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5. 깨진 유리창 법칙을 다시 읽는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65. 깨진 유리창 법칙을 다시 읽는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4-2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한때 깨진 유리창 법칙이 범죄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접목되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원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인데 우리나라에는 2006년대 초에 마이클 레빈의 저서로 번역 출판된 바 있습니다. 이 이론은 지저분한 건물을 방치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 그 건물의 유리창을 깨도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1995년에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여 큰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즉 빈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깬 동네 아이들은 잠시 후에 다른 아이들과 패싸움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그러한 범죄 행위는 점점 확대 재생산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적용됩니다. 작고 사소한 실수가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줍니다. 화장실이 불결하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작은 일이 그 식당을 망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의 불친절한 말 한마디가 어떤 슈퍼마켓의 매상을 급감시킬 수도 있습니다.

범죄나 비즈니스에서 처음에는 하찮은 것,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범하면 그 뒤부터는 그 행위가 더 커짐에도 불구하고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범행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지 한 번 범하면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2년 동안 노래방 도우미, 여대생 등 7명의 여성을 연쇄 살인하여 국민들의 치를 떨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봐온 이웃들은 "사람 좋고 잘생긴 동네 청년"이었다고 평하여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지요. 외관상으로 본다면 평범한 사람처럼 농촌 지역에 태어나 초,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좀 이른 나이인 22살에 결혼하여 두 아들을 얻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를 평범한 청년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결혼에 실패한 뒤 네 번까지 재혼을 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결혼 후 집에 불이 나서 부인과 장모의 사망을 보고 그때부터 살인을 결심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당시 범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한 번 이혼을 하니까 네 번까지 결혼할 수 있었고 한 번 살인을 하니까 일곱 사람까지 죽일 수 있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시사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하지 말아야 하고 만일 실수를 범했다면 큰 각오로 끊어야지 그 횟수와 정도가 많아지면 그 연쇄살인범처럼 끔찍한 범행까지 저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마 그 살인범의 손도 처음에는 깨끗하였을지 모르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일곱 명이나 죽이는 더럽고 추악한 손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 사고 당시 저는 '깨끗한 손'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 있고 / 이웃과 더불어 사는 보람 있어 / 사람과의 만남이 삶의 존재 이유인데, / 어느 날 매너 좋고 잘생긴 동네 청년 / 살인마 되어 나타나 내뱉는 말들 / 무섭고 끔찍하고 치가 떨린다 / 그도 아기 때는 웃음 천진했고 / 첫사랑에 진실했으며 / 단란한 가족이고 이웃이었다 / 처음 유리창 한 장 깨다가 / 다음에 동네 패쌈 맡아 하고 / 나중에는 살인하고 방화도 한다 / 파리도 못 잡던 손이 / 사람 목숨 끊는 흉기로 변했다 / 나쁜 일 할수록 양심 무뎌지고 점점 커지니 /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지 / 한번 범하면 죽을 각오로 끊어야 한다 / 자신의 의지로 천진한 표정 / 평생 간직할 수 있고 / 자신의 결심 향기로운 땀 / 깨끗한 손끝까지 지킬 수 있는데'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