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만큼 훌륭한 사람이 막상 청문회에서는 탈탈 털리면서 망가지는 모습을 가끔 접하는데, 만약 그 분이 장관 되겠다고 욕심 부리지 않았다면 잘 살지 않았을까? 사는 집 구하고 자식들 좋은 학교 보낼 마음으로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위장 전입, 다운 계약서가 비일비재했다. 그런 사람 중에 나도 포함된다. 요즘은 그런 전력이 큰 흠이 된다. 심지어 음주운전 경력이 출세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인생의 목표를 장관으로 정하고 살았다면 스스로의 경력을 관리하고 망신 당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조심해서 살았을 것이다. '늘공'이라고 불리는 공직자들은 대부분 이런 흠결이 없다고 한다. 공직자인 친구에게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한총리는 공직자로 생활하는 동안 단 한 조각의 흠결도 없기로 유명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능력도 출중하지만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한 톨 나지 않도록 자신과 가족의 경력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총리 인준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대두되었던 건들은 모두 공직에서 은퇴한 뒤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4명의 대통령을 모셨고, 이제 5번째 대통령 임기에 요직을 맡게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력 관리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열심히 살다 보니 출세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승진하다 한계를 경험했지만 계속 욕심 부리는 사람들이다. 혼자 하는 일에는 대단한 업적을 냈지만 승진해서 부하 직원들을 거느리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들도 많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출세하는 사람들과 망가지는 사람들 소식을 접한다. '루나'라는 애꿎게도 달 이름을 망가뜨리는 코인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대박에서 쪽박으로 몰아넣은 사람도 있고,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이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잘 산다'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네 범부(凡夫)에게는 '잘 먹고 잘 쓰고 좋은 집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크든 작든 인생의 목표를 갖고 있다. '출세하고 재벌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저 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범인(凡人)에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출세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대단히 큰 노력을 한 사람일 터이다. 물론 너무 운이 좋아 출세하는 경우도 드물게 보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 목표가 세속적이면서 출세 의지가 너무 강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살면서 보게 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제일 모르는 사람이 바로 본인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할까? 당장 눈 앞의 '목적'에 함몰되어 편법, 탈법, 불법을 저지르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바르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주변을 돌아보고, 때로는 뒤도 돌아보면서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려 노력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최명희문학관 입구에 써 있는 글을 보았다. "사람은 누구라도 앞모습 보다 뒷모습이 실해야 한다. 살고 난 뒷자리도 마찬가지이다." 살면서 죽을 때를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잘 살고 잘 죽자는 뜻일 것이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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