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오펜하이머'에 담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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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오펜하이머'에 담긴 메시지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8-21 10:26
  • 신문게재 2023-08-2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성만 교수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광복절에 맞춰 개봉한 영화가 '오펜하이머'다. 이론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 최초의 원폭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러니 원폭 영화일까? 아니다. 원폭 투하의 후광으로 우리가 광복을 맞이한 긍정적 측면 외에 민간인 살상 등의 부정적 측면도 기억하고 사유케 한다. 오펜하이머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인용한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이 이를 대변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1942년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 책임자가 된다.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가 프로젝트의 주 거점이다. 최초의 원폭을 개발하는 동안 수백 명의 과학자들은 문명을 등진 이곳 사막이란 시공간에서 '결박된 프로메테우스'가 된다. 지금은 그게 목표였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비밀스럽고 평화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고립의 또 다른 목표는 도덕적 우려를 없애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 그대로 거품 속에 수년 동안 머물다 보면 한 가지에만 너무 집중하여 주변의 모든 것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폭은 독창적인 정신의 산물이니 자랑스러운 것이 된다. 과학적 프로젝트 그 이상은 아닌 것이 된다. 그러면 책임 있는 과학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도덕적 양심의 가책도 없어지는 것일까?

1945년 7월 16일, 오펜하이머는 앨러모고도 근처에서 실시한 '트리니티 실험'의 성공을 지켜본 후, 자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깊은 감동과 동시에 큰 충격을 받는다. 모순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쟁 후 더 이상의 폭탄 개발에 반대하고 무기 정책에 대한 가장 혹독한 비평가 중 한 사람이 된다. 이 영화의 구조는 이를 관객인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오펜하이머는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냉소주의자, 좌파 사상가, 그리고 이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였다고. 물론 놀란 감독은 영화에서 오펜하이머와 원폭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제시하려 한다. 그는 이전에 했던 진술들을 반박하거나 변화된, 새로운 빛으로 나타나게 한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도덕적 고민을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지친 미소와 오펜하이머가 흘릴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만 건넨다. 그리고 오펜하이머에게 뛰어난 과학자가 스스로 알아야 할 진실을 알려준다. 아무도 누가 폭탄을 만들었는지 묻지는 않겠지만, 누가 폭탄을 떨어뜨렸는지는 모두가 묻는다고 말이다.



이 영화는 볼거리 외에도 특히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성향에 주목한다. 전쟁 중의 미국을 넘어 공산주의를 두려워하는 미국의 모습에 천착한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이지만, 지배적인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나 반역자로 간주한다. 주인공도 냉전 기간 동안 FBI와 조지프 매카시가 이끄는 반(反)공산주의자의 표적이 된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상원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에 소환된다. 실제의 오펜하이머가 1954년에 그러했듯이. 영화는 이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과 함께 미국 사회에 드리운 반공주의적 '적색공포'와 '매카시즘'에 접목시킨다. 음모론, 애국심, 선전, 협박 등으로 뒤엉킨 미국이 실제로 싸운 이념은 공산주의였다. '오펜하이머'는 이 모든 문제들을 외연적으로는 원폭 발명자의 전기 영화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이 정녕 파고든 것은 원폭의 개발 과정을 넘어 미국이 그 핵폭탄을 다루는 방식과 당시의 사회·정치적 흐름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해체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참고로, 오펜하이머는 1963년 매카시, 스트로스, 아이젠하워 대통령 치하에서 겪은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원자력 프로그램의 이론 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엔리코 페르미 상을 받았다. 이 시기에 그는 도덕, 과학, 정치 사이의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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