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당신의 밥상은 안녕한가요?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당신의 밥상은 안녕한가요?

  • 승인 2023-02-15 08:43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GettyImages-a12210516
게티이미지 제공
겨울이 오면 으레 동네 골목엔 붕어빵 장수가 있다. 고소한 냄새를 풍겨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던 붕어빵. 단돈 천원에 4~5개로 이것만 먹어도 뱃속이 든든했다. 며칠 전 동네 마트 뒤 후미진 골목에 붕어빵 장수가 있는 걸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붕어빵 천원어치 달라고 하니 딱 두 마리였다. 아주머니는 "작년엔 세 개였는데 올핸 두 개여. 값이 오르니까 사먹는 사람이 팍 줄었어요"라며 이 장사도 못해 먹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붕어빵 기계 측면에 붙은 '붕어빵 장사 하실 분'이라고 쓰인 종이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서민의 간식 붕어빵. 붕어빵을 베어먹으면 바삭한 지느러미와 부드러운 몸통이 입 안 가득 차면서 뜨거운 팥 앙금으로 입천장을 데기 일쑤다. 이젠 그 붕어빵도 귀하신 몸이 됐다.

고물가 시대다. 전기, 가스, 대중교통 요금 등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됐다. 1년 새 폭등한 난방비 청구서가 뉴스에 나오는 촌극도 벌어졌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코로나 19로 서민들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왔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세계 정세로 물가까지 치솟아 서민의 고통은 끝모를 줄 모른다. 10년 전엔 과자 한 아름을 사도 5천원이 안됐다. 이제 천원 김밥은 옛말이고 분식집 라면도 5천원이다. 마트에 가면 물가 상승 체감도를 실감한다. 지난 주말 대기업 슈퍼마켓에 갔다가 얇게 자른 생연어 160g 짜리를 집었다 도로 놓았다. 9990원이었다. 훈제 오리도 한 팩에 1만6900원. 재작년엔 6900원이었는데. 한우 국거리는 1만4900원. 나 혼자 한끼 먹을 분량이다. 내 월급으론 선뜻 사기 힘든 가격이다.

박봉의 월급쟁이인지라 절약이 몸에 뱄다. 조금이라도 싼 값에 사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동네 마트와 재래시장, 회사 근처 마트가 대상이다. 우리 동네엔 마트가 두 곳이 있는데 거기선 주로 과일을 산다. 신선도가 약간 떨어지거나 못난이 과일을 파격가로 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엔 대봉시 한 상자에 2만원 하는 걸 9900원에 사서 알차게 먹었다. 나중엔 6900원에 팔아 웬 떡이냐 싶었다. 갈색 점이 생긴 바나나도 쏠쏠하고 귤도 득템하는 경우가 많다. 금요장터는 농수산물이 제격이다. 시골에서 직접 가꾼 농산물을 가져와 팔기 때문에 싱싱하고 덤도 많이 준다. 배는 서대산 아래 과수원 할아버지, 여름철 참외는 경상도 아저씨, 나물이나 청국장은 금산 진산에서 오는 아주머니, 생선은 씩씩하고 싹싹한 열혈청년…. 아침마다 수제 요거트를 먹어서 우유도 자주 산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우유를 30~40% 할인하는 곳이 있다. 치즈도 마찬가지. 나의 짠내 나는 소비는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국민일보는 지지난해 가을 '빈자의 식탁-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라는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저소득층의 밥상을 생생히 보여줬다. 지난해엔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란 책으로도 나왔다. 일주일 동안 거의 라면만 먹거나 하루 두 끼 혹은 한끼만 먹는 사람들. 과일을 몇 년 동안 먹어보지 못한 여성. 물에 설탕만 넣은 국수를 먹는 중년의 사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괴로웠다. TV 먹방 프로그램에선 출연자들이 돼지갈비나 솥뚜껑만한 스테이크를 야수처럼 먹어치우고 먹고 난 초밥 접시는 산더미다. 한 쪽에선 배터지게 먹고 한쪽에선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빈자의 식탁'에 나왔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먹고 살까. 라면 값도 올랐는데. 나아졌으면 다행이지만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번 무너지면 일어서기 힘든 세상이다. 약자에게 냉혹한 윤석열 정부에선 더더욱.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