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제조업 디지털전환, 기술서비스 산업과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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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제조업 디지털전환, 기술서비스 산업과 병행해야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 승인 2023-10-26 16:48
  • 신문게재 2023-10-2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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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제조강국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혁신 부재, 대중 무역의존성 심화, 인력 고령화로 독일 GDP의 27%를 차지하는 제조 경쟁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 및 발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산업용 전기세 증가도 수출기반 제조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독일의 성공 모델을 지향해 온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시자료에 따르면, 2020년 고숙련·저숙련 노동자는 각각 4.4만 명, 1.4만 명 증가했지만, 중숙련 노동자의 취업자 수는 11만 명 감소했다. 기술노하우 전수의 핵심인 중숙련 노동자의 이탈은 신진 제조인력의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산업용 전력소비량 증가율도 OECD국가 중 2위를 차지, 제조업 근간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내·외부 환경의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 IT 분야와 제조·생산 분야가 융합된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제조공정의 자동화뿐 아니라 고급인력 교육·양성, 지속가능한 노동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이 주요 목표다. 일본, EU국가들은 물론 중국마저 Industry 4.0 시대의 선두주자가가 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ICT·정보통신 분야의 우수인력을 활용해 전통 제조업을 탈바꿈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몇몇 기업에서 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호에 비해 신산업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독일 SAP 전 사장인 헤니히 카거만은 2013년 Industry 4.0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제조 노하우를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외제품 수요에 맞춘 현지 생산·제작·판매 수요와 공급 사이의 물류비 감소가 제조단가 절감 및 혁신의 핵심이라는 것이 골자다. 언뜻 보면 제조-IT로 이어지는 융합기술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작업자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디지털 서비스화에만 집중돼 있을 뿐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사업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해야 한다. 기업들은 IT기술이 제조 데이터의 저장·관리·활용을 보조하고, 평가결과를 통한 제조공정 예측을 제공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고숙련자의 판단을 통한 제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 작업자들은 IT 모듈 및 시스템이 통제 가능한 디지털 자료로서 작업자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작업자가 일일이 기록하며 관리 불가능한 작업 순서에 맞춰 제조공정에 투입될 때 제안·경고·알림·지원 역할을 하는 일종의 비서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조공정과 사람', 혹은 '제조공정과 IT기술'로 이분화되던 것에서 벗어나 '제조공정과 사람, 그리고 IT기술'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제조 정체성(Manufacutring Identity)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제조 정체성이 고려된 디지털 전환은 현장 적용뿐 아니라 신산업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일례로 작업자의 작업일지·평가결과·예측모델·제어가 모두 결합된 제조 IT 모듈을 개발할 경우 제조장비 탑재 수준을 넘어 스마트 장비 개발도 가능하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IT 모듈과 SW 개발을 통해 신기술에 대한 협력네트워크를 발굴하고, 스마트 장비 및 판매와 관련한 새로운 산업군도 형성될 수 있다. 동시에 스마트 제조장비 판매와 함께 제조업체의 장비운영 교육 및 숙련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서비스 사업화가 가능하다. 장비 수요처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구독 서비스를 국내·외로 확산하고, 장비운영 및 개선사항에 대한 신속한 피드백 체계를 통해 장비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도 있다.

제조업에 IT기술만 도입되면 저절로 새로운 산업군이 창출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은 버려야 한다. 작업자를 대체해 기업의 경영 효율성만 높이는 디지털 전환도 위험하다. 제조현장에서는 장비를 운영하고 기술노하우를 보유한 작업자가 핵심이고, 그들의 데이터를 가공해 서비스화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의 최종 지향점이 돼야 할 것이다.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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