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개발 갈등 속 소외된 쪽방주민…인권과 주거권 우선해야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개발 갈등 속 소외된 쪽방주민…인권과 주거권 우선해야

공공 개발 지구 내 쪽방 세입자 현황도 파악 안돼
보상 문제와 무관심 속 쪽방주민 의사 표현도 못해
올해 사업 속도 내야…인권 보장, 생활 지원 강조돼

  • 승인 2025-01-22 18:24
  • 수정 2025-01-22 18:41
  • 신문게재 2025-01-23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쪽방촌 개발 사진 1
대전 정동 쪽방건물 내부.
대전 정동 일대 쪽방촌 주민들에게 올해 겨울은 유독 더 힘겹다. 지금 이들에게 칼바람보다 힘든 것은 주거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뒤바뀐 희망 고문이다. 5년 전 쪽방촌 정비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 사업은 2년 넘게 멈춰있다. 중도일보는 소외된 지역 쪽방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인권 문제, 그리고 해법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3. 이뤄지지 않는 '착한 개발'… 해법 없나



쪽방 세입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대전 쪽방촌 개발 사업에서 정작 쪽방 주민들은 토지소유주들의 보상 갈등과 무관심 속에 배제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와 대전시가 개발 지역 내 쪽방 세입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쪽방 주민들은 '을'이라는 입장에서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사업 시행 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인권과 주거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까지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대전 쪽방 상담소에서 파악한 동구 정동 지역에 거주하는 쪽방 주민들은 2024년 1월 기준 135명이다. 하지만, 현재 정동 공공주택지구 개발 지역 내 거주 중인 쪽방 세입자 수 현황에 대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물론 협력기관인 대전시 역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LH에서 진행한 토지소유주 대상 설문조사 역시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LH는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 토지건물주 174명을 대상으로 QR코드 접속과 우편 발송 방법으로 찬반 의사를 물었으나, 두 조사 모두 응답률이 30% 미만이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부터 2년째 중단된 기본조사인 지장물 조사 역시 찬성 의견이 과반수가 나와야 재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에 대해 개발 찬성 입장인 정동 일대 토지건물주 A 씨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QR 코드 설문에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우편 방식도 우편물에 찬반 의사를 적어 우체통으로 보내야 하는데, 번거로워서 누가 참여하겠느냐"며 "LH에서 사업 담당자가 6개월마다 한 번씩 바뀌었고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어 보이니 찬성 입장인 소유주들도 다들 지친 상태다. 사업 초기에는 토지건물주 90% 이상이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한 달간 조사를 했음에도 응답률이 저조해 그만큼 찬성 주민이 적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지장물 조사가 이뤄져야지 쪽방 세입자들의 현황도 알 수 있을 텐데, 반대 주민 의견이 거센 탓에 조사조차도 쉽사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lip20250122181414
지난 13일 방문한 4평 남짓한 쪽방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찬성 측 주민들은 개발을 반대하는 토지건물주들의 주장에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간 개발 관련 주민간담회와 설명회가 18차례 진행됐지만, 일부 지주들의 거센 반대 행위에 무산이 되는 등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의 실질적인 지원 대상인 쪽방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쪽방 임대료가 오르고,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 속 사업과정에서 마련되는 임시주거지도 취사조차 할 수 없는 여관과 여인숙임에도 쪽방 주민들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집주인 눈치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세입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거다. 사업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인권과 주거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도형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재개발 과정에서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거만 개선된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사업이 재개되면 이들의 삶의 의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심리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이번 사업이 안 되면 미래에는 역세권을 넘어 지역 전체의 슬럼화를 극복을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며 "올해에는 반드시 쪽방촌 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더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2.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3.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4.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5.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임 위원장에 이은권 선출
  1. 충남대, 제2회 'CNU 혁신포럼’…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책 대응 논의
  2. '수능약?' 전문의약품을 불안해소 오남용 여전…"호흡발작과 천식까지 부작용"
  3. [세상읽기] 변화의 계절, 대전형 라이즈의 내일을 상상하며
  4. "사업비 교부 늦어 과제 수행 지연…" 라이즈 수행 대학 예산불용 우려
  5. 한남대, 조원휘 대전시의장 초청 ‘공공리더십 특강’

헤드라인 뉴스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30일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KS, 7판 4선승제) 4차전을 4-7로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이날 경기 결과로 시리즈 전적을 3승으로 만들며 우승까지 한 걸음만을 남겼다. 한화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LG를 맞아 4-7로 패배했다. 먼저 득점을 낸 건 한화다. 4회 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황영묵은 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고, 다음 순서로 나선 하주석이 적시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한화..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감독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친구다. 감독이 포옹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구원 투수로 활약을 펼친 김서현 선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심우준이 9번에 다시 들어왔다. 어제 큰 힘이 되는 안타를 친 만큼, 오늘도 기운을 이어주길 바란다"라며 전날 경기 MVP를 따낸 심우준 선수를 다시 기용하게 된 배경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