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몸을 맞대어 심장소리 듣는 스포츠 씨름 '시민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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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몸을 맞대어 심장소리 듣는 스포츠 씨름 '시민 곁으로'

대전씨름스포츠클럽 대한체육회 육성 단체
오정동 한남생활체육클럽 거점 시민 체험
살을 맞댄 경기 후에는 많은 대화 '친밀'

  • 승인 2021-03-31 15:45
  • 수정 2021-05-06 07:01
  • 신문게재 2021-04-01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씨름1
(사)대전씨름스포츠클럽 회원들이 대덕구 오정동 한남생활체육클럽에서 씨름을 하며 동호회활동을 하고 있다.
씨름은 전통문화에 일종인가 야구와 같은 스포츠인가? 엉뚱하지만, 씨름을 해본 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 기자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명절에 선수들이 모래판에서 벌이는 것을 TV에서 보기만 하면서 스포츠로써 씨름을 잊고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스포츠로서 씨름을 재발견해본다.<편집자주>

지난달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를 뚫고 찾아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의 체육관은 이미 한판 벌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지 신경 쓰는 이 아무도 없고 매트 위에서 한 덩어리처럼 뭉쳐진 두 선수의 몸놀림에 집중돼 있었다. '에헴' 인기척을 내어보고서야 "저쪽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시라"는 전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 씨름은 몰입이었다.

별안간 기자에게 샅바가 채워졌다. 푸른색 헝겊의 띠는 허리를 돌아 넓적다리를 감은 후 단단히 매듭지었다. 상대는 선수출신이면서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는 최진오 씨름지도자. 오른손을 김 씨의 허리춤에 집어넣어 헝겊을 붙잡고 왼손은 넓적다리에 둘러진 샅바를 휘어감듯 잡았다. 팔씨름할 때 손만 잡아봐도 상대의 기량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샅바를 잡은 손에서 서로 반쪽씩 걸친 어깨에서 최 씨의 씨름 내공이 읽혔다. 사단법인 대전씨름스포츠클럽 김병일 대표는 "씨름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몸을 맞대어 하는 운동이자 상대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고 말하며 매트 바닥에 엎어진 기자를 일으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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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전씨름스포츠클럽 회원들이 운동 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고 있다.
신기한 것은 경기에서 지고도 최 씨에게 오히려 친밀함을 느끼는 감정이 마음속에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TV에서 경기중계를 보면 프로 씨름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각자 반대 방향의 벤치로 돌아가 '이기기 작전'에 몰입하지만, 이곳 클럽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방금 전 경기에 약점과 강점을 이야기했다. 조기찬 한남생활체육클럽 대표(대전시씨름협회 사무국장)는 "이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또 있을까요? 여러 말 필요 없이 씨름하고 나면 모두 친구가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대전은 생활체육 씨름에 대한 특별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 공모에서 대전씨름스포츠클럽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씨름을 종목으로 한 학교연계형 클럽으로 선정해 2025년까지 국비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교체육시설을 거점으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취미로 배우는 것부터 전문체육인 양성까지 동시에 이뤄내고자 시작했다. 사업시행 첫 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강한 의욕만큼 적극적으로 행사를 열지는 못했지만, 소규모 체험을 전개해 고유의 전통스포츠 명맥을 이어가는 데 한몫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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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전씨름스포츠클럽 회원이 클럽에 준비된 밧줄을 통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장명희 대전씨름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운동장 한 켠에 학교마다 마련돼 있던 모래 씨름장이 우레탄에 인조잔디에 밀려 어느새 사라졌다"라며 "특별히 배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씨름"이라고 강조했다.

씨름에 근력 향상과 유연성이 필수다. 대전씨름클럽 동호인으로서 전국 씨름대회에 장사급에 출전한 경험의 가수 김대성 씨는 체중을 크게 줄여 '멋진 남자'라는 타이틀 곡으로 활동할 정도다. 씨름 동호회 활동 2년 차인 오두영(37)씨는 "함께 모여 웨이트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과 근력을 키워 생활에 활기를 되찾았다"라며 "요즘처럼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모이기 어려울 때 배우고 즐기기 좋은 운동"이라며 매력을 손꼽았다.

대전씨름스포츠클럽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조금 더 낮아지면 우수선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동호인들이 씨름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오정동 한남생활체육클럽에 문을 개방해 씨름을 배우고 싶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습과 체력증진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조기찬 대표는 "씨름은 국가무형문화재이면서 스포츠이다"라며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씨름스포츠클럽이 대전시민들에게 깊이 뿌리내리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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