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사제동행의 작은 발걸음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사제동행의 작은 발걸음

이혜정 대전이문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4-12-19 16:50
  • 신문게재 2024-12-2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1219093301
이혜정 대전이문고등학교 교사
2021년부터 학생들과 북한 인권 도서를 읽고 토의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하원 의원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1759-1833)는 18세기 노예무역 폐지에 가장 기여한 인물이다. 무역상 가문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란 윌버포스는 21세의 젊은 나이에 하원 의원에 당선된 이후,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1789년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낸다. 11번이나 법안 통과에 실패했으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려 1807년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간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다.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를 박탈당한 북한 주민들은 21세기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 노예 해방에 대한 윌버포스의 신념과 양심적 행동은 북한 주민의 해방과 자유 민주주의 통일을 이루어야 할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주제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와 같은 공신력 있는 자료와 인권 도서를 주제 통합적으로 읽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탐구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영국 노예제도 폐지의 선구자 윌리엄 윌버포스의 정신을 계승한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는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다. 국어교사와 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사제동행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는 북한 인권과 탈북민의 현실을 그려낸 10권의 도서를 인권 도서로 선정해 아침 독서 시간을 활용해 릴레이 독서 활동을 전개하고, 사제동행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윌버포스 타임스'를 발행한다. 또한 북한 인권 도서를 소개하는 카드뉴스와 탈북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화를 제작 및 전시하고, 탈북 작가와 함께하는 '인권 북 콘서트-인권을 바라봄·자유를 바라봄'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인권 도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릴레이는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지성 저)에서 영감을 얻어 '1만 킬로 북클럽'으로 명명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AOCC 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는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가 선정한 최고의 인권 도서다. 한쪽 발목이 잘린 채 들것에 실려 중국 국경을 넘는 50대 여성, 조선족 인신매매단에 속아 성노예로 팔려나간 열아홉 살 엄마와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아기,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국의 추격, 돈에 눈이 먼 브로커 등 북한 인권과 탈북민의 현실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거짓과 과장을 보태지 않고 그려냈다.



탈북 작가들의 시선집(詩選集) '엄마 발 내 발'(김성민 외 공저) 역시 '1만 킬로 북클럽'이 사랑한 도서다. '엄마 발 내 발'을 읽고 탈북 시인의 시를 작가 의식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선정한 탈북 시인의 시에서 인상적인 표현을 찾고, 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토의하고 발표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의견을 충분히 나누도록 유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진행자 역할을 했다. '엄마 발 내 발'에 수록된 시 중 10편을 선정해 시화로 제작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도움으로 강춘혁 탈북 화가의 작품을 대여해 함께 전시할 수 있었다.

나는 윌버포스의 생애를 생각할 때마다 많은 도전을 받는다. 주목할 점은 윌버포스는 자신이 살았던 당대에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윌버포스의 신념과 양심적 행동이 영국 노예제 폐지의 초석이 됐음을 증거한다. 비록 더디고 힘든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면서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의 비전은 선한 영향력을 통한 '한 사람'의 변화가 되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서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충전하고, 세상을 바꾼 지도자의 헌신을 본받아 사제동행의 작은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연결 짓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마주하는 경험, 그러한 배움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제동행의 힘이 아닐까? 이혜정 대전이문고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 시대, 컨택센터 미래전략은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의 진화
  2.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3.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4.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5.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1.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2.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3.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4.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5.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