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빈필신년음악회가 열리는뮤직페라인의 황금홀에서 연주 후 포즈를 취하는 김효진. |
아김없이 누리기 위해 아낌없이 낸다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머서(Mercer)컨설팅그룹이 선정한 ’도시별 삶의 질 순위 보고서’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불리우는 곳이다.
소위 ’탈조선’,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한국에서의 삶이 어려워진 요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 유럽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고 또 많은 청년 인재들이 구직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5년 이상을 거주하며 느낀 유럽,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현실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 오스트리아는 삶의 질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제대로 된 복지국가이다. 본인부담율이 거의 없는 의료보험, 가족육아지원금을 비롯해서 노령연금까지 국민의 윤택한 삶을 위해 많은 부분을 나라에서 도와주고 지원해준다. 2016년 오스트리아의 GDP(국내총생산)중 약 28%가 사회지출에 사용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지출은 10.36%로 OECD 평균인 21%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이 숨어있다.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에서 직장인의 연봉이 각각 약 3만유로, 약 3900만원 일 때, 실 수령액은 얼마일까? 대한민국은 약 3460만원인 반면 오스트리아는 약 2만2천유로(한화 약 2860만원)로 연간 8천유로(한화 약 1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세금, 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연금과 보험료로 연봉의 약 17%를 납부한 후 나머지 금액이 1만1천유로를 초과하는 경우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약50%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연봉이 올라도 함께 높아지는 세율 때문에 실 수령액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국민연금을 최소 15년 이상 납부한 경우 만 65세가 되면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세금을 내야한다.
오스트리아의 좋은 복지시스템의 비결은 ’아낌없이 누리기 위해 아낌없이 낸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국민들의 성실하고 높은 비율의 납세와 걷어들인 세금의 효율적인 재분배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주변의 여러 오스트리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을 때, 놀랍게도 높은 세율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이러한 오스트리아의 복지를 우리나라도 똑같이 따라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단순 비교로 우리나라가 오스트리아에 비해 복지 후진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한 나라, 한 사회에서 탄탄한 복지 체계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국민의 동의와 양보 뿐 아니라 어느정도 희생이 불가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비엔나 국립음대 석사과정(바이올린)>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