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고3 수험생들에게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고3 수험생들에게

심상일 대전여고 교사

  • 승인 2025-01-09 15:49
  • 신문게재 2025-01-1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109091418
심상일 대전여고 교사
2025년 새해가 밝아 우리 모두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고 새해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요즘,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수시 전형이 모두 마무리되고 정시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수시 전형에 불합격한 수험생들과 전략적으로 정시 전형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남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겨울 방학식이 있던 날 1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고3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여러 학생들의 수시 전형 결과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수시 전형 6개 지원 대학 중 본인이 가장 합격하기를 원했던 1희망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5개 대학은 모두 불합격하고 희망 순위 6위 대학 한 개만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지원한 수시 전형에 모두 불합격해, 담임 선생님과 정시 전형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수시 전형 결과에 따라 기쁨과 아쉬움, 정시 전형에 대한 걱정과 긴장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입시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다. 교직 생활 시작하고, 처음 고3 담임을 할 때 가르친 학생이니 참 오래전의 제자이다. 밝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으며, 간호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지방 사립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국립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서울 지역 대학에 합격한 친구도 있었으니, 본인의 입시 결과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입학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지역의 종합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하면서 학창 시절에 가졌던 간호사의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고, 간호사로서의 전문성을 더 키우고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면서 본인이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공부에 남다른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간호학 공부에 대한 결실을 맺고 싶어 박사 과정에 도전해 결국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직장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으며, 그 사이에 결혼과 육아까지 함께 했다고 하니, 그 삶의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어도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 뒤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지금 그 제자는 모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 제자의 삶의 과정을 알았을 때 제자이지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며, 나는 그 제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 중 대학 입시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고3 수험생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등학교 3년을 대학 입시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수험생들은 대학 입시 결과에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마치고 대학 입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을 통해 입학이 결정된 대학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고, 정시 전형에 지원한 대학이 내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괜찮다. 대학에 합격하고, 입학하는 것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열린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제자가 지방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을 때 십수 년 뒤 자기가 대학 교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본인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진학하느냐가 아니라,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느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심상일 대전여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