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축구 열기의 무풍지대 도하 월드컵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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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축구 열기의 무풍지대 도하 월드컵에 거는 기대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승인 2022-02-07 09:46
  • 신문게재 2022-02-08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새해에 학수고대하는 이벤트 중 하나가 동계올림픽과 FIFA 월드컵이다. '베이징 2022'가 그저께 베이징에서 열렸지만, 기대도 관중도 정치인도 보잘것없고, 사실상 이동의 자유도 없는 '기이한' 올림픽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도 11월에 열리는 '색다른' 대회다. 베이징 이벤트는 사실상 정치와 스포츠가 연계된 '소프트파워'의 마지막 수단일 듯하다. 카타르는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자랑스럽지는 못하지만, 월드컵 개최 이유는 충분하다. 적어도 경기장에서 그들의 노동 가치를 알아준다면 말이다.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크게 드러남이 없이 타종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카타르 월드컵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조짐이다. 그런데 축구계 인사들이 이 이벤트를 보이콧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카타르의 도하는 거대한 건설현장이다. 언론 보도로는 카타르가 2010년 월드컵 유치 이후 이곳 현장에서 65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대회장과 인프라 건설에 직결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끄러운 수치다. 인권 단체들은 이런 비극적인 죽음이나 카타르에 만연한 인권 문제에 주목했다.

선수와 관중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온 수십만 명의 값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녹아든 경기장을 누리며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방글라데시, 인도, 티베트, 파키스탄에서 온 대부분 노동자는 월드컵에 1년 앞서 열린 '아랍 컵'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 중 일부는 리오넬 메시가 마지막이 될 월드컵을 위해 그곳에서 뛰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카타르에 무슨 축구 문화가 있냐고 비아냥거려서 서구의 오만함이 이곳에서 갑질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카타르는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하고,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후원하며 축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클럽을 보이콧 하자고 제안하는 서구인은 없을 것이다. 카타르가 축구에 무한 애정을 보인 대목이다. 그러니 이른바 스포츠팀을 인수하고 후원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을 노리는 '스포츠 워싱'과는 무관하다.



피파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아시아에서 딱 한 번 개최되었다. 부끄럽다. 아시아가 다시 개최할 때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이제 카타르 차례다. 우리는 경기장과 인프라가 훌륭할 것이라 확신한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개최한 적이 없는 아랍국가기도 하다. 이는 이 나라가 축구 가족의 일원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축구의 압박이 그곳의 인권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보이콧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축구 선진국의 일부 팀들이 항의했지만, 상징적인 제스처일 뿐이다. 11월에 누구보다 먼저 그들의 팀이 이곳 카타르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타르 2022'의 또 다른 문제는 월드컵이 평소처럼 6월과 7월이 아니라 11월과 12월에 열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주최국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 카타르는 당연히 여름에 월드컵을 개최하여 최적의 에어컨을 제공할 의지가 있었지만, 사막의 더위를 피하겠다는 의지는 축구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그런데 11월과 12월 개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유럽의 프로리그들과 맞물린 탓이다. 또 다른 서구의 오만함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연말은 6월의 긴 클럽 시즌 이후 대개 궁지에 몰린 잉글랜드 같은 국가대표팀에게도 진정한 우승까지 얻을 수 있는 때다.

카타르 대회의 또 다른 특별함은 월드컵이 기본적으로 한 도시(도하)에서만 열린다는 점이다. 이는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을 고려하더라도 이로울 수 있다. 유럽대륙 전체를 흥분시키는 유로 2020에 변화를 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카타르에게는 멋진 도약의 기회가 포착된 셈이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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