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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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인의 역할

설태선 대전시선관위 홍보담당관

  • 승인 2019-12-18 17:13
  • 신문게재 2019-12-19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설태선
설태선 대전시선관위 홍보담당관
2005년 태평양 연안에 있는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주에서 선거대표제도 개혁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선거대표제도(Electoral System)를 쉽게 설명하면 선거에서 이루어진 투표를 정당 또는 후보자의 의석으로 바꾸는 방법을 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주민투표에서 특이한 것은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주민의회가 주민투표 안건을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2003년 8월부터 12월까지 160명의 시민을 선발하여 주민의회를 구성하였으며, 주민의회는 2004년 10월까지 활동하며 선거제도 개혁 주민투표안을 작성하였다. 주민의회는 정치평론가이며 선거대표제 전문가인 고든 깁슨(Gordon Gibson)이 제시한 다음의 2가지 전제조건에 따라 구성됐다. 첫째 구성원은 선거개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야 하며, 주 전역에서 무작위로 선발되어야 한다. 둘째, 주민의회에서 개혁안이 채택되는 경우 주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주민투표에 부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주도로 선거제도 개혁안이 만들어지는 계기는 1996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의회의원선거 결과이다. 당시 자유당(Liberty Party)은 42%를 신민주당(New Democratic party)은 39%를 득표하였으나 당선인은 의회의원 정수 75명중 자유당이 33명, 신민주당이 39명(총의원수의 52%)이라는 불공정한 결과가 나왔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서 전체 득표율에서는 앞서나 의석수에서는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신민주당은 자유당 보다 더 적은 지지를 받고도 5년간 주정부 이끄는 승자가 되었다. 이에 자유당은 차기 선거인 2001년 선거에서 주민의회를 결성하여 선거제도를 개혁할 것이라는 공약을 해 58%의 득표율과 97%의 의석을 얻게 된다. 2001년 선거에서 승리한 자유당(Liberty Party)이 고든 깁슨이 제시한 조건에 맞추어 주민의회를 구성한 것이다.

주민의회 구성원은 전문가들이 작성한 공개자료로 12주간 학습하며 다양한 선거대표제의 장·단점을 숙지했다. 그 후에 주민의회의 1차적인 의견이 포함된 예비보고서를 주의회 의원, 도서관, 주민자치센터, 각급 학교 및 대학교 등 사회의 각계각층에 보내고 시민의견을 청취하며 50여회의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주민의회 총회와 그룹토론 등의 심의 단계에서 유권자의 선택권, 지역대표성, 비례성을 핵심원칙으로 하여 주민투표 안건으로 부칠 개혁안을 작성하였다. (개혁안은 '단순다수대표제'를 '단기이양식투표제(STV)'로 바꾸는 것이었다.)

비록 2005년에 실시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민투표 선거제도개혁안은 57.69%의 찬성표를 얻었으나 가결 조건인 유효투표총수의 60%에 미치지 못하여 부결되었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참여로 행동한 시민의 역할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사례에서 유의해야할 점은 정치·사회적인 개혁안을 전문가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닌 일반시민이 편견없이 백지상태에서 제도 자체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가는 민주적인 절차와 이러한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호응하는 시민들의 민주의식이라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보며 많은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 모두 정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만으로는 그 어떤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선거 때 투표로 참여하며 지지를 표명하는 행위,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출하여 정당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 구체적인 행동 필요하다. 또한 정치인들이 돈의 파워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정치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방법의 하나로 소액의 정치자금 기부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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