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1-29 23:3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없겠지만, 하루라도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잊지 않을까, 방법을 강구한다. 좌우명이 있다. 잠시라도 잊지 않기 위해 곁에 갖추어 두고 지침으로 삼는 것이다. 스스로 늘 경계하는 금언도 있다. 《대학》에서는 그를 '새롭게 하는 것'으로 지목했다. 원래는 백성과 친함이었으나 주자가 새로움으로 해석했다. 개인뿐 아니라 모두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모르거나 알아도 바꾸지 않는 것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2장 <신민>의 첫 문구는 "탕왕이 대야에 새기기(盤銘)를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다. 탕왕은 아침마다 만나는 세수 대야에 좌우명을 새기고 늘 숙지토록 하였던 모양이다. 새로워지려는 대상은 정신활동, 지식과 인식, 생활행태 등 모든 삶의 내용이 포함된다. 안팎의 성장과 조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 팔조목이다. 그 지향점은 선이다. 바르고 착한 것이요, 그것도 지극한 것이다. 《대학》은 우리가 새로워지려는 것은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기 위한 것(止於至善)이라 이른다. 선은 바르고 착함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선미(眞善美) 모두가 포함된다. 진은 지적 사고, 미는 감정과 연결된다. 선은 의지, 윤리와 관계있다. 앞의 두 가지에도 의지의 반영이 있어야한다. 즉, 참됨과 아름다움, 착함으로서의 선인 것이다.

누구나 선을 향해 새로워지려 노력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되랴. 거짓, 조작, 사기, 선전선동, 도둑질, 폭력 등은 선과 거리가 멀다. 어느 시대나 있을 법 한 일이긴 하나 요즈음 특히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혹세무민(惑世誣民)과 곡학아세(曲學阿世)이다.

혹세무민은 먼저 터득한 지식 또는 그릇된 이론으로 모르는 사람을 속여, 미혹시키고 어지럽히는 것이다. 알량한 지식으로 남의 눈을 가리는 것은 비길 데 없이 큰 죄악이다. 무지한 백성이 대상이므로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극단주의자가 즐겨 쓰는 수법이다.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의 우월성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곡학아세는 바르지 못한 학문으로 인기에 영합하거나 현혹시키는 것이다. 기득권층이나 세속에 아첨 아부한다. 목적을 위해 스스로 학문을 굽히거나 왜곡시켜 호도한다. 역시나 선전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권력욕 또는 출세에 눈이 먼 지식인, 전문가가 주로 저지른다.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돌프 히틀러나 요제프 괴벨스 같은 독재자의 말을 종합해 본다.

독재자는 일반 대중에게 생각이 없다고 치부한다. "사람들이 생각을 안 하니 통치자들은 얼마나 운이 좋은가." 잠자는 대중은 그들도 경멸한다. 대중 심리도 교묘하게 이용한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 거짓 선동에 자신만만이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주의'이다." 지식인은 배격하고, 무지몽매하게 만든다. "교묘하고 지속적인 선전을 통해 사람들은 천국을 지옥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가장 비참한 삶을 천국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반복하여 계속하면 결국 속는 것이 선전 기술이라 주장한다. "민중은 그저 빵 한 조각과 왜곡된 자극적인 정보만 주면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속은 줄 알면서도 곧잘 잊는다. "살해하고, 파괴하고, 약탈하고, 거짓말하라. 승리 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원하는지는 아무도 왜냐고 묻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선전은 본질상 일종의 예술이다. 그리고 선전원은 엄밀한 단어 의미에 있어 민중 심리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위대한 거짓말쟁이는 또한 위대한 마술사이기도 하다." 최악의 악행, 거짓을 찬미한다.

우리사회에 악의적 선전선동이 횡행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구현되고 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습게보지 말라, 100여 년 전의 무기력한 대중이 아니다. 침묵한다고 얕잡아 보지 마라. 임계점에 이르면 문득 깨어나 바로 세울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줄 상식을 상대방이 모른다고 무시하지 말라. 누구에게나 살아온 이상의 지혜와 경륜이 있다. 지식의 크기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뿐인가? 모름지기 지극한 선을 향해 나날이 새롭게 하고 있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서구 새마을금고 파크골프 어울림 한마당 성황
  2. 청주시에 코스트코 입점한다
  3. 금강환경청, 논산 임화일반산단 조성 환경영향평가 '반려'
  4. 9월의 식물 '아스타', 세종호수·중앙공원서 만나보세요~
  5. 대산산단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에도 '대기업들은 효과 글쎄'
  1. 대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2.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 맞춤형 프로그램 마무리
  3. 한남대, 대전 소제동서 로컬 스타트업 Meet-up Day 개최
  4. 둔산경찰서, 기초질서 확립 교통안전 캠페인 실시
  5.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헤드라인 뉴스


메가충청스퀘어 조성사업,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메가충청스퀘어 조성사업,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대전 도심융합특구의 중심 사업인 '메가충청스퀘어'가 연내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대전 혁신도시에 자리한 '메가충청스퀘어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이 중요해지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메가충청스퀘어 조성 사업은 대전 역세권 동광장 일원에 연면적 22만 9500㎡, 지하 7층-지상 49층 규모로 컨벤션, 상업·주거시설, 호텔 등 주요 시설을 포함한 건물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대전역 동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가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에 연말까지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공급한다. 대전·세종·충남의 경우 대미 수출기업은 1317곳으로 지역 전체의 30.2%를 차지하는 만큼, 상당수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3일 관계부서 합동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美 관세협상 후속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췄지만, 수출 하방 요인이 여전해 이번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 여력과 자금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9월 11일 개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9월 11일 개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9월 11일 열린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은 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70일 만에 열리는 두 번째 회견이다. 회견의 슬로건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으로, 90분간 민생·경제와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진행하며, 15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