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북한을 배경으로 드러낸 청년의 현실과 선택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북한을 배경으로 드러낸 청년의 현실과 선택

탈주

  • 승인 2024-07-11 16:57
  • 신문게재 2024-07-12 9면
  • 한은비 기자한은비 기자
탈주
영화 탈주 포스터.
멀리 선 카메라가 뛰고 있는 청년을 잡습니다. 드넓은 벌판 위로 쏟아질 듯 별빛이 무성합니다. 낭만적이어야 할 장면이건만 청년은 도망갈 연습을 합니다. 곳곳에 지뢰가 있고, 철조망과 감시 초소, 추격조가 있습니다. 돌아오곤 다음 날 밤 또 그렇게 나갑니다. 쉽사리 이룰 일이 아니란 걸 보여줍니다.

배경이 오롯이 북한인 한국 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오로지 북한의 모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북한을 다루지만 남한을 포함한 이 시대 온 세계 청년들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꿈이 있었고, 많이 이루었지만 끝내 접고 현실에 영합할 수밖에 없던 사람. 탈출하려 했고, 온몸으로 다른 세계를 꿈꾸었지만 결국 실패에 그쳐 목숨을 잃은 경우. 그리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성공하지만 목적이 실패의 자유인 청년. 현상, 동혁, 규남 모두 북한의 군인들이지만 실은 이 시대 청년들의 전형일 수 있습니다. 혹은 심리적으로 그들은 한 인물의 각기 다른 선택적 갈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남북 간의 현실은 배경으로만 작용합니다. 국제 관계, 핵 실험 등 정치적 이슈는 부각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인물들 개인의 문제일 뿐입니다. 가장 문제적이기는 규남의 탈북에 대해 보호자와 추적자의 상반된 태도를 갖는 리현상입니다. 초지일관 탈출을 노리는 규남이 드러나는 주인공인 데 비해 분열된 정체성의 소유자인 현상은 또 다른 면에서의 중심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세뇌와 위협, 폭력으로 나타나는 억압적 세계의 대리자가 되어 규남과 동혁에게 잔인한 추격을 행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 탈출에 성공한 자를 우호적으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현상을 맡은 배우 구교환의 연기는 흡사 <조커>(2019)의 호아킨 피닉스를 보는 듯 소름 돋습니다.

영화는 다 짜인 기성의 세계 속에서 청년들을 위한 공간과 자유가 억압되는 양상을 북한을 통해 비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남한 역시 유토피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참된 자유란 실패의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임을 역설합니다. 간간이 나오는 DJ 배철수의 목소리와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는 스토리와 연결되기도 하고, 혹은 배경이 되기도 하면서 영화를 풍성하게 합니다. <탈주>는 기존의 북한 관련 내용의 영화들과 새로운 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3.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4.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