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너울가지 행복교실,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보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너울가지 행복교실,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보다

박인순 장곡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4-01-18 17:03
  • 신문게재 2024-01-19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장곡초등학교 박인순 1
박인순 장곡초 교사
대규모 다인수 학급에서 근무하던 나는 교직 경력 20년 만에 처음으로 작은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30명에 가까운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일상과 업무 전쟁에서 벗어나 이곳에 온지도 벌써 4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 내가 만난 아이들은 모두 4명이다. 여학생 한 명에 남학생이 세 명인 아주 작은 소인수 학급이다. 나의 자녀가 다섯 명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하고 기대감에 가득 차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학급 운영은 쉽지 않았다.

우리 반에 자폐성 장애가 있는 남학생이 한 명 있고, 아이들이 적다 보니 자꾸만 엄마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보살피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특히 자폐를 가진 남학생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고, '버스'와 곤충에 몰입돼 자기만의 세상에서 다양한 호기심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아이였다. 수업 시간 약속 지키기와 교실 밖으로는 허락받고 나가기를 학기 초 약속으로 정하고 매일 동일한 방법으로 일관성 있는 훈육과 학습을 적용했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는 너무나도 힘들게 새 학년에 적응하고 있었다. 때로는 난폭한 행동으로 거부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조용한 공간으로 숨어버리는 행동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펼치고자 했다. 순간 나의 교육철학이 맞는 것인지 흔들리기도 했고, 주변의 다른 선생님들께 조금 천천히 가야 하지 않느냐는 걱정 어린 충고도 들었다. 하지만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장애이해 수업시간 중에 '다름'을 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 000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대요. 그래서 그 세상에서 000가 있을 때는 우리들이 기다려 줘야 해요." 너무나도 어린 아이들이 지난 1년 동안 같은 반으로 지내면서 그 친구를 이해하고 많이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순간 나는 아이들에게 "그래, 맞아, 하지만 이제는 2학년이 되었으니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가 되었단다. 선생님은 000가 우리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함께 000를 위해 그때 필요한 약속과 실천 행동들을 배우고 있는 거야" 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너울 가지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채워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교육철학 중 하나의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아주고 있는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대견스럽고 감사하기도 했다.

적어도 나의 학급 아이들에게는 공동체 안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학교와 교실이었으면 한다. 올바른 감정을 표현하고 친밀함으로 연결된 사랑의 공동체가 우리 학급공동체의 모습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친밀하고 안전한 사람으로, 언제든 어려움을 털어놓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샘터가 돼야 한다.

하나하나 아이들의 작은 소리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선생님으로, 그 안에서 햇살을 머금고 예쁜 꽃망울을 터트릴 너울가지 네 개 꽃잎의 평화롭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소통과 공감, 존중의 마음 터에서 예쁘게 피어날 수 있도록 칭찬과 사랑을 아끼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올바른 공동체를 꾸릴 수 있도록 방과 후 머무는 아동센터와 연계한 꾸준한 지도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인간관계·신뢰·격려 및 가치 인정은 잠재력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문화의 중심 요소이다.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갈등은 칡과 등나무 넝쿨이 서로 얽혀 쉽게 풀리지 않는 형태 때문에 이해관계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에게 서로 얽혀있는 칡과 등나무 넝쿨이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다른 꽃잎들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관계 속에서 어우러져 뻗어가는 행복 가지이길 바란다.

그 가지가 어떻게 뻗어 나아가는가는 공동체 안에 함께하고 있는 반 아이들과 나의 몫이다. /박인순 장곡초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3.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4. 충남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읍·면·동장 '주민 대피 명령권' 특별교육… "골든타임 확보 가장 중요"
  5.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1. 화재 원인 다양·복잡해지는데…소방 화재사례 공유 체계 '미비'
  2.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3. 충남대·공주대 통합 논의 막바지…토론회서 소통 필요성 부각
  4. [사설] 충청 ‘반도체 패키징 벨트’ 흔들림 없어야
  5. 대전 RISE 첫 성적표 나왔다… 최대 17억5000만원 차등 지원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