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드라마 속 주인공이 겪는 ‘과잉기억증후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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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드라마 속 주인공이 겪는 ‘과잉기억증후군’이란

■전문의 칼럼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

  • 승인 2020-03-27 14:32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
최근 한 드라마 주인공으로부터 묘사된 '과잉기억증후군'이 화제다.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tic syndrome)이란 한 번 보거나 겪은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세세하게 모두 기억하는 증상이다. 이는 특정한 학습능력이나 암기력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기억하는 것으로, 2006년 미국의 질 프라이스(Jill Price)라는 여성이 최초로 진단받으며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과잉기억증후군 판정을 받은 사람은 100명도 채 되지 않으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다만 뇌과학분야 학술지인 '뉴로케이스'에 제임스 멕거프 박사가 질 프라이스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학습·암기력 등 다른 인지 능력은 보통 수준이었으나 기억의 인출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일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은 과거의 기억을 뇌의 우측 전두엽에 저장하는데, 질 프라이스는 우측과 좌측 전두엽 모두에 저장했다는 것이다.

곧, 단순히 남들보다 월등히 기억력이 좋다고 해서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진단되지 않는다. 2012년 영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헤이먼 씨는 수년 전 특정한 날의 날씨와 그 날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모두 제대로 기억하고 답변해냈다.

예를 들면 "2006년 10월 1일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날은 일요일로 날씨가 흐렸고 한 소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말한 것이다.

결국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수년 전 의미 없는 사건도 사진처럼 생생히 저장돼 현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물론 기억이 다가 아니다. 그 당시 느꼈던 기쁨, 슬픔, 좌절, 분노, 고통 등의 감정도 똑같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은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도 빠짐없이 저장되고 한 번 본 것이 마치 사진 찍듯 머릿속에 남아있는 극히 드문 현상이다.

또한, 한 번 경험하고 알았던 것이 기억에서 아주 완벽히 사라진 상태인 '망각'이라는 것이 없어 잊고 싶은 것마저 모두 생각하며 살아야 하므로 여러모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좋은 기억력을 갖길 원하지만, 적당하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축복일 수도 있다./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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