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3-질긴 쇠심줄로 끓인 부드럽고 쫄깃한 하누연 ‘스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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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13-질긴 쇠심줄로 끓인 부드럽고 쫄깃한 하누연 ‘스찌개’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11-13 09:5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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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감곡 하누연 '스찌개 해장국'
충북 음성에 '스찌개'가 있다 하여 충북 음성군 감곡면 가곡로228을 찾았다. 중부고속도로 청원방면 감곡IC를 빠져나가 좌회전하여 약 3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 집의 주메뉴는 '스찌개해장국'과 '스찌개전골'이다. "스?, 뭘까?" 그 의문은 직접 음식을 대하자 말자 금방 풀렸다. '스지'에서 '지'자를 빼고 '스'라고 한 것이다. '스지'는 외식업계에서 '소 힘줄'을 일본어 '스지[筋(すじ)]'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일반화 된 외래어다. 마치 '복국'을 '복지리(鰒じる)'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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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 스찌개
이 집의 메뉴 중 '스찌개'는 '맑은스찌개'와 '얼큰스찌개' 두 가지가 있다. 필자는 '맑은 스찌개'를 시켰다. '소 힘줄'과 느타리버섯, 배추 잎, 부추가 들어간 것 같고 국물은 깔끔하면서 진한 맛이 나는 것이 맛있었다.

여럿이 오면 '스찌개전골'도 괜찮을 것 같고 이 집에서 말하는 '스지', '도가니', '양지'가 들어간 '스지수육'도 술안주로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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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스찌개
음성군은 국내 최대의 도축시설과 축산물공판장이 있는 곳으로 국내 한우 도축량의 20%로 전국 1위를 차지함에 따라 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가격이 전국 한우고기 가격형성에 기준이 되고 한우 유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의 정육은 물론 부산물 등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런 탓인지 음성은 한우고기집은 물론 순댓집 등 소의 부속물을 이용한 맛집들이 많은 곳이다.

일본 말 '스지'라 부르는 '소 힘줄'이 고문헌에는 '우근'으로 적혀있다. '우근'은 소의 힘줄과 그 주변의 근육부위이고 보통 뒷다리의 힘줄을 뜻하는데, 요즘은 앞다리와 뒷다리 근막을 포함한 힘줄을 모두 '우근'이라 한다. 소의 아킬레스건과 채끝, 설깃 등 군데군데 붙은 부위다. 이렇듯 '우근'은 뼈와 근육을 연결해 주는 부위이다.

'도가니'는 무릎뼈와 소의 볼기에 붙은 고기를 말하고 무릎뼈와 발목의 연골 주변을 감싸고 있는 특수부위를 말한다. 즉 뼈와 뼈를 연결해 주는 관절 및 연골 부위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고려(高麗) 11대 문종(文宗 21년) 1067년 '6월에 제하여 여러 주·군에서 해마다 공물로 바치는 소의 가죽·힘줄·뿔은 값을 쳐서 평포(平布)로 납부하게 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여기서 소의 가죽·힘줄·뿔은 활(弓)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였던 것이다.

특히 소의 힘줄[正筋]은 질겨서 활시위 즉 활줄[弓弦絲]을 만드는데 쓰일 뿐만 아니라 최대로 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활대를 만드는데도 필요한 귀한 재료다.

소힘줄은 활대, 활시위는 물론 화살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모든 궁시의 힘은 소힘줄에서 나오는데, 대나무 중에서도 화살대로 쓰이는 폭이 좁은 '시누대'를 깎아 양 끝에 실 모양으로 푼 소힘줄을 감고 어교(생선 부레로 만든 풀)로 붙이면 화살이 제아무리 빨라도 부러지지 않고 철판까지 뚫는 강한 힘이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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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찌개 해장국
죽궁(竹弓) 하나 만드는데, 소심줄〔牛筋〕 3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景慕宮樂器造成廳儀軌)』, 『선조실록(宣祖實錄)』 91권, 선조 30년(1597년) 8월 6일자에 중국이 군자금을 지원해준 것을 감사하는 표문이 보이는데, '배신 예조 참판 권협이 북경에서 돌아왔는데, 중국에 올린 표문(表文)은 다음과 같다.

