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경제라운지]'동전 없는 사회' 과연 올까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의 경제라운지]'동전 없는 사회' 과연 올까

  • 승인 2016-04-27 15:39
  • 신문게재 2016-04-28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푼돈은 아주 미미하지만 돈의 시작이다. '한 푼만 적선합쇼'의 '푼'은 적지만 '돈푼이나 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 되는 돈이다. 드라마 '대박'에서는 대길(장근석 분)이 단돈 닷 냥에 염전 노비로 팔려간다. 쌀 한 섬을 닷 냥으로 치고 현 시세로 환산하면 30만원에 미달하는 헐값이다. 1냥은 6만원, 1전은 6000원, 1푼은 600원 정도다. 이 푼돈이 쌈지에 들어가면 쌈짓돈이다.

'땡전 한 푼 없다' 할 때의 땡전도 있다. 대원군이 상평통보의 100배인 통화 남발로 물가 폭등을 불러온 당백전을 몹쓸 돈이라 하여 땅돈→ 땡전으로 불렀다. 그 얼마 뒤, 러일전쟁 취재차 방한한 미국인 특파원 로버트 던이 150달러를 환전한 엽전 더미를 거리에 쌓아두고 찍은 사진이 사상 최고의 환율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걸 기사화 안 한다면 기자가 아니다. '콜리어스' 1904년 6월 4일자 '한국에서의 현금 환전' 제목의 기사에서는 미화 1달러가 장정 한 사람이 지고 갈 분량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화폐 가치가 낮아서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거래 가치로 교환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정말 그만한 가치라면 엽전 제작비도 못 건지는 현상인 역(逆)시뇨리지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액면가에서 제조와 유통 비용을 뺀 돈, 그러니까 150원을 들여 500원 동전을 만들면 350원의 시뇨리지 효과가 생긴다. 퇴출 후보 1순위인 10원짜리는 개량을 거치고도 20~30원의 비용이 든다. 50원, 100원짜리도 배보다 배꼽이 큰 역시뇨리지다. 이래저래 동전 제조와 유지에 연간 500억~600억원이 든다.

그나마 시중에 풀린 동전 100개에서 25개가 은행에 돌아올까 말까다. 물물교환의 단점을 극복한 발명품인 돈이 금융과 IT의 경계 허물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동전 없는 사회'가 탄력을 받아 100원, 500원으로 확대되면 본의 아니게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전자지갑 충전이나 소액결제망 입금 방식 등으로 거스름돈은 대신하겠지만 다른 문제도 따른다. 1982년 500원짜리 동전 발행으로 지폐 최소단위가 1000원으로 바뀌어 세뱃돈이 치솟았던 일을 생각해보자. 하잘것없는 동전이 물가 안정의 커튼 구실을 한다.

있어도 안 쓰는 것은 물론 문제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이 5월을 범국민 동전 교환운동의 달로 정했다. 돈은 흘러야 한다. 풍부함, 부를 뜻하는 애플루언스(affluence)는 라틴어 '흐르다(affluere)'에서 유래했고 통화의 다른 말인 커런시(currency) 역시 '흐름'을 내포한다. 원활히 돌아야 돈이다. 동전 쓰기를 꺼리는 아주 작은 이유에는 체면문화의 잔재도 없지 않다. 고도의 의미가 농축된 돈이 위세재(Prestige goods)가 되면서 5만원권쯤은 세고 있어야 위신이 선다고 믿는 것이다. 세계 갑부 워렌 버핏이 우리 돈 12원도 안 되는 1센트를 주워 화제가 된 미국에서도 지금 1센트 코인 생산 중단 논란이 일고 있다.

10원, 100원처럼 1센트를 사라져야 할 화폐로 지목한 것이다. 동전 없는 사회가 실현된다면 틈틈이 유용하게 꺼내 쓰는 동전 지갑 속의 동전<사진>도 추억 속에 머물 것 같다. 신용카드와 IT 기반의 e머니나 e캐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사용과 화폐 발행은 반비례한다. 그걸 알면서도 동전에 대한 비경제적인 로망을 보태자면 1000원, 5000원짜리 동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트렌드 변화에 역행하더라도 끝돈은 동전으로 치르고 싶다. '어림 반 푼어치'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대전 오류동 교통사고
  2. 조국혁신당 내홍 점입가경...세종시당, 지도부 전원 사퇴 요구
  3. [중도초대석] 최민호 세종시장 "행정수도 완성, 모든 역량 쏟을 것"
  4. 대전 오류동 추돌사고 가해 차량 인도로 돌진… 2명 부상
  5. 대구시, 대민·행정 서비스 165종 일시 중단
  1. 독립유공자 현충원 묘역은 만장…해외 6인 유해 의사상자 부지에 '결례'
  2. [기고] 기초·기본교육에 충실한 교육부 혁신이 필요하다
  3. 대전교육청 2학기부터 조리원 대체전담인력제 시행… 직종교섭은 차일피일
  4.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5. 건강관리협 대전충남지부, 전통 붓글씨로 쓴 가훈과 덕담 선물 행사

헤드라인 뉴스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제동…대전시 "재추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제동…대전시 "재추진"

민선 8기 대전시가 추진 중인 500만평 산단조성의 핵심인 나노·반도체국가산업단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12일 대전시에 따르면 최근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한국개발연구원(KDI) 중간보고회에서 입주 수요 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예비타당성조사를 철회한 뒤 재신청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시가 입주의향 기업 수와 면적 등을 기준으로 예타를 신청할 때의 산업단지 입주 수요는 300%였지만, KDI의 분석 결과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예타통과가 어렵게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KDI가 실시한 예..

대전 도마동 점포 화재 완진... 1명 화상·상가 5곳 불타 (종합)
대전 도마동 점포 화재 완진... 1명 화상·상가 5곳 불타 (종합)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오토바이 매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다치고 상가 5곳이 불에 탔다. 12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0분께 서구 도마동 오토바이 상점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장비 21대, 소방 인력 77명을 투입해 2시간 만인 오후 3시 21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이날 화재로 오토바이 점포에 있던 60대 남성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외에 인명피해나 대피 인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토바이 매장에서 시작된 불씨는 인근의 편의점, 목공소, 미용실, 페인트 가게..

대전 0시 축제 안전부터 재미 두 마리 토끼
대전 0시 축제 안전부터 재미 두 마리 토끼

대전 0시 축제가 더 안전하고 더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업그레이드했다. '3無 (안전사고·쓰레기·바가지요금)'에 더 강력한'3有([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더한 축캉스(축제+바캉스)가 된 것이다. 지난 8일 개막한 0시 축제는 벌써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었다. 이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나 공간이 지난해보다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마련되면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관람객 증가에는 작년보다 개선된 체험·이벤트 부스 확장과 라면, 막걸리, 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광복절 앞두고 무궁화로 그려진 한반도 ‘눈길’…관리는 ‘아쉬움’ 광복절 앞두고 무궁화로 그려진 한반도 ‘눈길’…관리는 ‘아쉬움’

  •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불법 광고물 부착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불법 광고물 부착

  • `택배 쉬는 날` 앞두고 바쁜 기사 '택배 쉬는 날' 앞두고 바쁜 기사

  •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태극기를 게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