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1)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1)

- <서편제>(1993)

  • 승인 2019-05-23 15:29
  • 신문게재 2019-05-24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movie_image
한국 영화 역사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습니다. <의리적 구투>(1919)로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정서와 욕망을 반영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수많은 작품들과 감독들과 제작진,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이 어우러져 한국 영화 100년을 만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분단과 전쟁, 보릿고개의 가난, 유신과 새마을운동,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는 한국인의 친근한 벗이 되었습니다. 하여 올해가 가기까지 틈틈이 제 마음에 깊이 남은 작품들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서편제>는 한국 영화 100년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전통과 근대, 역사와 현실, 인간과 예술의 문제를 고루 안으면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성취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남도 소리꾼 일가의 몰락과 회한을 통해 근대의 시간을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인으로 하여금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잃은 것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는 줄곧 길을 보여줍니다. 목표와 성공을 위한 길이 아니라 머문 곳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아야만 하는 자들의 길입니다. 소리꾼 유봉은 이미 잃은 자입니다. 스승의 애첩과 벌인 스캔들로 수제자로서의 성공과 서울살이를 잃고 낙향하여 떠돕니다. 그러면서 아내를 잃고, 일자리를 잃고, 아들도 떠나버립니다. 딸마저 떠나면 평생의 업인 소리까지 잃겠기에 그녀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사내입니다. 두고 온 아버지와 누이의 자취를 찾아 동호가 다시 길을 헤맵니다. 그러니 <서편제>는 길과 길의 만남입니다. 두고 온 길과 되찾아가는 길. 잃어버린 옛사람과 옛 소리는 한국인 관객 모두의 회한이기도 합니다. 앞의 <의리적 구투>가 소개된 극장인 서울의 단성사 단관에서만 무려 석 달 동안 100만이 넘는 관객이 보았습니다. 현재로 치자면 천만 관객 영화라 할 만합니다.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이력과도 긴밀히 연관됩니다. 102편에 달하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스무 편 남짓 대표작들은 크게 '뒤돌아보는 영화'와 '앞을 보고 가는 영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편제>는 주로 동호의 뒤돌아보기이지만, 마지막 장면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송화의 길 또한 영화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영화는 판소리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민요 '진도아리랑', 단가 '사철가', 김소희 명창의 구음 등 우리 소리와 남도 산천의 사계절 풍경이 아름답게 어울려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대전 신탄진역 유흥가 '아가씨 간판' 배후 있나? 업소마다 '천편일률'
  3.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4.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5.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1.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어디서든 걸을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
  2. 728조 예산전쟁 돌입…충청 與野 대표 역할론 촉각
  3.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자연과 함께 일상 속 피로 내려놓길"
  4. [오늘과내일] 대전시의회, 거수기 비판을 넘어설 마지막 기회
  5.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가을 도심 산행의 매력 흠뻑

헤드라인 뉴스


등록금은 카드 납부 되는데… 기숙사비 `현금 일시불` 여전

등록금은 카드 납부 되는데… 기숙사비 '현금 일시불' 여전

대학 기숙사비 결제 방식으로 대다수 대학이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여전히 대전권 대학들은 현금 일시불 납부만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교육부가 지난 10월 31일 공시한 '2025년 대학별 기숙사비 납부제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 기숙사 249곳 (직영·민자 등) 가운데 카드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55곳(22.1%)에 불과했다. 현금 분할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79곳(31.7%)으로 절반도 안 됐다. 계좌이체 등 현금으로 일시 납부를 해야 하는 기숙사는 149곳..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예지중고` 2026년 2월 운영 종료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예지중고' 2026년 2월 운영 종료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돼 중·고등학교 과정 6000여명을 배출한 대전예지중고가 2026년 2월 끝내 문을 닫는다. 중학교 졸업생들은 대전시립중고에서 남은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3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7월 예지중고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예지재단의 파산 선고에 따라 2026년 2월 마지막 졸업생 250여명을 끝으로 시설 운영을 종료한다. 예지재단 파산은 2024년 7월 결정됐지만 재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추가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재학생의 졸업을 기다린 시점이다. 1997년 학령인정 시설로 설립인가를..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늦가을 찬바람이 부는 11월의 첫날 쌀쌀한 날씨 속에도 캠핑을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중부권 대표 캠핑 축제 '2025 꿀잼대전 힐링캠프'가 캠핑 가족들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됐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꿀잼대전 힐링캠프는 대전시와 중도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한 이벤트로 1~2일 양일간 대전 동구 상소오토캠핑장에서 열렸다. 이번 캠핑 역시 전국의 수많은 캠핑 가족들이 참여하면서 참가신청 1시간 만에 마감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행운을 잡은 40팀 250여 명의 가족들은 대전지역 관광명소와 전통시장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