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심플 이즈 더 베스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심플 이즈 더 베스트

조훈희 경제부 기자

  • 승인 2024-11-27 14:14
  • 신문게재 2024-11-28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증명사진 -조훈희
조훈희 경제부 기자
아기 예방접종을 하러 온 병원. 집 주소를 쓰는데, 아파트 이름이 12글자나 된다. 아기를 안고 주소는 주소대로, 긴 아파트 이름은 아파트 이름대로 쓰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주택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아파트 생활이어서 더 적응이 안 됐다. 집들이를 하러 온 친구들에게 아파트 이름을 말해주면, 다시 말해달라고 전화가 되돌아온 적도 허다하다. "무슨 아파트 이름이 그렇게 길어?"라는 부모님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나마 12글자는 양반이었다. 찾아봤더니 전남 나주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차' 아파트라는 25글자 아파트도 있었다. 혀를 내둘렀다.

우리 아파트엔 '리버'가 들어가 있다. 인근에 강이 있으면 '리버', 호수가 있으면 '레이크', 숲이 있으면 '포레', 공원이 있으면 '파크', 학원이 많으면 '에듀', 도심에 있으면 '센트럴' 등을 담아 이름을 짓는단다.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라틴어 등 각종 외국어를 사용해 고급화(?) 전략을 극대화한 아파트 작명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 브랜드명까지 이어지면 이제 더 늘어나기 시작한다. GS건설 '자이', 대우건설 '푸르지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DL(DL이앤씨·DL건설) 'e편한세상' 호반건설 '호반써밋' 등 건설사마다 브랜드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여기에 지역까지 들어가면 길고 긴 아파트 이름이 완성된다. 대전에선 상급지로 인정받기 위한 작명도 끊이지 않는다. 서구에선 둔산 프리미엄을 노리고, 둔산동이 아니어도 인근 지역이면 아파트 이름엔 둔산이 들어가는 경우가 속속 나온다.



늘릴 대로 늘려서 아파트 이름을 짓다 보니, 아파트를 줄여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푸디(도안 푸르지오 디아델), 도우트(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도리팍(도안 리버 파크), 둔더엘(둔산 더샵 엘리프), 둔자아(둔산 자이 아이파크) 등 대전에서 실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아파트들은 인터넷 검색 자동 알림에도 이름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아파트에 지역과 특색, 브랜드를 담아 이름을 짓는 것을 '펫네임'이라고 한다. 부동산 정보 조사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990년대 평균 4.2자였던 아파트 이름 글자 수는 2000년대 6.1자, 2019년에는 9.84자까지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 속 아파트 이름을 쉽게 짓자는 권고안을 서울시가 내놓기도 했지만, 개인 재산인 만큼, 실효성은 없는 듯하다.

아파트 이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면 결국은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아파트 인식조사에서 72.3%가 '아파트 이름이 인지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응답한 걸 보며 느낀다. 단순한 것이 최고다.
조훈희 경제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2.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3.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4.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2.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3.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4.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5.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