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바람없는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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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바람없는 인생은 없다

최종선 대전반석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24-01-25 17:29
  • 신문게재 2024-01-2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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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선 대전반석고등학교 교장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지났지만 아직 영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예전의 농가에서 겨울철은 농한기로 1년 중 가장 여유로운 계절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이듬해 뿌릴 종자를 잘 보관해 두고는 따뜻한 화롯불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긴 겨울을 보내왔던 것이 우리 농가의 일상이다.

한가한 시기인 줄로만 알았던 겨울철이지만 봄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며 준비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목련 얘기다. 실상 목련은 3월 중순 우아한 자태로 꽃망울을 터트릴 때 말고는 그 존재감이 거의 없는 나무다. 일 년에 기껏 일주일에서 열흘 남짓. 꽃이 지고 나면 목련나무였던 것조차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아직 찬바람이 매서운 시기에는 아무도 목련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 목련은 봄날에 우아한 꽃을 피우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봄을 준비하는 존재다. 목련은 겨울이 되기 전부터 꽃봉오리를 만들어놓는다. 마치 두꺼운 털옷을 입은 것 같은 모습의 꽃봉우리 안에서는 우리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봄날 양지바른 곳에 찬 기운 사이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힘입어 살포시 꽃봉오리를 벌려서 우윳빛 꽃잎을 세상에 토해낸다. 그렇다. 이른 봄 아직 꽃샘추위가 다 가시기 전에 꽃을 피우는 모든 봄꽃들이 다 그러리라. 남들은 그 존재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본연의 일을 충실히 감당하는 그 모습이 감동스럽기까지 한다.

1월 하순. 아직은 대부분의 학교가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텅 빈 운동장과 교정의 앙상한 겨울나무가 좀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새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음식점마다 브레이크타임을 운영하는 곳이 꽤 많다. 브레이크타임은 그저 휴식만 하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쉬면서 재료를 재정비하고 오픈시간을 준비하는 시간일 게다. 우리 아이들에게 겨울방학도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준비 없이 새봄을 맞이한다면 아무리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도 제대로 된 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이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새 학년을 준비하는 이 시기는 마치 대나무가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것과 같다. 대나무는 어느 나무보다 높이 자라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마디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마디를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번 매듭을 지어주면 그 힘으로 한 뼘 더 높이 뻗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학기 조금 부족했던 것은 좀 더 강하게 마디를 만들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더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상처가 있었더라도 한번 매듭짓고 새롭게 시작한다면 더 쉽게 아물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이철환 시인은 '아픔도 슬픔도 길이 된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이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바람 없는 인생이 없기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힘들게만 했던 그 바람이 결국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겨울바람이 세차다. 이 바람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더 굳게 하고 조금 더 성장하게 하는 그래서 더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올봄에는 목련이 더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최종선 대전반석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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