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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정동 쪽방건물 내부. |
3. 이뤄지지 않는 '착한 개발'… 해법 없나
쪽방 세입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대전 쪽방촌 개발 사업에서 정작 쪽방 주민들은 토지소유주들의 보상 갈등과 무관심 속에 배제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와 대전시가 개발 지역 내 쪽방 세입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쪽방 주민들은 '을'이라는 입장에서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사업 시행 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인권과 주거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까지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대전 쪽방 상담소에서 파악한 동구 정동 지역에 거주하는 쪽방 주민들은 2024년 1월 기준 135명이다. 하지만, 현재 정동 공공주택지구 개발 지역 내 거주 중인 쪽방 세입자 수 현황에 대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물론 협력기관인 대전시 역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LH에서 진행한 토지소유주 대상 설문조사 역시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LH는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 토지건물주 174명을 대상으로 QR코드 접속과 우편 발송 방법으로 찬반 의사를 물었으나, 두 조사 모두 응답률이 30% 미만이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부터 2년째 중단된 기본조사인 지장물 조사 역시 찬성 의견이 과반수가 나와야 재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에 대해 개발 찬성 입장인 정동 일대 토지건물주 A 씨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QR 코드 설문에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우편 방식도 우편물에 찬반 의사를 적어 우체통으로 보내야 하는데, 번거로워서 누가 참여하겠느냐"며 "LH에서 사업 담당자가 6개월마다 한 번씩 바뀌었고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어 보이니 찬성 입장인 소유주들도 다들 지친 상태다. 사업 초기에는 토지건물주 90% 이상이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한 달간 조사를 했음에도 응답률이 저조해 그만큼 찬성 주민이 적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지장물 조사가 이뤄져야지 쪽방 세입자들의 현황도 알 수 있을 텐데, 반대 주민 의견이 거센 탓에 조사조차도 쉽사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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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문한 4평 남짓한 쪽방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이런 상황에서 사업의 실질적인 지원 대상인 쪽방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쪽방 임대료가 오르고,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 속 사업과정에서 마련되는 임시주거지도 취사조차 할 수 없는 여관과 여인숙임에도 쪽방 주민들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집주인 눈치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세입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거다. 사업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인권과 주거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도형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재개발 과정에서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거만 개선된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사업이 재개되면 이들의 삶의 의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심리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이번 사업이 안 되면 미래에는 역세권을 넘어 지역 전체의 슬럼화를 극복을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며 "올해에는 반드시 쪽방촌 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더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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