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⑤공공매입 잰걸음... 관광자원으로 자리잡는 근대건축물들

  • 문화
  • 문화 일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⑤공공매입 잰걸음... 관광자원으로 자리잡는 근대건축물들

사라져가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 승인 2021-09-11 09:48
  • 수정 2021-09-11 15:04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대구·광주 등 철거위기 직전 공공매입 시민문화향유 공간 탈바꿈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군산야행 등 관광코스로 연계 활성화 모색

대전 근대문화 탐방로 조성 후 방치상태... 홍보·콘텐츠 부족 지적

전문가들 근대도시 정체성 시민·사회단체 적극적 개입 수반돼야

 

역사·문화적 보존가치가 높은 대전의 근대건축물들이 훼손과 멸실이 반복되는 가운데 철거 위기에 놓인 근대문화유산을 공공매입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는 타 시도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목포-경동성당=동본원사
경동성당(좌)과 구 동본원사 목포별원(우)<출처=목포시청 홈페이지>
목포-근대역사관1.2관
목포 근대역사관 1관(구 일본영사관, 좌)과 근대역사관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우)<출처=목포시청 홈페이지>
목포시는 2017년 '근대역사문화공간'을 관광코스로 개발했다. 유달동 일대 종합정비계획 일환으로 근대건축물 10채를 시가 매입, 5년에 걸쳐 코스확장과 가로경관 등을 개선해 관광자원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목포는 1897년 개항 이후 항구로의 지리적 특성과 건설 확장의 장점으로 탄생한 계획도시답게 근대문화유산이 총 535개에 달하며, 이 외 21개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근대건축물들 대부분이 원형 보존율이 높아 문화재로 볼 가치가 충분한 데다,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경동성당(1954년)과 근대역사관 1관(1989년, 구 일본영사관), 근대역사관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구 동원본사 목포별원(1905년) 등 반경 1.5㎞ 이내에 밀집해 있고 격자형이라 도로의 폭이 좁고 모양이 비슷해 도보여행에 유리하다.

대구시는 지난해 3월 근대건축물로 역사·문화적 보존가치가 높은 옛 무영당(茂英堂)을 철거 직전 극적으로 매입한 이후 최근 창의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1937년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으로 건축한 대구 최초의 백화점으로 5층 규모에 철근콘크리트로 증축했으며 4·5층과 옥탑, 계단탑, 1층 정면 출입구 양쪽에 쇼윈도를 설치해 백화점으로써의 화려함을 연출했다. 벽면의 돌출기둥과 장식화판, 원형창 등 당시 건축사적 특징을 반영했다.



군산-신흥동일본식가옥=호남관세박물관
(좌)군산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호남관세박물관(우)<출처=군산시청 홈페이지>
광주시는 철거 후 주차장이 될 뻔한 '박옥수 근대가옥'을 38명의 참여작가와 함께 건축물 중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1954년 지어진 근대가옥으로 정면에서 볼 때 서양풍 외관과 일본식 내부, 오른쪽 전통한옥까지 3가지 건축양식을 한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부 기와를 보수한 것 외 건립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공간적 의미를 더한다.

군산시는 해마다 9월과 10월 '군산야행'과 '시간여행축제'를 진행하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관광자원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명 '근대문화거리'로 불리며 근대역사박물관과 호남관세박물관(1908년), 근대건축관(1923년), 신흥동 일본식가옥 등을 포함해 2008년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조성했다. 총 16개의 등록문화재 근대건축물 가운데 10여 건 이상이 이 구역의 반경 1km 이내에 밀집해 있어 보행네트워크에 최적화된 관광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인천애관극장=부산서부리근대가옥=연합
(좌)인천 애관극장과 기장 서부리 근대가옥(우)<출처=연합>
126년의 역사를 간직했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애관극장을 최근 인천시가 매입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매입방식을 논의 중이다. 감정가보다 크게 웃도는 매매가를 제시하는 소유주와 행정기관과의 입장차로 거래가 좌절되기 일쑤였던 대부분 경우와 달리, 극장주가 감정평가액 수준 매각을 받아들이면서 높은 문화의식에 따른 긍정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도 철거 위기에 처한 동해남부선 구 죄천역사와 기장 서부리 근대가옥(영화 '국제시장' 촬영지) 공공매입을 확정하며 공연장과 체험코스 등 시민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근대건축물 보존활용을 위한 전국 주요 도시들의 발 빠른 움직임 속에 이미 조성해놓은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대전시의 문화의식 부족이 크게 아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조성한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 취재를 위해 실무과 여러 곳에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미 끝난 사업인데 주무부서가 있을 리 없고, 진행 중인 일정도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지역 근대문화유산 관계자는 "탐방로 바닥의 동판부터 붉은색 유도블록, 고보조명 등 곳곳에 큰돈을 들였다"라며 "대전시민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인 홍보와 콘텐츠가 수반되지 못해 조성 자체에 회의감마저 든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른 지역의 근대건축 학예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에 있어서 시민들과 사회단체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도시의 문화 정체성은 결국 시민의식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움직임 속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힘 VS 민주당' 2026 세종시 리턴매치, 총성 울린다
  2.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원인 밝혀지지 않았는데 증축 공사?… 행감서 질타
  3. 대전대 사물인터넷 혁신융합대학, 12개 기업과 인재 양성 업무 협약
  4. 세종 '빛축제' 민간 주도 한계...공공 참여 가능할까?
  5. 이중호 "한밭대전, 대전의 고유 e스포츠 축제로 키워야"
  1. "100만 도시 만든다"… 충남도, 국가산단 조성·치의학연 유치 등 천안 발전 견인
  2. 충청 4개 시도 수험생 5만 5281명 응시… 수능 한파 없어
  3. 한화그룹, 2025 한빛대상 시상식... 숨은 공로자 찾아 시상
  4. 서해안 해양치유산업 핵심거점 '태안 해양치유센터' 개관
  5. 충남 태안에 '해양치유센터' 문 연다

헤드라인 뉴스


[2026 수능 현장] "푸는대로 다 맞으리다" 교사·후배들의 따뜻한 응원

[2026 수능 현장] "푸는대로 다 맞으리다" 교사·후배들의 따뜻한 응원

"잘 보고 와요~" "선배님들 화이팅" 2026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3일 오전 7시 20분 홍성고(충남교육청 제65지구 제1시험장) 앞은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갔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춥지 않은 날씨 덕에 수험생들은 옷차림을 가벼웠지만 긴장한 탓인지 표정은 굳어있었다. 배웅에 나선 가족들은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자녀를 수험장에 들여보낸 한 학부모는 "왜 제가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후회 없는 성과가 나왔..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대전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뇌물을 건넨 임대사업자도 함께 구속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대전지역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에서 사업권 낙찰 편의 제공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조합장 A(70대)씨와 임대 사업체 대표 B(50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전지역 주택 재개발 조합의 임대아파트 사업권 낙찰을 위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대사업자 A씨는..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대전지방검철청 홍성지청이 1년간 110명으로부터 94억 원을 편취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4억 2000여만 원을 추가로 밝히는 동시에 보이스피싱 총책의 신원을 확인, 해외 공조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지청은 12일 오전 청내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 기소,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피고인들 전원의 금융계좌·가상자산 계정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특경(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

  •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