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타인은 우주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타인은 우주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 승인 2021-10-04 10:39
  • 신문게재 2021-10-05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명주 충남대 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특유의 자체발광 발랄함으로 세간의 사랑과 비난을 듬뿍 받는 그녀는 오래전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오해를 해명할 의무가 없다!" 칭송만큼이나 비난으로 억울했던 삶의 상처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그녀다운 대담함과 관대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이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엉뚱한 오해로 인해 속상한 경험이 다수리라. 서로 마음을 열었던 사이라면 오해는 더욱 아프다. 그렇거나 말았거나 오해는 필연, 오해로 인하여 마음을 다칠 필요가 없음을 그녀는 오래전 터득했던 모양이다. '나'라는 텍스트는 무한한 해석에 열려있다. 해석 주체에 따라 '나'라는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음을 그녀는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나'라는 텍스트의 총체는 '나'라고 생각하는 '나'조차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불가지(不可知)의 우주다. 하물며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라는 텍스트를 해석하고자 한다면, 해석은 언제나 '나'라는 텍스트의 일면에 집착하거나, '나'라는 텍스트와는 아예 상관없이 해석 주체의 내면이 투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오해는 필연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나'라는 텍스트를 해석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뒷담화 했다고 치자. '이기적'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나'가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실제로 '나'는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기성'은 '나'의 한 부분일 가능성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라서 '이기적'이라고 한 마디로 평가하기엔 매우 복잡한 존재다. '나'라는 텍스트를 '이기적'이라는 단어로 일괄해버리면 '나'라는 텍스트의 총체에 대한 바람직한 해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은 해석자의 권리다. 그래서 그녀 말대로 오해는 권리일 수 있다.

혹은 '이기적'이라는 해석은 '나'라는 텍스트와는 상관없이 해석 주체의 내면이 투사되었을 수도 있다. 소위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여기 해당된다. 누구나 아는 만큼, 관심 있는 만큼, 자신 안에 들어있는 만큼만 보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질투심이 강하면, 다른 사람의 특정 감정도 질투심 때문일 거라고 속단한다. 승진만이 자신이 느끼는 성취감의 척도도 여긴다면 다른 사람의 어떤 기획도 승진을 도모하는 정치적인 노력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릴 것이다. 그러니 해석 주체의 관심사가 투사된 해석은 더더욱 '나'라는 총체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소위 부당하고 부실한 해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나'가 저항할 수 있는 해석은 아니다. 부당하고 부실한 해석조차 해석자의 권리일 수밖에 없다.



해석 주체가 '나'라는 텍스트의 일면을 보았든, 해석 주체의 내면을 투사했든 어떻든 간에, 해석 주체가 지닌 인식의 한계를 그녀는 대담하게 인정할 뿐만 아니라 관대하게 포용한다. 그러니 그녀는 칭송과 비난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었고, 현명하게도 자신에 대한 오해에 일일이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소신껏 사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을 해석하고 해석 당한다. '나'라는 텍스트가 해석 당할 때엔 일면적 해석이든, 해석 주체의 투사든, 해석 주체의 권리를 수용하면서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반대로 내가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입장이 되면 느긋함 이상의 윤리적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타인도 불가지의 우주라는 사실! 그래야 타인에 대한 섣부른 속단을 유보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땐, 나의 내면이 투사되지 않도록 대상에게 정당해야 할 것이며, 결국 타인이란 우주는 속속들이 파악될 수 없다는 인식의 한계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