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강우 시대, 구름씨와 안전씨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인공강우 시대, 구름씨와 안전씨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4-05-19 18:07
  • 신문게재 2024-05-20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4032501001848700076011
정용래 유성구청장.
2022년 8월, 중국 후베이성은 기상 관측 이래 최장 폭염이 이어졌다. 중국 기상청은 후베이성의 요청으로 항공기와 대포를 급파했다. 하늘에서는 화학 작용제가 살포됐고 지상에서는 수백 발의 포탄이 발사됐다. 군의 실전 훈련을 방불케 한 이 작전은 비를 만들기 위한 인공강우(降雨) 프로젝트였다. 미국도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에 시달리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로키산맥 고지대에 설치된 120여 개의 인공강우 시설을 통해 주로 겨울철에 구름씨를 뿌린다. 눈을 많이 내리게 해 수량과 수분을 늘리기 위해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국가 중 하나이다. 연 강수량이 100mm도 안 될 만큼 물 부족이 심각하다. 그만큼 인공강우 프로젝트 추진도 활발해 매년 200건 넘는 실험이 진행된다. 지난 4월 두바이에서는 하루 새에 2년 치 강수량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공강우 실험 때문이라는 추측과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등의 구름씨를 뿌려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기상청이 이달 초 공개실험을 진행하는 등 산불 예방을 목표로 인공강우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으로 비를 만들 정도로 과학기술은 진보했지만, 대형 산불을 원천 차단하고 조기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지난 10일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수천 명이 대피했다. 피해 면적은 갈수록 불어나 석유생산 거점 도시까지 위협하고 미국 북서부 지역까지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했다.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호주, 유럽 일부 지역은 국가재난 수준의 대규모 산불이 매년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면적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이 소실되고 100개소가 넘는 주택·펜션 등이 전소됐다.

다행히 올해는 봄철 산불 피해가 적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봄철 산불조심 기간에 발생한 산불은 총 175건(58ha)으로 집계됐다. 산불 통계를 작성한 1986년 이후 두 번째로 피해가 적었다. 갈수록 산불이 대형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가 자주 내린 기상 여건과 산불 대응 기관의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첨단 장비 도입으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 것도 산불 피해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ICT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감시 체계와 전국적으로 7,574대의 CCTV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 및 조치가 가능했다.

유성구 역시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105일간 봄철 산불방지대책본부를 가동해 산불 예방과 대처에 총력전을 펼쳤다. 산불 취약지역에는 산불감시원 30명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 13명을 배치하고, 구청 내 26개 부서의 인력이 참여하는 산불 추진분담제를 시행했다. 산림 인접지의 영농 부산물 파쇄를 지원하고, 관행적 불법 소각 행위 근절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 것도 주요했다. 이러한 노력과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이 기간 우리 구에서는 단 1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전 전체에서도 이 기간 산불 발생은 1건(0.8ha)에 불과했다.

인공강우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실험에서 서울의 약 1.5배 면적에 1.3mm의 비를 더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공강우의 '구름씨'가 산불과 가뭄, 대기오염 해결에 널리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면 이미 효과가 입증되고 상시 투입이 가능한 대비책이 있다. 산불을 비롯한 재난·재해에서 인재(人災)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경각심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한다는 점에서 '안전씨'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봄철 산불 조심기간은 끝났다. 하지만 유성구의 안전씨 살포는 연중 내내 진행된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대전 RISE 첫 성적표 나왔다… 최대 17억5000만원 차등 지원
  3. 환경단체 "대전시 효과 없는 준설만 거듭"…실효성 있는 재해 방지책 촉구
  4. 세종충남대병원 '최승원 병원장' 취임… 행정수도 거점 병원 노크
  5. [2026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질문으로 사고를 키우고 AI로 미래를 열다
  1.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2. '월명수 판매 혐의' 정명석 첫 재판서 부인… 검찰 "한병에 판매가 40달러였다"
  3. 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 김석환 교수, 국제학술대회 최우수 구연상 수상
  4. 소리를 눈으로 보는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반도체·가스공장 안전제품 생산
  5. "내년 정부 필수의료 회계 신설… 대전도 '지방 공공보건 특별회계' 만들어야"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