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영화 <증인>

  • 승인 2019-03-21 15:43
  • 신문게재 2019-03-22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증인
첫 장면. 주인공 양순호의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풀숏보다 약간 작은 무릎 숏(knee shot : 얼굴에서 무릎까지를 보여주는 숏)이 있는데 영화는 땅바닥에서 인물의 무릎까지를 비춥니다.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로 걷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암시합니다. 변호사인 그는 살인 사건을 맡습니다. 그의 걸음을 따라 영화는 사건 안으로 점점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폐장애를 지닌 증인 지우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영화는 타당성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피고인 오미란, 살해당한 김은택 노인, 그의 아들인 회계사, 지우와 친구 신애, 그리고 순호와 그의 아버지까지. 저마다의 상황이 있고, 그것을 지탱하는 이유와 근거가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선과 악의 분명한 대립을 볼 수 없습니다. 각각의 타당성이 스스로를 옹호하는 가운데 갈등은 깊어가고, 진실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순호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협회 출신으로 거대 로펌에서 에이스로 키우려는 실력 있는 변호사입니다. 병들고 빚이 많은 아버지를 부양합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합니다. 그는 세속적 타락과 인간적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합니다. 이것이 고스란히 재판으로 이어집니다. 1심에서 그는 증인인 자폐소녀 지우를 정신병으로 몰아 무죄판결을 끌어냅니다. 그러나 2심에서 똑같은 증인의 놀라운 청력을 근거로 1심을 뒤집습니다. 두 경우 다 타당성을 지닙니다. 같은 책에서 인용한 자폐장애에 대한 전문지식이 1심과 2심 모두에 핵심적인 근거로 작용합니다. 지식의 아이러니라 할 만합니다.

영화는 또한 이미지의 모순을 보게 합니다. 지우가 순호에게 말합니다. "신애는 웃는 얼굴인데 나를 괴롭혀요. 엄마는 화난 얼굴인데 나를 사랑해요. 아저씨는 나를 웃는 얼굴로 대해요. 아저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쩌면 이것이 영화의 핵심적인 질문일지 모릅니다. 세상을 떠받치는 타당성과 합리성이 모순을 드러낼 때 진실은 어떻게 규명되는가?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2심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는 지우의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첫 장면의 순호를 보여주던 바로 그 숏입니다. 진실을 말하기 위한 용기의 표현입니다.



영화는 미덕과 함께 뚜렷한 한계를 지닙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들이 모두 인물의 대사를 통해 전달됩니다. 영화적 장치, 표현, 이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관객에 대한 미심쩍음과 주제 전달에 대한 강박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그럼에도 정우성과 김향기의 연기는 빛이 납니다.

김대중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2.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4.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5.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