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아침 20분이 선사한 나비효과:지성과 인성을 깨우는 교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아침 20분이 선사한 나비효과:지성과 인성을 깨우는 교실

대명중학교 교사 김성재

  • 승인 2026-07-30 15:59
  • 신문게재 2026-07-31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724 보령 대명중 교사 김성재
보령 대명중 교사 김성재.
스마트폰의 발전과 숏폼 영상의 범람으로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게 됐고, 이는 교육 현장에서 '문해력 저하'라는 심각한 과제로 다가왔다. 문해력 위기는 정보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깊이 사고하는 능력의 위기를 뜻한다. 여기에 더해 개인화된 일상은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법마저 잊게 만들었다. 이에 우리 학교는 새 학기를 맞아 독서 활성화 사업을 시작했고, 제가 담임을 맡은 2학년 교실에서도 아침 조회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의 '지성'과 '인성'을 동시에 깨우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하루 20분의 짧은 시간이 교실에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

1. 목요일과 금요일 아침: 활자로 여는 지성의 창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50분까지, 우리 반 교실은 고요한 도서관으로 변신한다. 이 시간만큼은 저와 학생들이 각자 읽을 책을 들고 와 함께 글을 읽는다. 처음에는 이 분위기를 어색해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짧은 침묵은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됐다. 이제는 굳이 독려하지 않아도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든다.

이 작은 습관은 큰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저 역시 평소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됐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잔잔한 '라포(유대감)'를 형성하게 됐다. 같은 공간에서 행동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공감대가 생겼고, 아이들에게 책은 기피대상이 아니라 서로 사서 나눠 보는 '친밀한 매개체'로 변해갔다.

두 달이 지난 지금,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용히 글자 속에 몰입하는 모습 그 자체가 큰 감동이다.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후감을 쓰며 스스로의 생각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 또한 처음에는 서툴겠지만, 아이들의 내면을 키워주는 단단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 마지막 주 화요일 아침: 초코파이로 나누는 다정한 시선

책을 통해 지성을 채웠다면,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아침은 온전히 서로를 향한 '시선'과 '인성'을 배우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바로 우리 반만의 조촐한 '생일 파티' 날이다. 이 프로그램은 타인에게 무관심한 요즘 아이들에게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고자 계획했다.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눈치'가 필요한데, 여기서 눈치란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의미한다.

생일 파티는 초코파이에 작은 초를 올리는 소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받고, 해당 월에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이 앞으로 나오면 나머지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실은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친구에게 "이번 달이 네 생일이었어?"라고 묻는 다정한 대화가 시작됐다. 이 짧은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비로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됐고, 공감대를 쌓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타인의 기쁨에 귀를 기울이는 인성 교육의 장이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이다.



맺음말: 아침이 바꾸어 놓은 교실의 기적

두 달이 넘어간 지금, 우리 교실의 아침 풍경은 참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책이 만화책이든 소설이든 상관없으며, 생일 파티의 상차림이 초라한 초코파이 한 조각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침의 짧은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글자 속에 몰입하고, 동시에 곁에 있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의 침묵이 아이들의 지적인 토양과 문해력을 다지는 시간이라면, 화요일의 축하는 메마른 교실에 타인을 향한 공감과 배려의 물길을 터주는 시간입니다. 교사로서 책과 온기로 시작하는 교실의 아침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매일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은 아침의 습관들이 아이들의 내면을 단단하게 키워내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교실의 문을 엽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양고추구기자축제 건고추 '품질 논란'···비세척·미건조 상품 판매
  2. 한화, NC에 7-9 역전패…끝내 지키지 못한 리드
  3. 천안시 동남구, 세무공무원 재산세 실무역량 강화나서
  4. 천안시의회 건도위, 부산 벡스코서 스마트도시 전략 모색 나서
  5. 천안보호관찰소, 호두 수확 농촌일손돕기 사회봉사
  1. 천안서북소방서, 추석 명절 대비 성환이화시장 현장지도점검 실시
  2. 천안시, 아동학대예방위원회 정기회의…중대사건 재발 방지책 논의
  3. 천안미래새마을금고, 천안시 입장면 취약계층 후원금 500만원 기탁
  4. 천안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수탁기관에 유소년스포츠지도자협회 재선정
  5. 천안시, ‘보육정책 총괄추진단’ 회의…야간·24시간 돌봄 등 논의

헤드라인 뉴스


"빵축제와 와인엑스포를 결합해보자"

"빵축제와 와인엑스포를 결합해보자"

대전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 대표축제인 빵축제와 국제와인EXPO(엑스포)의 결합해보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민선9기 대전시가 0시축제 폐지와 함께 지역 대표축제로 빵축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여행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식도락 여행'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대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의 식도락 관광 활성화 및 연계 방안'연구보고서를 보면 2025년 대전관광공사가 진행한 대전관광 실태조사 결..

시중은행 예금금리 올리며 소비자 모시기... 48조 넘어선 대전 저축잔액 더 오를까
시중은행 예금금리 올리며 소비자 모시기... 48조 넘어선 대전 저축잔액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한창이다. 기준금리가 최근 두 달간 0.50%포인트 인상한 3%까지 상승한 데 따른 것인데, 금리 매력이 높아지면서 48조 원을 넘어선 대전 저축성예금 잔액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한 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의 한 예금 상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금리를 연 3.1%에서 3.6%로 0.5%포인트 올렸다. 또 6개월에서 1년 만기 예금의 기본금리도 연 2.1%에서 2.6%로 인상했다...

추석 앞두고 사과·배값 안정세…축산물은 여전히 부담
추석 앞두고 사과·배값 안정세…축산물은 여전히 부담

추석을 보름가량 앞두고 주요 성수품 가격이 품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과와 배를 비롯해 배추·양파·마늘 등 일부 농산물은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한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축산물품질평가원, 산림조합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사과(홍로·상품)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 2976원으로 전년보다 12.1% 떨어졌다. 배(원황·상품)도 10개 2만 5833원으로 지난해보다 8.2%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올해는 생산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