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위기학생의 맞춤형 날개 '학생맞춤통합지원'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위기학생의 맞춤형 날개 '학생맞춤통합지원'

  • 승인 2024-01-04 11:09
  • 신문게재 2024-01-05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대전산성초 윤지혜
윤지혜 대전산성초 교사
강산이 두어번쯤 바뀔만한 이 경력에도 학교를 옮긴다는 것은 설레고 두렵다.

"근데 그거 들으셨어요? 여기 학교요. 1년에 1억원씩 쓰는 3년짜리 선도학교 됐다고 하던데." 2023년 2월, 새롭게 옮긴 학교로 업무를 쓰러 간 자리에서 맞은 편 새로 오신 선생님이 나지막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선도학교가 1년에 1억원을? 공간 혁신처럼 학교 내 시설을 새롭게 구축하는 사업인가?' 사실 학교에서 1억원을 쓰는 사업은 흔하지 않기에 의아해 하고 있던 찰나였다.

"부장님, 좀 맡아줄 수 있겠어요?"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교감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그 업무가 내게로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교육부 지정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 운영. 앞서 교육복지 업무라며 전해들은 게 전부였던 나는 그때까지만해도 이 사업은 교육복지 업무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 뭐. 나는 교육복지우선지원 학교에도 근무한 경력 있으니까 비슷하지 않겠어? 더구나 교육복지사님도 이 학교에 계신다니 괜찮겠지'라며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이 사업을 품에 안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단순한 교육복지의 측면에서 이뤄지는 사업이 아니었다. 학업 및 진로부터 심리 정서, 복지, 경제적 측면의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 지원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국가정책사업. 그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을 발굴해 낼 수 있을까'가 사업 시작이었다. 우선 위기 학생들을 발굴하고, 지원 방향을 찾기위해 지원단을 구축했다. 위기 학생은 교사 관찰 및 면담, 기존 위기 학생 모니터링, 판별 도구 및 검사지 활용을 통한 발굴, 외부기관 연계 의뢰 등을 통해 시작했다. 그렇게 4월 첫 달에 위기학생 28명의 학생을 발굴해 12월까지 총 42명의 학생을 찾아냈다.

선정된 위기학생의 대부분은 심리, 정서의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의외로 교육복지 대상인 학생들보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내재된 불안과 우울 또는 ADHD 등으로 학교 생활을 힘들어했고, 이로 인해 같은 반 학생과 담임교사도 함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발굴된 학생들의 맞춤형 지원을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조사를 실시했다. 학생 사안의 면밀한 분석 및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전문기관 연계 상담 실시 및 병원 치료, 학업 및 진로 프로그램, 교우 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등 학생들의 위기 사안 문제별로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다.

"이 사업의 장점은 교육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소득 수준에서 교육 복지 대상에서 제외됐던 학생들이 이렇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네요."

교육복지사님의 말씀에서 나는 이 사업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온 아이들에게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던 교사들에게도, 자녀의 어려움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학부모들에게도 맞춤형 지원을 통해 그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교육 불평등'에서 저자 오욱환은 '계단은 높이가 적합해야 한다. 계단의 단계가 너무 높으면 계단으로서의 기능은 상실되고 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벽을 마주한 사람들은 오를 수 없어 절망하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떨어질까 안절부절 못한다. 한국에서는 모두의 희망이었던 교육 계단이 장벽으로, 그리고 절벽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위기 학생들이 마주했을 장벽을 딛고 올라가는 디딤돌이 돼 주는 것. 위기 학생들의 손을 잡아 교육의 본질로서 학교가 그 역할을 다하게 이끌어주는 사업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아닐까 한다. 사업이 정착기로 접어드는 2024년에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지원을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윤지혜 대전산성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2. 진주 M2 페스티벌 7일 개막
  3. "서산 삼길포가 들썩였다", 제20회 우럭축제 2만여 인파 북적, 서산 대표 여름축제 위상 빛났다
  4. 대전 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 역 건설 사업 잠정 중단
  5. 충남도, 예산군 '내포역세권' 일대 토지거래 허가구역 재지정
  1.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2. [건강]재발하는 역류성 식도염, 약만 먹으면 괜찮을까?
  3. [한화에어로참사] 지휘체계로 수사 확대… 임직원 3명 추가 입건
  4. "국경 넘은 영화의 힘 확인"…첫 대전국제꿈씨영화제 성료
  5. [건강]자외선 쎈 여름철 피부 화상을 예방하는 노하우…"오후 2시 피하고 모자·긴소매 필수"

헤드라인 뉴스


광주송정∼서대전∼강남 수서 잇는 고속열차 하루 2회 왕복 신설

광주송정∼서대전∼강남 수서 잇는 고속열차 하루 2회 왕복 신설

9월 1일부터 서대전역과 서울 강남 수서역을 잇는 고속열차가 신설된다. 서대전역과 충북 오송, 제천을 연결하는 ITX도 신규 편성되며, 충남 천안아산역 고속열차 정차 횟수도 대폭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대전 중구)·복기왕(충남 아산시갑), 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 의원실이 3일 제공한 한국철도공사(KORAIL)의 KTX-(주)SR의 SRT 통합에 따른 고속철도 선로 용량과 운용 차량 효율화를 위한 운영계획서에 담긴 내용이다. 가장 큰 변화는 서대전역을 오가는 노선이다. 우선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수서역∼광주송정역 노선이 새로..

박수현 지사, “대전·충남행정통합과 충청광역연합 투 트랙 적극 추진”
박수현 지사, “대전·충남행정통합과 충청광역연합 투 트랙 적극 추진”

민선 9기 출범 이후 동력이 다소 소실됐던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3일 '제2차 실국원장회의'를 통해 행정통합을 위한 대전시와의 실무 협의를 즉시 시작하겠단 뜻을 밝혔다. 박 지사는 이날 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실국원장회의에 참석해 "선거 당시 (도민들과)약속했던 대로 대전시와 행정통합 추진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며 "충청광역연합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행정통합은 별도 트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선 9기 핵심 과제에..

루빅손-엄원상 연속 골! 대전 홈 첫승 신고하는 순간!(영상)
루빅손-엄원상 연속 골! 대전 홈 첫승 신고하는 순간!(영상)

대전하나시티즌은 8월 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1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 루빅손의 선제골과 종료 직전 엄원상의 결승골에 힘입어 광주에 2-0으로 승리했다. 오늘 승리로 대전은 9경기 연속 이어진 무승을 끊어내고 홈에서도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감독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홈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책임감을 느끼고, (응원해준)홈 팬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남은 경기)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