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헤이! 미스터 발자크, 얼죽아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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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식탐] 헤이! 미스터 발자크, 얼죽아 콜?

  • 승인 2023-03-29 09:40
  • 수정 2023-03-29 10:47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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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국제상품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커피. 인류의 커피사랑은 지독하다. 조선말 고종도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가베'를 맛보고 홀딱 반해 커피 애호가가 됐다. 발자크의 커피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발자크는 하루 18시간 동안 글을 썼다. 그는 미친 듯이 써댔다. 한밤중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체력의 한계가 오면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또 글쓰기. 문학 노동자 발자크는 하루 일과가 글쓰기, 커피, 글쓰기, 커피의 반복이었다. 그 커피를 하루에 50잔을 마신 적도 있다니 몸이 성할 리가 없었다. 결국 51세에 생을 마감했다.

지금은 카페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이전엔 다방이 그 역할을 했다. 이름하여 '다방커피'다. 취향이 제각각이지만 커피-설탕-프림의 비율이 핵심이다. 인스턴트 커피가 나오면서 다방이 호황을 누렸다. 다방에선 마담과 레지가 커피를 팔고 배달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내가 신문사 입사했을 때만도 사무실에서 다방 커피를 배달시켜 먹었다. 단골 다방이 있었는데 중년의 사장 겸 마담이 교양있어 보이는 분위기인데다 인심도 후했다. 하루는 꽃무늬가 있는 차분한 색조의 시폰 원피스를 입고 왔다. 그런데 모 부장이 입는 것과 똑같은 원피스였다. 이럴 수가! 그 부장은 브랜드 옷이나 고급 의상실에서 맞춰 입는 멋쟁이였다. 능력있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부장은 김이 팍 샜고 머쓱한 우리도 숨죽이며 킬킬거렸다.

스타벅스는 한국의 커피마니아들에겐 성지나 다름없었다. 한국에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온 건 1999년이다. 당시엔 이 곳에서 커피 한번 마셔봐야 커피 좀 안다고 하는 시대 분위기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서울 사는 친구 덕분에 나도 일찌감치 스타벅스를 접수했다. 2000년 가을, 친구는 자유의 몸이 된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서울로 불러들여 온갖 맛난 것을 먹여줬다. 친구는 내 손을 끌고 먼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두툼한 스테이크와 함께 별의별 요리가 다 나와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목까지 차도록 먹었지만 결국 남기고 말았다. 다음엔 스타벅스. 커피 맛을 모르는 나로선 특별할 게 없었다. 그저 쓰디 쓰기만 할 뿐.

'별다방'이라 불리는 스타벅스는 이제 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됐다. 스타벅스의 확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현재 스타벅스 코리아 멤버십 회원이 1000만명을 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매장을 열었다. 고급 원두커피를 저렴한 값에 선사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먹혀 승승장구했다. 커피업계에서 별처럼 빛나는 스타벅스는 비난도 잇따랐다. 스타벅스 역시 세계를 정복하려는 제국주의적 야심이 강하다. 거기다 커피 생산지 후진국의 값싼 노동으로 부를 쌓기 때문이다.



커피의 매력이 뭘까. 좀 비싼 체인점 커피 한 잔 가격은 밥값과 맞먹는다. 그런데도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카페로 우르르 몰려가는 건 일상 풍경이다. 커피를 사들고 출근하는 모습도 익숙해졌다. 커피는 개인의 취향이다. 취향은 다분히 모순적이다. 남과 달라지고 싶을 때 또는 남과 같아지고 싶을 때 취향은 발현한다. 커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은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진정한 커피로 친다. 밍밍한 아메리카노는 대놓고 무시한다. 한국은 독특한 커피문화를 탄생시켰다. '얼죽아'. 한국인의 찐 취향이다. 나는 카페인에 민감해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 해서 점심 먹고 난 후의 졸음에 속수무책이다. 이런 나도 찬바람이 부는 가을엔 무장해제 된다. 노란색 봉지의 커피믹스 한 잔! 그윽하고 달콤한 향이 기가 막히다. 외국인도 반한 맛 아닌가. 그리곤 뱃속의 커피를 희석시키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악마의 유혹'은 대단하다.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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