 우선 국회 의정정보센터는 광역 지방정부 대표도서관에 설치해 국회도서관이 생산·제공하는 의정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거점 기능을 하는 곳으로, 제주 한라도서관과 울산도서관에 이어 한밭도서관에 세 번째로 들어선다...

천안 K-컬처박람회, 청년·글로벌 문화 축제로 열기 고조
천안 K-컬처박람회, 청년·글로벌 문화 축제로 열기 고조

'2026 천안 K-컬처 박람회'가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와 글로벌 관람객 참여가 어우러지며 축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천안시는 4일 웰컴존과 정문 광장 일대에서 지역 청년과 대학생이 주도하는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웰컴존에서 충남콘텐츠진흥원 충남음악창작소와 연계한 기획공연 'K-SCENE'이 열렸고, 천안시 청소년 댄스팀 공연을 시작으로 백석대·상명대·순천향대·호서대 등 4개 대학의 힙합 무대, 대학 연합 송캠프 우수팀 공연, 인공지능(AI) 기반 지역특화 음원 상영, 전국 인디 뮤지션 쇼케이스가 잇따라 펼쳐졌다. 정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