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9. 마을합창단을 활성화하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9. 마을합창단을 활성화하자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5-18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대전은 합창의 도시입니다. 이 말이 바로 와 닿지 않은가요? 그러나 분명한 근거가 있습니다. 일단, 대전은 국내 유일한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를 29년째 주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0월에 이 대회가 열리는데, '대통령상'을 겨냥해 전국의 유명 합창단이 모여 불꽃 튀는 경연을 벌이지요. 어느 도시나 교회, 학교, 또는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이 있지만, 대전이 타 도시와 다른 점은 대부분의 동(洞)에 '마을합창단'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대전 마을합창단은 성악 전공자로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노래 실력을 테스트하지도 않습니다. 희망하는 동민(洞民)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중년 주부들이 위주가 되고 80대의 할머니도 참여하지요. 평소 지역을 위한 공연이나 지역별로 발표회가 있어서 꾸준히 연습합니다, 처음에 음치 수준의 사람들도 나중에는 제법 좋은 소리를 내게 되고, 발표회 때는 무대복을 입고 나가 뽐내요. 모여서 연습할 때는 동네 분들이 간식이나 식사도 대접하기 때문에 사기가 올라 있는 합창단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이것 자체가 화합이고 협동이 아닌가요?



합창은 여럿이 같이 부르는 노래로 쉽게 설명할 수 있겠으나, 정확하게 설명하면 합창의 기본 형태는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혼성 4부 합창입니다. 소리의 성질에 따라 어린이·남성·여성합창 등으로 나눌 수도 있지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합창이 시작되었으나, 우리나라는 1910년경 황성기독교청년회 내에 경성 합창단이 최초의 합창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전에서 합창을 강조하는 것은 합창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합창은 나만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파트나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어울려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사실, 각기 다른 파트나 어느 개인이 자신들의 소리만 강조하면, 하모니가 이뤄질 수 없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와도 부합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자기 목소리만 강조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화합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합창은 공동체에서 요구되는 경청, 공감, 그리고 인정이라는 덕목이고, 이것은 '소리의 어울림'인 것입니다. 공동체 내에서도 각기 다른 주장이나 의견이 있지만,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옆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화합이 이뤄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대전 마을합창단은 '화합과 협동의 상징'이며, 이것이 대전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뭐니 뭐니해도 합창의 최고봉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입니다. 독일의 시인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음을 붙인 것이지요.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은 사랑, 평화, 환희를 주제로 해서 휴머니즘과 동포애를 노래한 곡으로 유명합니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초연은 1824년 5월 7일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행해졌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은 등 뒤에서 일어나는 청중의 환성과 박수를 전혀 느끼지 못했지요. 겨우 단원의 도움으로 뒤로 돌아 박수 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그런데도 곰처럼 무뚝뚝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귀가 들리지 않는 지휘자와 청중 간의 교감 현장을 환희와 연민의 도가니로 만들었다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대전이 지향하는 정신은 '합창의 정신'입니다. 이것은 대전의 특징인 멜팅포트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전 마을합창단이 더욱 활성화되어, 대전의 곳곳에서 합창 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