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AI 시대에 한자를 읽다: 인간다움의 다섯 가지 코드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AI 시대에 한자를 읽다: 인간다움의 다섯 가지 코드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 승인 2026-09-06 11:58
  • 신문게재 2026-09-0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일터를 장악한 시대, 우리가 말하는 인간의 '인격'이란 무엇일까? 이제 지식은 더 이상 머릿속에 축적하는 대상이 아니다. 검색창이나 프롬프트 창에 명령어 몇 줄만 입력하면 AI가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탐색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식의 가치가 가벼워질수록,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즉 '인간다움'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협업 능력은 대학 교육과 사회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본질적 역량이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오래된 뜻글자인 한자(漢字)로부터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대학 캠퍼스에서는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 불안, 그리고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 속에서 걱정하는 2030 세대 청년들을 마주한다. 한자에는 '근심할 우(憂)' 자가 있다. 그런데 이 글자 옆에 '사람 인(人)' 자가 더해지면 '넉넉할 우(優)' 자가 된다. 혼자서 짊어지면 깊은 병이 되는 근심도, 그 곁에 사람이 함께 서서 걱정을 나누고 고민을 분담하면 비로소 마음의 넉넉함이 생기고 함께 견뎌낼 능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경영학 수업에 참여한 일본어과 학생은 이 '우(優)' 자를 일본어 '야사시이(優しい)'로 읽으며, "사람을 잘 헤아리는 부드러움과 뛰어남이 함께 녹아 있는 글자"로 해석했다. 결국 공감은 감정적 동요를 넘어 타인의 문제를 나의 문제처럼 인식하는 인지적 능력이자 협업의 출발점이다. 근심(憂) 곁에 사람(人)이 돕는 자세로 서야 비로소 넉넉함(優)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의 태도를 다섯 가지 한자 코드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헤아리는 공감의 태도다. 이는 다양성이 확대되는 사회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다. 둘째, '어질 인(仁)'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의 덕'이다. AI는 개인 생산성을 높이지만, 성과는 결국 관계 속에서 완성되기에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게 한다. 셋째, '신(信)'은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일치'이며, 디지털 고도화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데이터 윤리와 연구 진실성의 핵심이다. 넷째, '경(敬)'은 타인과 지식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며,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태도로 깊이 있는 학습과 협력을 가능케 한다. 다섯째, '화(和)'는 '각자의 소리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처럼 융합의 시대에 '다름을 조율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 다섯 가지 가치는 단순한 인성 교육을 넘어, 혁신 역량과 직결되는 전략적 요소다.

대학 교육 역시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기존의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디어(Idea), 니즈(Need), 역량(Capability)을 연결하는 'INC 기반 프로젝트 학습'과 문제해결형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협업과 공감을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도 만들어야 하며, 다학제 간 협력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아는가에 있지 않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얼마나 잘 연결하고, 협력하며, 타인의 걱정을 함께 나누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의 가치는 더 커진다. 여기서 우리 기성세대는 아픈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과연 기성세대는 20, 30대의 어려움과 분노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 다시 '넉넉할 우(優)'를 떠올려 본다. 근심(憂) 곁에 사람(人)이 따뜻하게 서 있을 때, 우리 청년들의 걱정은 나뉘고 무게는 가벼워진다. 타인의 근심을 함께 짊어지고, 타인의 기쁨에도 진심으로 손뼉 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우수한 인재다. 청년들이 마주한 차가운 근심 곁에 기성세대가 먼저 따뜻한 '사람'으로 서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AI라는 기술의 미래 앞에서 우리가 증명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인간다움의 자세가 아닐까?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2. 부산테크노파크, 영도구 지역 문화 축제
  3.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4.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5.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1. 아산시, 용화체육공원 20일부터 임시 개방
  2.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3.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4.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5. [경찰의날] 대전 112상황실 이가현 경장 "저희가 침착해야 신고자도 안심하죠"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금융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인 '잠자는 계좌'가 3억 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숨은 금융자산을 찾아주고 있지만, 장기 미거래 계좌 등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나타났다. 2021년 말(2억 6440만개)보다 7751만개(29.3%) 증가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한다. 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