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통 큰 정치인, 어디 없나요?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통 큰 정치인, 어디 없나요?

서울본부 윤희진 부국장

  • 승인 2024-05-15 09:1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윤희진부국장(뽀샵)
윤희진 부국장
‘광주 어벤저스’, ‘광주를 부탁해’. 전남일보가 4월 26일 자에 ‘광주광역시,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환영행사’ 관련 기사와 함께 게재한 사진에 담긴 현수막에 그려진 그림과 문구다. 현수막에는 슈퍼히어로들이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의 영화 ‘어벤저스’ 주인공들의 얼굴에 광주 국회의원 당선인 8명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어벤저스 캐리커처(Caricature)로, 광주시는 꽃다발과 함께 캐리커처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는 당선인들의 손에는 캐리커처와 함께 광주시 주요 현안사업이 담긴 책자도 들려있었다. 이 자리에는 광주시장은 물론 광주시교육감도 참석해 함께 축하하면서 현안사업 6건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당선을 축하하는, 어찌 보면 과한 이벤트지만 그 효과는 충분했으리라 짐작해본다.

광주뿐 아니다. 전북과 대구, 경북에서도 상견례를 겸해 당선인 초청 행사를 마련했다. 딱딱하고 형식적이 아니라 저마다 지역 특색에 맞게 당선인들을 과할 정도로 띄워주면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사실 부럽기도 하다. 대전과 충남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 전북, 대구와 경북 등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은 든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국회의원까지 정치적 뿌리와 지향점, 소속 정당이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 보니 마음을 모으기가 한결 수월해서다. 각종 선거 때마다 여야가 대립하며 반목해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대전과 충남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호남이나 영남 정치세력에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경쟁할 때와 대화할 때, 타협할 때와 힘을 모을 때는 달라진다. 지역에 피해를 주거나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쟁취해야 할 때는 조건 없이 통 크게 합심하는 풍토가 오랫동안 쌓여 있다. 영남과 호남 모두 국가권력, 대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해봤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을 이끌며 누렸던 수많은 혜택과 수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존감, 자부심…. 국가권력 앞에 내부 갈등이 얼마나 부질없고, 국가권력을 잃었을 때의 고통과 상처, 폐해를 뼈저리게 느껴봤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실과 국회에 근무하면서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 영남과 호남, 제주 등 전국 광역단위의 지역신문을 모두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배달되는 지역신문들을 꾸준히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소위 중앙지라고 하는 전국지에선 볼 수 없는 지역만의 독특한 특색과 시각들이다.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얻어내고 관철해내기 위해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한다. 지역민들의 삶을 깊숙이 파고들고 지역 경제와 지역 교육, 지역 문화 등 전반 분야를 통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정부를 설득한다.

특히 정부 권력, 즉 대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국가권력을 잡고 국정을 이끌어봤던 영남과 호남은 충청과 강원, 제주 등보다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결정적인 시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통일한다. 국정의 키를 잡았던, 그 황홀한 ‘그립감’(Grip感)을 잊지 못해서다.

물론 대전과 충남은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제반 환경에서 차이가 크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상당히 어렵다. 더 안타까운 건 ‘충청 대망론’을 꿈꿀 수 있는 대표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충청의 힘만으로는 어려워 넓게는 영남 또는 호남 정치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당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에서는 경쟁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반대 세력까지 넉넉히 품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다시 지필 ‘통 큰 충청인’은 언제쯤 나타날지 궁금하다.

서울본부 윤희진 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4.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5.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1.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2.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3.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4.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가 낳은 중요 연구성과물인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으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때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의 차종으로 선정되었고, 국립중앙과학관부터 엑스포과학공원까지 시민들이 직접 탑승하며 과학도시를 체험하는 연구성과물이었으나, 지금은 씁쓸한 뒷모습만 남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8월부터 본원에 남아 있는 자기부상열차 시험노선을 철거하고 있다. 연구원 내 1.3㎞ 구간에 걸쳐 높이 5m 고가에 상판을 얹어 레일을 깔아 1997년부터 자기부상열차의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핵심 기반시..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전국 최초의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 29일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 탄생을 노크하고 있다. 이날 중도일보 기자가 개관 현장을 가본 결과, 머릿 속으로 그린 것 이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날 함께한 다수의 인사들과 방문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가족들과 재방문을 예고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은 2011년부터 장기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9년 본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총사업비 983억 원 투입으로 이날 개관했다. 시설은 연면적 1만 4980 ㎡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