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축구장에서 울려퍼진 찬송가 '할렐루야'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축구장에서 울려퍼진 찬송가 '할렐루야'

  • 승인 2024-11-14 12:37
  • 수정 2025-08-21 14:22
  • 신문게재 2024-11-14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할렐루야'

교회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알 법한 찬송가 '내게 강 같은 평화' 요즘도 부흥성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노래가 한때는 K리그 응원가로 사용됐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이후 출생한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기자가 축구라는 스포츠를 처음 접했던 1981년 당시 6살 꼬마에게 이 노랫말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2020030201000132900002801
뉴스디지털부 금상진 기자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옛 자료를 비교해보니 당시 열렸던 경기는 1981년 4월 11일 한밭종합운동장(당시 대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축구팀 '할렐루야 축구단'과 홍콩 프로팀 '세이코와'의 친선 경기였다. K리그가 출범도 하기 전 지방에서 열린 국제축구경기는 대전시민들에게는 대형 이벤트였다. 경기장 좌석도 제대로 깔리지 않았던 한밭종합운동장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게 강 같은 평화'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응원가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라 어쩌면 당연한 풍경이었다.

할렐루아 축구단은 1980년에 창단한 K리그 1호 프로축구단이다. 개신교 신자였던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추도로 창단했고 1983년 K리그 출범 원년 우승을 차지했다. 80년대를 대표했던 축구 스타 이영무, 신현호, 박성화, 박창선이 할렐루아 출신의 선수들이다. 할렐루야 축구단은 선교 목적으로 만들어진 축구단이지만 한국 축구 역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할렐루야의 창단을 시작으로 선경그룹(현 SK)이 두 번째 프로팀 유공코키리(현 제주유나이티드)를 창단했고 실업팀 포항과 대우, 국민은행이 합류하면서 K리그의 전신 '슈퍼리그 83'이 탄생했다.

열혈 축구팬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선경 최종현 회장에게 개신교팀 할렐루야가 탄생했으니 '아미타불'이라는 팀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던진 농담이 유공 팀 창단으로 이어졌다는 일화는 축구계에선 정설처럼 남아 있다.

주님의 축복 속에 탄생한 할렐루야의 강 같은 평화는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83수퍼리그 우승 후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은퇴가 이어지며 전력이 하락했고, 1984시즌에는 10승 9무 9패로 4위, 1985시즌에는 3승 7무 11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1985시즌을 마지막으로 할렐루야는 팀 창단의 본래 취지였던 선교에 집중하기 위해 아마추어로 전환하며 프로에서 탈퇴했다. 명분은 선교였지만, 구단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자금난과 전력약화가 원인이었다. 실업리그에서 팀의 명맥을 유지했던 할렐루야는 1997년 IMF로 또 한 번의 타격을 받았고 이듬해 1998년 공식 해체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자가 할렐루야 축구단을 다시 만난 것은 15년이 지난 후 2014시즌 대전이 프로 2부 리그로 강등됐던 첫 시즌이었다. K리그 챌린지로 불렸던 프로 2부에는 '고양자이크로FC'라는 팀이 있었는데 이 팀의 전신이 바로 '할렐루야'였다. 1999년 재창단을 선언하며 실업리그에서 활약했던 할렐루야가 2013시즌 프로로 전환하며 고양시를 연고로 K리그 2부(K리그 챌린지)에 참여한 것이다. 구단 역사 승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고양자이크로는 할렐루야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구단임을 꾸준히 주장했다.

고양자이크로FC로 부활한 할렐루야는 아쉽게도 80년대 전성기의 색깔을 찾을 수 없었다. '내게 강 같은 평화'로 유명했던 응원가도 없었고 서포터도 소수에 불과했다. 종교 색채가 강했던 팀 색깔이 강한 탓에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연고지인 고양시민들도 팀의 존재 여부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프로 입문 첫해 6위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둔 고양자이크로는 2014, 2015시즌 8위 2016시즌 최하위 11위로 내려앉았다. 고양자이크로의 마지막 성적이었다. K리그의 시작을 알린 구단, 6살 꼬마였던 기자에게 축구라는 스포츠를 알려준 할렐루야는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금상진 뉴스디지털부 부장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2.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3.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4.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5.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1.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2.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3. "서산 한우 관광 메카 만든다", 서산 운산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 본격 시동
  4.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5.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헤드라인 뉴스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5일 오전 11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수역. 수면은 평소 물빛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녹조가 뒤덮은 물 위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갔고 물가에는 각종 부유물이 떠다녔다. 수변 주변으로는 수많은 파리가 날아들었다. 플라스틱 컵으로 수면의 물을 떠보니 연한 초록빛을 띠었다. 물을 다시 쏟아낸 뒤에도 컵 안쪽에는 녹색 흔적이 남았다. 추소리 수역은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날도 작업자들이 녹조방제선에 올라 수면을 뒤덮은 녹조를 걷어내고 있었다. 방제 작업은 하루 두..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이른바 '건보 청구 0원 의료기관'이 대전과 충남에서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진료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의료기관은 대전 서구와 충남 천안에 집중되어 있고, 성형외과보다 일반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대전 의원급 의료기관 65곳과 충남 31곳이 연중 건강보험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신설 대체 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한화포레나 유성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기부채납 공사가 중단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개교를 믿고 입주를 결정한 입주민들은 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재개와 개교 일정 정상화를 촉구하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한화포레나 유성 입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공사 중단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교육청과 시행사는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