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실손보험의 질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실손보험의 질주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 승인 2021-04-13 08:33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공진선 심평원대전지원장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병원 문을 들어서면 자주 듣는 질문 하나가 있다. "실손보험 있나요?"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인구 10명당 7명 수준이다.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당연히 가입하는 공보험이지만,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선택형 사보험이다. 2003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모든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판매가 가능해졌고, 2009년 상품 표준화가 본격화되면서 가입자 수가 빠르게 확산했다.



실손보험 확장세는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소유형태와도 관련이 깊다. 전국 병·의원 90% 이상이 민간소유이고, 동네 의원은 모두 의사 개인 소유다. 당연한 얘기지만 민간 의료기관들은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병원을 운영하려면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한다. 직원임금, 임대료, 의료장비나 시설투자 등 비용부담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반면, 영국, 스웨덴 등 국가보건시스템 방식(NHS)의 국가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이고, 독일 등 사회보험방식(SHI)의 국가들도 공공병원 비중이 60%를 넘는 것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는 5년 동안 30.6조 원 재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도 보장률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2019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에 머물렀다, 의료계 등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과정도 만만치 않아 짧으면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검토를 거쳐야 급여(보험적용) 항목 하나가 만들어지는 힘겨운 과정이다.

하지만 비급여 대상이 급여로 변경되면 의료기관들은 다른 비급여 금액을 올려 충당한다(일명 '풍선효과'). 최근 보험업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질환에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3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증가했다. 연 40만 명이 '백내장 수술'을 하는데 지난해 20만 원대의 비급여 검사가 보험적용이 되자 비급여인 수술용 렌즈값이 5배나 올랐다는 기사가 났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우리나라 진료비 보상 체계상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부담금을 합해 보장한다. 프랑스를 제외하고 선진국에서 본인부담금을 실손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민간 실손보험의 현실은 전 국민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좀 더 쉽게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의료기관의 진료행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비급여를 부추기게 되고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국민이 살아가는 동안 당연히 받아야 하는 사회적 서비스(social service)에는 의료, 교육, 보육, 노인 돌봄 등이 있다. 그중 '의료'만큼은 사회 어느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

실손보험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건강보험의 보장률 목표는 답보상태가 될 것이다. 현실적 대안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실손보험의 비용부담체계 개선에 있다. 건강보험은 진료상 필요한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로 전환하고, 무분별한 비급여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하도록 상한금액 설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민은 스스로 건강을 잘 지켜내고 있다. 마스크를 일상화하니 감기 환자도 줄었다. 건강은 첨단의료장비와 거대한 병원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병원 쇼핑과 실손보험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건강을 돌보고 필요한 진료는 적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장수 국가가 된다(WHO, 2017년). 의료비는 대부분 노후에 많이 발생한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건강보험료 외에도 매년 수십만 원의 실손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은 낮추고 보장은 확대될 수 있도록 촘촘한 제도적 관리가 절실하다. 앞으로는 건강보험만으로 의료비 부담을 해결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2.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3.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4.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5.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헤드라인 뉴스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철도회사 전무가 폐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왔다. 인구가 감소 중으로 철도마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윤희일 전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고, 돗토리현 주민들에게 철도는 무척 소중하다며 지역 교류를 희망했다. 24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 중구 베니키아호텔 대림 회의실에서는 야베 마사히코(矢部雅彦) 와카사철도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관광대사 위촉식이 개최됐다. 윤희일 전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마니아이면서, 일본 특..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