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나를 기록하는 습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나를 기록하는 습관

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5-01-06 17:16
  • 신문게재 2025-01-07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오현민
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2024년은 정말 숨 가쁘게 지나갔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지인들에게 2024년을 어떻게 보냈냐고 물어봐도 '나 뭐했지?' 라는 농담과 함께 유독 빠르게 지나갔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본인도 똑같은 마음이기에 그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을 회상해 보면, 기자로서 하루하루 새로운 이슈를 쫓으며 살았을 뿐 나의 이야기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뛰어다녔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 있었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취재내용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그 안에 내가 있던 자리는 희미하기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를 떠올려 보려고 해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그저 정신없이 바쁘고 치열했던 장면들만 흐릿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기자로서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다. 2024년 마지막까지도 수많은 이슈와 사건이 있었고 크고 작은 뉴스 속에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묵묵히 기사를 작성하며 누군가에겐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감사 인사를 듣기도 했다. 뭐가 됐든 누군가 내 기사를 읽고 힘을 얻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 뿌듯함과 책임감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감정은 항상 공허함이었다.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타인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지만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기자로서의 첫해는 아쉬움만 남는다.

이 글을 쓰기 전, 먼지가 눅눅히 쌓여있던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을 꺼내 읽어봤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그때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상세히 그려지는 경험을 하며 기록의 힘을 오랜만에 느꼈다.

과거의 일기를 읽고 2025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기자로서 쫓아왔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또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기자로서 기록할 이야기에도 더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든 메모든 상관없이 짧게라도 오늘의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러한 시간이 쌓이면 2025년을 돌아볼 때 조금 더 선명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 남은 시간 중 가장 젊은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을 통해 30년, 40년 후에도 오늘의 나를 다시 꺼내볼 수 있길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채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때의 나도, 그때의 감정도 점차 희미해지겠지만 기록으로 남겨두면서 그 순간의 온기와 의미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테니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목동 을지의대 캠퍼스에 본관동 신축과 노후철거 등 변화 예고
  2. 사흘째 폭우에 충청권 피해 누적… 침수·고립·열차 차질 잇따라
  3. 대전·세종·충남 이틀째 이어지는 폭우에 피해 신고 잇따라
  4. 폭우 속 대전 주택 화재 잇따라 6명 부상...베트남 신생아 모포로 던져 생존 등
  5.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절차' 놓고 구성원 시각차
  1. [르포] 호우경보에도 '먹통' 전광판·열린 차단기… 폭우 중 유등천 현장 가보니
  2. 을지학원 의대 새 캠퍼스 대덕특구도 검토…안정적인 목동캠퍼스 리모델링 결정
  3. 대전 이달 도시가스료, 지난달보다 0.74% 오른다
  4. 비 오는 날 줄었는데 물폭탄은 커졌다… 달라진 충청권 여름비
  5. 충남 8~9일 최대 200㎜ 폭우… 주민 433명 사전대피·농경지 12㏊ 침수

헤드라인 뉴스


전국 최초 도입한 3칸 굴절버스 `스톱` 위기

전국 최초 도입한 3칸 굴절버스 '스톱' 위기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3칸 굴절버스가 임시 운행도 못해보고 '스톱'위기를 맞았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 대전교통공사를 통해 차량수입대행업체와 92억 원 규모의 3칸 굴절버스 구매 계약(3대)을 체결했다. 3칸 굴절버스는 중국 CRRC사의 'ART' 차량으로 이중 1대는 지난해 10월 대전시에서 시범 운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시가 73억의 선금을 지급한 3칸 굴절버스 2대가 결국 납품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동안 납품 차량수입대행업체가 자금난으로 이미 제작된 차량 2대를..

[르포] 호우경보에도 `먹통` 전광판·열린 차단기… 폭우 중 유등천 현장 가보니
[르포] 호우경보에도 '먹통' 전광판·열린 차단기… 폭우 중 유등천 현장 가보니

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8일 대전 하천변 산책로와 하상도로의 출입 통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산책로는 통제선이 설치됐음에도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었고, 하상도로는 침수가 시작된 뒤에도 차량 통행이 이어졌다. 재난 대응 시설과 현장 운영 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기자가 8일 오후 6시 40분께 찾은 서구 용문동 유등천 인근은 이날 오후 2시 20분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격상되며 굵은 빗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거센 물보라를 일으켰고, 유등천 수위도 빠..

대전 이달 도시가스료, 지난달보다 0.74% 오른다
대전 이달 도시가스료, 지난달보다 0.74% 오른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물가 급등 속에 대전지역의 도시가스 평균 소비자요금도 지난달보다 0.74% 오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5.5% 인상된 수준이다. 9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시는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1일 사용분부터 도시가스 평균 소비자요금을 소폭 인상하기로 했다. 대전시 경제국은 최근 열린 7월 월간업무보고에서 허태정 시장에게 도시가스 요금 인상안을 보고하면서, 2인 가구 기준 월 3만 7000원을 사용할 경우 월 부담액이 약 296원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가스 요금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우에 쏟아진 토사로 도로 통제 폭우에 쏟아진 토사로 도로 통제

  • 초복 앞두고 삼계탕 나눔 초복 앞두고 삼계탕 나눔

  • 어르신들 바둑·장기 한마당 어르신들 바둑·장기 한마당

  •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