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사라진 소제방죽의 도깨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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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사라진 소제방죽의 도깨비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 회장

  • 승인 2022-05-25 10:56
  • 신문게재 2022-05-26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백남우=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 회장
대전은 도시가 열리기 이전까지 대전 천변의 한촌에 불과했다. 일제강점기 대전에 거주했던 일본인 다나카 이치노스케가 1917년 편찬한 '조선대전발전지'에는 "대전은 잡초가 무성한 들판과 강가의 모래밭을 메워 만든 땅이며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낮은 지형이다"라고 서술했다. 이렇게 작고 한적한 작은 촌락에 불과하던 대전이 어떻게 큰 도시로 발전하였을까?

대전은 경부선 철도의 부설로 인해 본격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호남선의 통과 역시 대전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철도는 일제의 조선과 만주 식민정책의 근간이 되는'속성사업'이었으며 도시화와 근대화를 이끄는 동력이었다. 철도의 통과로 교통의 중심지이자 교차지가 된 대전은 인구가 집중됐다. 특히 일본인의 이주와 정착하는 속도가 빠르게 이뤄졌다. 처음 대전역 준공은 1904년 6월이었고 원동 인근의 간이역으로 실제 개통일은 1905년 5월 25일이었다.

대전역 동편에는 소제동 마을이 있다. 이 소제동 마을에는 지역사람들에게는 개나리방죽으로 불리는 소제방죽이 있었던 곳이다. 소제(蘇堤)라는 이름은 중국 항주의 서호 소제(蘇堤)와 견줄 수 있는 풍광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통시대에 이 방죽은 호반에 버드나무와 연꽃이 만발하여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연원도 찰방을 지낸 박계립(1600~1671)의 삼매당(三梅堂)과 조선시대 명유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기국정(杞菊亭)이 호반에 자리해서 그 명성을 더 했다.

소제호는 경관도 경관이지만 크기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유명했다. '회덕읍지'에는 '소제호의 둘레가 2,618자 깊이는 5자'로 면적은 축구장 5개 반 정도의 크기이다. 또 '조선환여승람;에는 '소제의 물은 깊고 거기서 나는 고체(개나리)는 맛이 아주 좋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여러 지리지는 물론 조선시대의 고지도에도 소제호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금으로 치면 소제호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던 셈이다.

이렇듯 오랫동안 전통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소제동은 경부선 철도 개통 이후 큰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처음에 역이 세워질 때 대전의 일본인의 수는 불과 188명에 지나지 않았다. 5년 뒤인 1909년에는 대전역 일대는 완전히 일본인 촌이 형성되어 그 인구는 무려 2,500명에 이르렀다. 대전역 인근에는 일본인 철도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노동자들의 관사도 설립되기 시작했다.

1907년 소제호가 있는 뒷산인 소제산에 일본인들은 그 경관을 이용해 대전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소제공원을 만들었다. 또한 우암의 사당이 있는 뒷산에 태신궁(太神宮)을 세우고, 1920년대부터는 소제호 주변에 철도관사촌이 들어섰다. 1927년에는 대전천과 지천의 범람으로 큰 피해를 겪게 되자, 소제호를 매립하고 새로이 대동천을 뚫어 소제호 주변의 경관은 전통시대와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대전시 동구에 있는 우암사적공원 안에는 남간정사와 기국정이 서로 불편한 모습으로 들어서 있다. 소제호의 매립과 대동천이 뚫리며 전통시대의 경관이 사라지고 기국정이 소제동에서 옮겨오면서 생긴 풍경이다. 인근에 1970년대 옮겨온 삼매당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삼매당 팔경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제동은 전통시대부터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해온 아픈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어린 유회당을 가마 태우고 횃불을 들었던 소제호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앞으로 조성될 소제중앙공원에 기국정의 복원과 삼매당의 이전으로 도깨비들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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