"성상께서 우리나라가 왜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진념(軫念)하시어 특별히 태복(太僕)의 은냥(銀兩)을 하사하고 염초(焰硝)·유황(硫黃)·궁면(弓面)·우근(牛筋) 등 각종 재료를 구매하여 전용(戰用)에 보태도록 허락하여 주시니…"라고 나오고,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에 있는 1894년 11월 21일부터 1895년 1월 22일까지 김산(金山) 소모영에서 생산한 문서 및 각급 기관에서 김산 소모영으로 보낸 문서를 소모사인 조시영(曺始永1843∼1912)이 순서대로 정리한 『소모사실(召募事實)』12월 15일 각 읍에 보낸 감결 "군문(軍門)을 갓 설치한 상황에 큰 도적이 거의 임박한 위기를 맞았다. 일후에 병정을 움직일 경우, 허다한 약환을 취해 쓸 길이 없으니, 각 읍에 정세한 것과 거친 것을 분배하되 본읍에 배정된 것은 후록(後錄)하여 감결(甘結)을 발송하였은즉 감결이 도착하는 즉시 삼배도(三倍道)로 밤새워 와서 납입하라. 우근(牛筋)은 앞서 이미 감결을 발송하였는데,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도 열흘이 되도록 아직까지 수납(輸納)하지 않고 있으니, 거행의 지체가 이보다 심함이 없다. 이 또한 일체로 수량을 채워서 납입하되, 군문의 영갑(令甲)은 1초도 지체해서는 안 되니, 십분 두렵게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후회함이 없도록 하라. 수납 일자는 그 노정(路程)을 계산하고 빠르고 느림을 상고해서 법을 시행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우근(牛筋)은 식용보다 활[弓] 등 무기 만드는 재료로 진상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조(正祖) 21년(1798) 4월3일에는 '사복시 제조 이시수(李時秀)가 아뢰기를, "일전에 옥교(玉轎)에 다시 옻칠을 하는 일에 대해 여쭈었는데, 삼가 시행하지 말라는 하교를 받들었습니다. 다시 봉심(奉審)해 보니 옻칠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우근(牛筋, 소 힘줄)으로 싼 부분도 손상된 곳이 있었습니다. 거둥하시는 옥교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렇게 손상된 부분이 있는 것은 매우 온당치 않기에 지금 당장 다시 마련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일성록(日省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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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찌개 해장국
왕이 타는 가마인 옥교(玉轎)에도 소의 힘줄인 우근(牛筋)이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 제3권 구급(救急)편을 보면 '모든 뼈가 목구멍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을 때 우근(牛筋 소 힘줄)이나 녹근(鹿筋 사슴 힘줄)을 두드려 부드럽게 해서 탄환(彈丸)같이 만들어 힘줄 한 끝을 붙잡고 삼켜 뼈 걸린 곳에 이르기를 기다렸다가 서서히 끌어내면 걸린 뼈가 힘줄에 붙어 즉시 나온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일제강점기 고창 출신의 유학자 유영선(柳永善)[1893~1961]의 문중문서에 보면 '모년에 기록된 가미만금탕(加味萬金湯)의 화제(和劑)이다. 이 탕제에 들어간 약재는 육종용 3전, 용안육, 합개, 인삼, 구기자, 복분자, 우근 각 2전, 선어 등이며, 한 제는 30첩이고 반제는 14첩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871년(고종 8)에 편찬된 강원도 『고성군읍지(高城郡邑誌)』 약재진상(藥材進上)에 '우근(牛筋=소힘줄)'을 사재감(司宰監)에 진상(進上)했다고 나오는데, 사재감(司宰監)은 어물(魚物), 육류(肉類), 소금〔鹽〕, 소목(燒木), 거화(炬火) 등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곳으로 이 기록을 보면 고종 때 강원도 고성에서 '우근(牛筋=소힘줄)'을 약재(藥材)로 궁중에 진상했던 것이다.

우근(牛筋)은 주로 군사용 공업용은 물론 구급(救急) 또는 약재용으로도 쓰였지만 음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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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지수육
1600년대 말엽이나 1700년대 초엽의 것으로 짐작되는 작자 미상인 『역주방문(曆酒方文)』에 소 허파와 힘줄과 꿩을 넣어 끓이는 '삼진탕'이 나온다

소 허파와 힘줄과 꿩과 푸른나물과 표고버섯과 참 버섯과 순무와 석이와 물고기와 행인을 잘게 썰고 밀가루를 골고루 발라 볶아낸다. 체에 받힌 장국에 넣고 후추가루를 넣어서 먹는 탕이다.

우근은 불투명하고 쫀득쫀득한 콜라겐 덩어리로 도가니와 비슷한 맛을 내며, 곰탕이나 도가니탕에 넣어 함께 끓인다. 소의 도가니의 경우 마리에서 몇 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 우근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도가니탕을 끓일 때 우근을 함께 고아 도가니와 비슷한 식감의 우근을 먹는다. 요즘엔 아예 우근만으로 도가니탕을 끓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근은 삶기 전에 찬물에서 3~4시간 이상 담가 먼저 핏물을 꼭 빼주거나 끓는 물에 넣고 살짝 데쳐서 건져낸 후에 더러움을 찬물로 씻어낸다.

대파, 무, 양파, 월계수 잎, 통후추 등을 함께 넣고 우근이 물렁해지도록 푹 끓이면 진하고 끈적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우근은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힘줄을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익혀 부드럽게 만든 뒤 아롱사태, 부추, 팽이버섯 등과 함께 전골로 요리하기도 한다. 대만(臺灣타이베이)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홍스푸미엔스짠)에 '우삼보면(牛三寶麵)'이 있다. 보물 같이 귀한 면이라는 이야기인데, '우삼보면(牛三寶麵)'에 소 힘줄인 우건심육(牛腱心肉니우찌엔신러우), 도가니인 우근(牛筋니우찐), 소의 위(胃) 즉 양인 우두를 고명으로 얹은 국수를 말한다.

금문도(金門島)에서 유명한 우육면(牛肉麵 니우러우미엔)은 쇠고기 국수다.

중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좋아하는 우근(牛筋 니우진)이 쇠고기 대신 고명으로 올려 지면 값이 조금 더 비싸다. 일본에서는 우동에 소의 힘줄(牛筋)을 넣기도 하고, 소의 힘줄과 파를 넣은 스지나베(牛すじ鍋), 스지네기(すじネギ), 규스지(すじ肉), 스지오뎅(ぎゅうすじ), 조림 류인 스지니코미(ぎゅうすじにこみ) 등 스지[筋]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있다.

스지탕이나 도가지탕 모두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으나 400g당 95kcal로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 할 것이다.

우근은 100g당 120~180kcal로 무기질, 마그네슘 등의 영양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고 예민한 신경을 가라앉혀 불면증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우근에 들어 있는 풍부한 콜라겐 성분은 피부의 결을 개선하고, 피부의 주름예방과 탄력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미노산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어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손발이 차거나 여성냉증 질환 예방에 좋다고 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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