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모든 날 모든 순간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모든 날 모든 순간

  • 승인 2020-08-06 08:40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교장선생님(박근숙)
남선초등학교 박근숙 교장.
학교장에게 '코로나19'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무거운 과제임을 알기에 더욱 걱정스러웠던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이때에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교장의 걸음을 잠시 멈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예년과는 달리 설렘의 순간을 준비하며 분주하기보다는 모두가 느끼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에 아이들의 배움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해졌고, 학교가 의료기관과 함께 감염병의 최전선이 된 지금까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날들이었다.

혹자들은 학교가 감염병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등교를 전면 중지하고 원격수업으로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는 뭇매를 던지기도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함께 교육의 책무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감염병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학교의 안전과 교육을 균형 있게 지켜내고 있는 대전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성원을 보낸다. 모두가 걱정하던 학교집단 감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음은 모두 그들 덕분이고, 앞으로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 믿는다.

남선초는 대전 유일의 벽지학교로서 학생 수가 50명 미만이기에 격주 등교 없이 전교생이 모두 등교하고 있다. 등교를 걱정하는 학부모님들께 방역과 교육의 두 가지를 모두 잘해낼 것을 약속하며 학교의 방역절차와 보건안전 메뉴얼에 따른 시스템을 믿고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하였다. 이런 나의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선초 교직원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전교육청이 있기에 안전과 교육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결정과 운영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감염병 예방과 등교수업 준비로 어느 때보다 학교 구성원 간의 협의와 협력이 필요한 이때, 학교장인 나에게 든든한 존재로 함께 힘을 보태준 사람! 바로 우리 보건 선생님이셨다.



평소에 보이는 수줍은 듯, 다정하고 여린 모습과는 달리 '감염병 관리는 메뉴얼대로!'라고 외치는 고집스러움이 있는 사람, 급식실에서 동료 선생님은 물론 나에게도 "교장 선생님, 급식실에서 대화는 금지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분은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적외선 발열 체크기의 정상작동을 확인하고 준비하느라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고, 학생들 등교 전에 실내 환기를 시킨다고 미리 전 교실을 다니며 모든 교실 창문을 열어놓으셨다. 학생들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 입력 결과를 매일 확인하고 부모님들과 부지런히 연락하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부모의 건강과 동선까지 일일이 챙기시던 보건 선생님. 낯설고 힘든 시기에 학교장으로 겪는 어려움을 함께 지켜봐 주고 치유해주려 노력했던 따뜻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온 힘을 다해 애써주는 보건 선생님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소중함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라는 낯설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가로서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학교를 지켜주고 학생들과 교사 한 명 한 명을 살피시느라 최선을 다하시는 전국의 보건 선생님들. 의료진들을 위해 진행되던 '덕분에' 챌린지의 엄지손가락을 그들을 위해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즐겨듣는 '폴 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노래를 함께하고 싶다.

한줄기 빛처럼 다가와 날 웃게 한 당신, 불안했던 우리의 모든 날을 함께 해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와 함께한 당신의 모든 날, 모든 순간도 행복함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보건 선생님들이 계셔서 우리는 혼란과 두려움 앞에서 희망을 찾고, 이 힘든 시기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신 보건 선생님, 당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남선초등학교 교장 박근숙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