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에는 '담배'에도 계급을 나누었다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에는 '담배'에도 계급을 나누었다

최정민/평론가

  • 승인 2024-08-06 19:1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흡연. 주거 공간 내 흡연, 길거리 흡연 등으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를 법적으로 강력히 처벌하길 원한다. 흡연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는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온 기호품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담배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최초의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등의 기록에 의하면 담배는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일본에 의해 전래되었다. 담배가 처음 유입되었을 때는 기침이나 가래, 콧병에 좋다고 알려져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당시 담배의 명칭으로는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신비스러운 풀이라하여 '남령초(南靈草)'라고 불리었다. 이 외에도 연기나는 풀, 즉 '연초(煙草)'로도 불리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용어이다.



담배는 그 중독성이 강했던 탓인지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17세기 초에는 담배를 본격적으로 재배하면서 농민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조선시대 담배 제조 과정은 그림으로도 남아있다. (그림 1). 넓은 담배 잎의 뼈다귀를 추려낸 다음 작두판에 눌러서 썰어내고 있는 광경이다. 담배는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청나라로 공급이 가능할 정도였다.

1
(그림 1) 단원 김홍도, <담배썰기>,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하멜표류기의 부록인 조선국기에 따르면 '아이들도 4, 5세만 되면 담배를 피우며 남녀노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기산 김준근의 <풍속도>에서는 어린 여인이 담뱃대를 입에 물고 월천꾼(사람을 업어서 물을 건네주던 직업)에게 업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림 2). 즉 담배는 신분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즐기는 조선시대 기호품이었던 셈이다.



2
(그림 2) 기산 김준근, <풍속도>,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담배를 즐겼던 조선의 왕이 있다. 바로 정조대왕이다. 정조(正祖, 재위 1776∼1800년)는 1796년 규장각 문신들에게 시험문제로 '담배의 이로움을 적으라'는 문제를 내기도 했다고 하니 그의 담배 사랑이 지극했음을 알 수 있다. 담배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자 담배 예절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18세기 말 『경도잡지』에 따르면 '비천한 자는 존귀한 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평민이나 천민은 양반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되었다. 더불어 어린아이들이 스스럼 없이 어른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게 되었다.

조선 시대는 신분제도에 얽매여 있던 시기였다. 따라서 담뱃대의 길이도 신분에 따른 제약이 존재하였다. 먼저 조선시대의 담뱃대는 담뱃잎을 넣고 불을 붙이는 곳인 태통과 연기를 빠는 부위인 물부리, 그리고 이둘을 연결하는 설대로 구성되어있다. 담뱃대는 전체길이로 그 명칭이 달라진다. 50∼60cm의 담뱃대는 장죽(長竹)이라 부르며, 설대가 길기 때문에 하인이 불을 붙여줘야 했다. 따라서 긴 담뱃대는 양반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설대가 없거나 짧은 것은 평민이 사용했으며 이를 곰방대(短竹)라고 부른다. 평민의 담뱃대보다 매우 짧은 것은 단죽(短竹)이라 하며 천민이 사용했다. (그림 3).

3
(그림 3) 단원 김홍도 作 (左) 양반의 담뱃대 표현 <타작>, 《풍속도첩》, 종이 위에 엷은 색, 28.0x23.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右) 평민의 담뱃대 표현 <장터길>, 《풍속도첩》, 종이 위에 엷은 색, 28.0x23.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화경독기』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다투어 사치하는 자들이 백통이나 오동(烏銅)으로 담뱃대를 만들뿐더러 금은으로 치장함으로써 쓸데없이 막대한 비용을 허비한다'라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담배는 신분에 상관없이 필 수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사치품이었다.

현시대는 비싼 연초나 전자담배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산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흡연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금연캠페인 슬로건 중 하나인 '나는 네가 노담이면 좋겠어'의 광고에는 어린 학생들이 등장한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혹은 멋있어 보이고 싶기 때문에 시작한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국가에서 다양한 정책을 수렴하여, 이제는 금연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최정민/평론가

4ac5c31814192690f10bdff4a6c06833f82bff74 (2)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김포시농기계임대사업소, 노후농기계 불용품 매각
  3. 상명대 간호학과, 나이팅게일 선서식 개최
  4. 천안 벽산 블루밍 파크포레, 사업계획 승인 및 도급계약 모두 마쳐
  5. 천안시보건소, '생명존중 안심마을' 4곳 지정
  1. 한기대 STEP, '열정 가득' 온라인 서포터즈 3기 출범
  2. 나사렛대, 기아자동차 정주훈 상무 초청 '경영인의 날' 성료
  3. 충남창경센터, 'The Future with AX Forum' 개최
  4. 한기대, 충남경제정책 경연대회 우수상·장려상
  5. 천안법원, 만취상태로 차 들이받아 상해입힌 50대 여성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을 운영할 주체가 최근 결정되면서 대전 시민들의 고속·시외버스 운송체계가 동구 용전동과 유성구 구암동의 두 개의 복합터미널의 양강 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전교통공사는 11월 19일 주식회사 루시드 및 금호고속주식회사와 유성복합터미널의 공동운영사로 결정하고 5년에 추가 5년 연장 가능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2010년부터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4차례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2020년 대전시의 공영개발로 전환됐다. 시가 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버스 15대가 동시에 승객을 승하차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말부터 전국에서 누리호 관련 행사가 진행되며 4차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다. 23일 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7일 오전 12시 54분에서 1시 1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발사 예비 기간은 이날부터 12월 4일까지며 이 기간 중 누리호 4차 발사가 진행된다. 이번 발사는 기존과 달리 늦은 시간 진행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의 궤도 진입을 고려한 시간이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고유가 행진을 이어가 주목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환율로 인한 원유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주간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ℓ당 25.80원 오른 1729.72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38.54원 오른 1636.5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4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내 기름값도 10월 넷째 주를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