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래도 맨투맨은 유효하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그래도 맨투맨은 유효하다

진동희 NH농협생명 농협세종교육원 부원장

  • 승인 2023-06-29 08:44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진동희 부원장(수정)
진동희 NH농협생명 농협세종교육원 부원장
며칠 전 가상공간에서 부동산을 사고파는 메타버스 관련 기사를 봤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한 신조어로, 언론에서는 연일 디지털 가상 세계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처럼 보험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동안 보험은 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보험상품이 출시됐고, 여기서 더 나아가 보험과 IT(정보기술)를 결합해 개인의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도 판매 중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일으키는 혁신이 보험업계도 조금씩 바꾸고 있지만, 그래도 보험 영역의 변화 속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더디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보험이 갖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보험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어느 보험 마케팅 연구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설문의 내용은 방금 보험을 가입하고 나오는 소비자 1000명에게 보험 가입동기를 묻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보험이 필요해서요" "상품이 좋아 보여서요"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요" 등의 답변을 했을 것 같지만, 무려 80%가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직원이 꼭 가입하라고 열심히 권유해서요"



공감이 가시는가? 더 멋진 대답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싱겁게도 직원이 보험 가입을 열심히 권유해서 가입했다니…. 한 번쯤 보험 가입을 권유받아본 경험이 있는 분 이라면 저 대답이 이해가 되셨으리라. 생각해보시라. 살면서 '난 지금 보험을 가입해야겠어'라고 마음을 먹고 보험에 가입해본 적이 있는가(자동차보험 같은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지금 몸이 너무 안 좋은데 보험 가입해야 할 것 같아' '옆집 사는 누구는 보험에 가입했다는데 나도 얼른 가입해야겠는걸' 이런 결심으로 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시면 되겠다. 과연 있으신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고, 식당에선 로봇의 서빙을 받으며,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금융거래부터 먼 외국의 호텔 예약까지 가능한 이 시대에도 우리의 보험 가입은 변화가 더디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딜 것 같아 보인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두렵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과대한 낙관'과 '도래하지 않은 손실에 대한 불감증', 나아가 '극도의 보험 혐오증' 등일 것이다.

보험은 철저하게 타인의 권유, 즉 자기 자신과 가족에 닥칠 위험을 스스로 연상하기보다는 누군가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근거를 토대로 구체화해줄 때 비로소 가입에 대한 필요성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매일 뉴스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숫자를 보여주고 암에 걸리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들어도, 사람들은 이러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실에 귀 기울이거나 깊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더 발달 된 보험 안내 수단이 등장한다고 해도, 보험 가입이 빠르게 흐르는 세상만큼 혁신적으로 바뀌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맨투맨(man to man)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보험 권유 및 가입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차가운 기계가 아닌, 같은 입장과 처지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난 주말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겸 영화를 봤다. 영화의 제목은 <영주>로,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부모를 잃은 남매의 경제적 고통과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다뤘다.

세상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좋게만 변해갈 것 같은 지금에도, 이렇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경제적 고통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죽는다는 당연한 현실을 잠시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진동희 NH농협생명 농협세종교육원 부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해운대 겨울밤 별의 물결이 밀려오다 '해운대빛축제'
  2.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3. [2026 수능]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4. [2026 수능] 황금돼지띠 고3 수험생 몰려…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5. [2026 수능] 분실한 수험표 찾아주고 시험장 긴급 수송…경찰도 '진땀'
  1.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2.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3.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4.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5.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