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27. 천재와 광기(狂氣)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27. 천재와 광기(狂氣)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7-1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에디슨은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도 "90퍼센트의 땀과 10퍼센트의 영감"이라고 말함으로써 땀과 영감의 비율을 조정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후천적 노력이 천재적 성과에 더욱 기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평생 천재 연구에 몰두한 앤드루 로빈슨도 '타고난 천재'나 어느 날 갑자기 위대한 발견을 성취하는 '깜짝 천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천재는 "타고난 재능과 그것을 배양하는 노력"이라는 요소가 적절히 결합할 때 나타나는 존재라고 말하였습니다. 따라서 천재는 후천적인 '땀'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더욱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늘, 탐구하고 싶은 것은 정신질환을 포함한 광기(狂氣)는 천재성을 증가시키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미치광이의 광기와 시인의 창조성은 심리적으로 공통의 기반 위에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즉 "광인, 연인, 시인/ 이 모두는 상상력 속에 뭉뚱그려지나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가 창조적 업적을 남긴 이른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 병력을 조사했습니다. 네틀은 헨델, 고흐, 버지니아 울프 등 예술 창조자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분석하면서 결론적으로 서구 문명의 전형은 대부분 광기가 있었던 인물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지요.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네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던 바이런, 슈만, 고흐의 자기 파괴적인 삶과 예술은 광기와 천재성 사이의 연관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반면 앤드루 로빈슨의 '천재의 탄생'에서 언급된 10명 중 다윈이나 아인슈타인 등 5명은 정신병 증상이 있고, 다빈치나 모차르트 등 5명은 정신 병력이 없다고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 123명의 예술가를 분석한 조사에 의하면 "우울증 기질이나 현대적 개념의 과민하고 소외된 기질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연구는 심리학자 와이즈 버그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슈만과 디킨슨이라는 저명한 두 예술가에 대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조울증(躁鬱症)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디킨슨의 증세가 슈만보다는 약했다고 합니다. 슈만은 한 번 이상 자살을 시도했으며 결국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굶주림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디킨슨은 슈만보다는 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그도 20년 가까이 은둔생활을 했지요. 슈만은 최대 작품을 만들어 낸 시기가 두 번 있었는데 (1840년과 1849년) 이때는 둘 다 조증(躁症)의 해로 각각 평년작을 훨씬 상회하는 25개 이상의 곡을 썼습니다. 당연히 1840년은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한 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지요. (앤드루 로빈슨 참조) 그런데 작곡의 양은 많았지만 조증 상태에서 작곡한 음악이 우울증에 빠졌을 때 쓴 곡과 비교하여 더 뛰어나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즉 슈만은 조증 시기에 왕성한 작곡 의지를 보였지만 그것이 창조의 질을 개선시키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에 비해 디킨슨은 조증 시기에 평소보다 작품의 수나 질적에서 우수하다는 증거가 나타나서 슈만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신 장애와 창조성 간의 결정적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대체로 광기에는 천재성에 관해 무언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는 정도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시급...대한민국 악순환 끊는 해법
  2.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정책 포럼 성료…“AI는 동반 예술가”
  3. [대전다문화] ‘와글와글 가족 페스티벌’에 작은 손길을 더하다
  4. [대전다문화] 자유의 시작, 필리핀 독립기념일 이야기
  5. 가원학교 진동 원인 에어컨 실외기? 다음날엔 감지 안 됐다
  1. [대전다문화] 올여름, 로하스 야외수영장으로 시원한 물놀이 어떠세요?
  2. [대전다문화] '6월에 결혼하면 행복해진다' ? 일본에서 온 작은 속설 이야기
  3. [대전다문화] '아이의 미래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4.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장마철 침수 우려 지역 점검
  5. 대전충남지방병무청, 나사렛새꿈학교 사회복무요원 격려

헤드라인 뉴스


"해부수 이전 부적절"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강력 반발

"해부수 이전 부적절"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강력 반발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 해양수산부 부산이전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중도일보가 해수부 탈(脫) 세종을 막기 위해 충청권 시도 공조가 시급하다고 보도(6월 12일자 1면)한 뒤 전격 회동한 자리에서 해수부 사수 의지를 다진 것이다. 충청 시도지사들은 또 야당 일각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경남 사천 이전 시도에 대해서도 정부의 공식 입장이 없지만 향후 강력하게 대응키로 했다. 지역 성장동력 양대 축인 세종 행정수도와..

검찰, 추행 혐의 송활섭 대전시의원 징역 1년 구형
검찰, 추행 혐의 송활섭 대전시의원 징역 1년 구형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활섭 대전시의원에 대해 검찰이 징역의 실형을 구형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이미나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송활섭 시의원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송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힘 소속이면서 같은 캠프 여직원의 엉덩이를 몇 차례 만지고 손을 잡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송 의원 측은 일부 신체 접촉은 있었을 수 있지만 추행의 의도..

미분양 아파트 정부가 매입…건설 경기 살아날까
미분양 아파트 정부가 매입…건설 경기 살아날까

정부가 침체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 특히 건설 경기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을 정부 차원에서의 환매조건부 매입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이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지방 도시에서 심화하는 건설 경기 침체 현상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2조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미분양 주택 환매,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착공, 중소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맹물` 짝퉁 화장품 유통시킨 일당 검거 '맹물' 짝퉁 화장품 유통시킨 일당 검거

  • 이른 장마 시작…차수막으로 대비 철저 이른 장마 시작…차수막으로 대비 철저

  • 취약계층에 건강한 여름 선물 취약계층에 건강한 여름 선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영면 하소서’ 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영면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