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3강 백척간두(百尺竿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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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3강 백척간두(百尺竿頭)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1-12 10:4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3강 백척간두(百尺竿頭) :백 척이나 되는 장대의 꼭대기

글자 뜻:百(일백 백)尺(자 척)竿(장대 간)頭(머리 두)

출전:당 고승 장사(唐 高僧 長沙)

비유: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로 도저히 벗어 날 수 없는 상황

우리민족은 매우 슬기로운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험로(險路)극복에 유난히 강하다. 이는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유전자를 조상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서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수도권을 강타하고 방역활동을 비웃듯 전국 각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한다. 다행히 이제 좀 잠잠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확진자의 수가 하강국면 양상이라 조심스럽게 좋아짐이라고 진단해 본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대처에 실패했음에도 국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통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매달린 형국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사선에 뛰어든 거룩한 천사의 모습인 의사와 간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정신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백척간두(百尺竿頭)'는 지금의 미터 단위로 환산하면 약 30m의 긴 장대 꼭대기를 뜻한다. 곧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최고의 위험한 장소나 상황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조선 후기 당대 최고의 거상으로 알려진 임상옥(林尙沃)은 몰락한 역관(譯官)의 집안 출신으로서 최초에는 밀무역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상인(商人)의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그는 자기 철학으로 '돈이 아닌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는 현대 서비스업의 기초를 1800년도에 깨우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거상으로 불리게 된 일화(逸話)중에 청(淸)나라 상인들에 의한 홍삼(紅蔘)의 불매담합(不買談合)을 타파한 이야기가 압권(壓卷)이다, 당시 청(淸)나라에서 최고의 약재(藥材)로 귀하게 취급되어온 조선 홍삼(紅蔘)이 청나라의 상인들에 의해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와의 무역에 있어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물품이 상당히 적었다. 그 가운데 그래도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조선의 홍삼이었다.

인삼은 토양의 질을 많이 훼손하고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성질이 있으므로 중국은 저급한 인삼만 생산했다. 그래서 조선의 인삼을 당대 최고의 품질로 인정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편을 치료할 수 있다는 약재로 알려지면서 조선 홍삼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북경(北京) 상인들이 이 상황을 보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한 것이다.

앞서 역관(譯官)들의 밀무역으로만 진행되었을 때와는 달리 정상적 교역권을 가지고 수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나라 상인들은 조선 조정에서 막대한 세금을 부담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고, 그로인하여 가뜩이나 비싼 홍삼의 가격을 더 올릴 것이 자명해 보여 자신들의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불매동맹과 함께 담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이번 홍삼무역에 있어서 가장 많은 금액과 물량을 투자한 임상옥(林尙沃)에게 있어서는 이 사건이 매우 치명적인 위험한 상황이었다. 결국 무역 마지막 전날이 될 때까지 임상옥은 홍삼을 하나도 팔지 못했고 청나라 상인들은 홍삼을 헐값에 살 생각에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이에 임상옥은 고심 끝에 당시 청나라에 와있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선생을 찾아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추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썼다.

百尺竿頭進一步,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시방세계현전신)

'백 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 서 있다면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내딛어라.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올 것이다. '곧 필사즉생(必死則生/반드시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정신인 것이다. 이 말에 임상옥은 고민하였고, 깊은 고심 끝에 이왕지사 하면서 추사의 조언에 따라 결단을 내린다.

마침내 임상옥은 청나라 상인들에게 널리 소문을 내고 상인 거리 앞에다가 장작을 가득 쌓아두고 불을 지른 다음 그곳에다가 거침없이 홍삼을 내던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설마 하던 청나라 상인들은 정말로 황금보다 비싼 인삼을 태우자 깜짝 놀라며, 만약 이 인삼들이 정말 다 태워진다면 청나라에 있는 인삼 가격은 폭등 할 것이며, 그마저도 없어지면 자신들의 위치마저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에 청나라 상인들은 임상옥에게 매달려 그만 태우기를 간청했고, 결국 청나라 상인들은 홍삼 가격을 곱절을 쳐주고 이미 타버린 홍삼의 가격마저 지불하는 것으로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 후 이 사건으로 인하여 홍삼의 가치는 더욱 인정받게 되었고, 조선의 무역성과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임상옥을 거상의 위치에 확고히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추사의 결연(決然)한 조언과 임상옥의 과감한 결단을 엿 볼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곤경에 처했을 때 절망하고 포기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 회복의 기회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이 말도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값진 교훈이 아니던가. 희망을 잃고 포기하면 인생의 삶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이제 새해는 시작되었다, 코로나19도 우리를 시험해보았던 작은 경험으로 일축하고 새롭게 단단히 마음먹고 다짐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필자는 많은 친지분들께 신년 메시지(message)로 '무한불성(無汗不成)'을 권고했다. 곧 '땀이 없으면 이룰 수 없다'라는 말이다. 어쨋든 다부진 마음으로 새해의 각오를 다시 해본다.

여씨춘추(呂氏春秋)선기(先己)에 "남을 이기려면 반드시 먼저 자신을 이겨야 한다(欲勝人者 必先自勝/욕승인자 필선자승)"라는 선현의 말씀이 있다.

새해 추가 메시지로 권고(勸告)드리고자 한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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